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기동경찰 패트레이버』로 알려진 유우키 마사미는 굉장한 개그 센스를 가진 작가이다. 극화와 명랑물을 자유자재로 통행할 수 있는 프리패스적인 면모를 갖춘 그의 화풍은 개그 작품에서 강세를 보이기 쉽지만, 그가 즐겨 취하는 작풍은 드라마적인 감각에 개그를 녹여넣은 스타일이다. 『기동경찰 패트레이버』 역시 그리폰이라는 숙적과의 결투 속에서 특차2과 대원들과 그 주변인물들의 개그가 부드럽게 묻어 나와있는 작품이다. 국내에 『그루밍 업』으로 소개된 『쟈쟈우마 그루밍 업』은 만화 활동이 그리 많지 않은 유우키 마사미의 작품이란 점에서도 주목받지만, 경주마를 키우는 ‘육마’라는 너무나 생소한 분야를 다룬 만화라서 눈길이 간다. 여러 잡지나 평론가들의 입에서 종종 나와온 말이지만,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모든 직업은 전문직이라는 개념, 전문직에 대한 이해와 자료수집으로 인한 작품 생산은 일본만화의 확실한 강점이란 사실을 새삼 재확인할 수 있다. ‘경마’라는 스포츠는 우리에겐 노름꾼들이 인생을 탕진하는 행위 이상이하도 아닌 행위로 인식되고 있지만, 외국에선 매우 왕성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며 그 대중성 또한 밝고 거대하다.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우가 폐쇄적이고 너무 어두운 측면이 강조되었다고 할 것이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비슷하긴 하지만 경마의 대중성은 훨씬 오래 전부터 넓은 영역에 확장되어 있는 상태이고, 그런 풍토를 기반으로 하여 경마를 소재로 한 만화도 많은 수가 나와 있다. 그리고 그들 중 상당수가 소년지에 연재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 하다. 사실 모든 류의 경주는 소년만화에 있어서 최상의 소재이다. 강해지기 위해서 훈련이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우정과 아픔을 겪는다. 언제나 라이벌이 등장하며, 다른 상대들도 개성이 넘치는 자들이다. 그리고 자기 만의 고유한 아이템이나 기술을 응용하기도 좋다. 때문에 많은 스포츠 중에서 경주의 면을 띈 스포츠를 다룬 만화가 여럿 나왔으니 경마를 소재로 한 만화가 나온다는 것도 어찌 보면 이상할 것 하나 없는 모습이다. 『그루밍 업』이 다른 소년만화 풍의 경마만화와 다른 점이라면, 경마와 밀접하면서도 다른 분야, 즉 육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게 열심히 달리며 경주하는 말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이 작품은 바로 그런 ‘틈새’를 정확히 가격하고 있다. 말을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섬세한 설정을 필요로 하는 작업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런 육마에 종사하는 이들의 모습을 섬세히 설정하여 드라마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유우키 마사미는 이 만화가 단순한 직업소개서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 한 가지 술책을 사용하고 있다. 통속 드라마가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방법은 역시 ‘스캔들’이다. 남녀 캐릭터의 사랑과 헤어짐은 드라마라는 디너 메뉴에 함께 하는 최고급 와인과도 같은 것이다. 그것이 주 메뉴가 되지는 않지만 너무나 맛있기에 결코 빠질 수 없고, 때에 따라 주객전도로 선택하게 되는 것, 드라마 속의 남녀 관계란 그런 것이다. 『그루밍 업』 역시 말을 키우는 이들에 대한 성실한 직업 묘사와 동시에 그들이 서로에게 가지는 감정을 표현하는 과정에 부지런을 떠는 작품이다. 자신이 정성스레 키우는 말과 함께 커가는 사랑, 정말 아름답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