만화리뷰
年상年하 (연상연하)
만화규장각 2000.01.01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질문들 중 가장 자주 튀어나오고, 가장 다양한 답을 가지는 질문이 있다면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질문일 것이다. 흔히 사랑은 아름답다고들 쉽게 이야기하지만, 사람에 따라서,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 축복도 될 수 있고 저주도 될 수 있는 것이 사랑이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사랑의 기쁨을 느끼고 싶어서 사랑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가급적 사랑이라는 것에서 떨어져 있고 싶은 사람도 있는 법이다. 한승희의 『연상연하』의 여주인공, 정하연도 가급적 사랑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 그녀가 “막내동생보다 더 어린” 상현을 만나고, 그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을 인정하는 것까지, 한승희가 『연상연하』를 통해 보여주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이다. 「나인」에 『연상연하』가 연재되던 당시는 “연상의 여자 연하의 남자” 신드롬이 사회적으로 꽤 이슈가 되고 있을 때였다. 『연상연하』도 어찌 보면 이런 사회 현상에 발맞춘 트렌디 드라마와 유사한 성격을 띄고 있고, 그런 이유로 연재 당시 더 주목을 끈 것도 사실일 것이다. “하연”과 “상현”이라는 주인공들의 이름도 『연상연하』라는 제목의 연장선상이라는 느낌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작가가 『연상연하』를 통해 정말로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연상의 여자와 연하의 남자가 사귐으로써 생겨나는 에피소드보다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진지한 통찰이다. 남녀간의 사랑이 꼭 결혼과 연결될 필요는 없지만 완전히 별개의 것으로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고, 상현과 하연은 각각 상황은 다르지만 부모의 평탄치 못했던 결혼생활 때문에 사랑에 대한 상처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하연이 어머니의 자살시도에 얽힌 나쁜 기억 때문에 사랑이란 인생의 함정이며, 진흙탕의 늪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비해, 상현은 부모의 결혼생활은 불행했지만 자신을 키워준 조부모처럼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자신의 인연을 만나고자 하고, 그 인연이 하연이라고 확신한다.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모든 로맨스의 관건은 두 사람이 맺어지는데 있어서의 장애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정하는가 하는데 달려있다. 그런 의미에서 『연상연하』에서 상현과 하연의 사랑이 부딪히는 하연의 심리적 벽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그 벽이 무너지는 과정 역시 억지스럽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연상연하』는 성공한 로맨스다. 그리고 작가가 묘사하고 있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보면, “성인물은 과감한 성적 표현이 나오는 작품이 아니라 성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그런 의미에서 『연상연하』는 ‘성공한 성인물’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섬세한 심리묘사와 무리없는 스토리 전개, 안정되고 세련된 그림체, 『연상연하』는 작가 한승희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준 작품이다. 거기에 인기에 힘입어 더 길게 늘리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끝낸 깔끔함이 이 작품을 더 돋보이게 한다.
<年상年하 (연상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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