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총몽 (銃夢)
만화규장각 2000.01.01
유키토 키시로의 『『총몽은 기본적으로 프리츠 랑의 영화 ‘메트로폴리스’ 등에서 묘사한 물리적으로 위에 있는 지배계급과, 그들의 밑에 격리되어 사는 피지배 계급으로 이루어진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계급 대립구도 - 자본가/노동자, 귀족/농노 등 생산/소비관계의 대립구도를 직접적으로 묘사한다는 점에 있어서 다분히 맑시즘적인 냄새를 풍기기도 하지만, 그것을 유일한 핵심적인 주제로 채택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자렘과 고철도시의 구도는 이 작품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 가운데 하나인 육체와 영혼(혹은 인간성)의 관계에 대한 직접적인 비유로서 작용한다. 『『총몽』에서 묘사하는 세계에서는 인간의 뇌를 제외한 모든 신체부위는 기계로 즉각 대체가 가능하고, 생체 기관이든 기계 기관이든 모두 거래와 매매의 대상이다. 그만큼 철저히 사물화된 육체 개념 속이기에, 영혼이니 정신이니 하는 개념들 또한 추상화, 관념화되지 못하고, 바로 ‘뇌’의 문제로 환원된다. 즉, 뇌만 있으면 어떤 새로운 신체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서 공중도시 쟈렘의 인간들은 자신들의 ‘순수한 육체’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과학기술과 그 과학기술을 다시금 가능하게 해주는 물질적 토대 - 즉, 고철도시 및 지상세계에 대한 경제적인 착취 -를 정당화하게 한다. 우수종족으로서의 우월성에 대한 묘사, 그들이 지상세계에 대해서 행하는 당근과 채찍의 통제전략 (‘스포츠’ 장려 와 비행금지 등)은 섬뜩할 정도로 실제 역사 속의 파시즘과 닮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자렘인들의 머리에는 뇌가 없다는 것인데, 그 사실을 알게 되는 많은 자렘인들은 정체성 혼란을 견디지 못하고 자멸한다. 총몽의 중심 주제 가운데 계급적인 이야기보다 더욱 큰 부분은 바로 ‘육체와 영혼의 문제’다. 영혼은 뇌에 있다고 모두들 생각하지만, 뇌가 없을 경우는 그 영혼은 어디있단 말인가, 라는 역설이다. 그것에 대해서 작가가 내린 해답은 바로, 인간성은 결국 뇌도, 영혼도 아니라 살아서 활동하는 그 자체다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살아 움직이는 인간군상들의 살아가려는 의지와 자세를 강조한다(이런 측면에서, 어쩌면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계적이고 물질적인 ‘총’이 ‘꿈’을 꾼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인간 그 자체인 것이다. 『총몽』은 다른 사이버펑크를 표방한 만화들과 마찬가지로 영화 ‘블레이드 런너’의 모티브와 이미지들을 차용해왔다. 또한 캐릭터, 구도 등에서 ‘헤비메탈’ 계열의 서구 만화가들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하지만 그 위에서 생체, 특히 내장의 이미지들을 디자인화 하여 고철도시의 시각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등 독창적인 시도들을 아끼지 않았다. 기본적인 연출력 자체는 특별한 파격이 없는 비교적 정통적인 극화체의 흐름을 따른다. 다만 사운드 트랙에 대한 관심이 많이 투영되어, 여러 장면에서 해당 장면에 흘러나와야 할 곡을 직접적으로 제시해주는 등의 기법들을 채용했다. 애장판으로 재간된 『총몽』에는 외전 형식의 단편이 3편가량 있으며, 설정집, 3D 그래픽 아트 DVD-ROM 등이 추가되어 팬들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런 기술적인 철저함은 『총몽』의 또다른 미덕 중 하나다.
<총몽 (銃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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