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나』는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초등학생 형이 어린 동생을 키워야 하는 데서 시작하고 있다. 주인공 윤진과 그 동생 윤신, 그리고 그들의 아버지 윤석원은 모성 결핍만 제외하면 완벽한 인물이다. 윤진은 착하고 똑똑하고 동생도 잘 돌보고 운동신경도 뛰어난 미소년이다. 윤신은 깜찍하고 사랑스러운 아기이다. 윤석원은 잘 생기고 가족을 사랑하고 성실하고 직장에서는 능력있는 시스템 엔지니어다. 이렇게 독자들이 주인공 가족에게 호감을 느끼도록 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각 회는 문제가 발생했다가 감동적으로 해결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몇몇 전형적인 이야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제1화 1부 사랑스런 내 동생 - 2개월 전에 엄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셔서 어린 동생 윤신의 엄마 노릇을 해야 하는 5학년 윤진. 육아와 가사를 떠맡는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낸다. 동생이 쉴새없이 울어대기 때문에 지친 나머지 동생을 미워하기도 하지만, 동생을 다시 사랑하게 된다. 신이는 이제 울지 않는 대신 응석을 부리기 시작한다. 제1화 2부 형이 최고 - 유치원에서 엄마 있는 아이에게 질투하여 때리기까지 하는 신이. 신이가 때린 아이와 그 엄마에게 사과를 하며 진이는 더욱 지친다. 신이가 1일 엄마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진이는 엄마가 되어줄 수 없는 자신이 더 답답할 뿐이다. 하지만 신이가 사과하는 것을 배운 것에 사랑스러움을 느끼고 신이의 형이니까 신이를 다시 사랑하겠다고 마음먹는다. 제4화 엄마의 사진 - 말썽꾸러기 신이는 여기저기 낙서하러 다닌다. 그러다가 진이가 아끼는 엄마와아기 진이가 찍힌 사진에도 매직펜으로 낙서를 한다. 화가 난 진이는 신이 학예회에 가지 않겠다고 하지만, 신이가 보고 싶어져 결국 학예회에 가 보게 되고 신이와 화해한다. 사진 문제는 필름을 찾을 수 있게 되어 해결된다. 제34화 철이는 역시 특이해 - 진이와 장수는 여름방학숙제를 위해 진이집에 모인다. 진우와 이랑이는 심심해하다가 철이의 성질을 건드리고 진이네로 놀러간다. 철이는 이랑이와 진우를 그리워하고 이랑이와 진우도 집으로 돌아온다. 이 같은 신파극의 반복구조는 처음에는 감동적이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지만 회가 지날수록 억지스러운 부분이 많아진다. 눈물을 쥐어짜내는 듯한 설정에 진부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18권까지 그린 것은 아무래도 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소중하게 그리고 있는 점은 훌륭하다. 그리고 좀 덜떨어지는 인물에게도 애정어린 시선을 보내는 것도 장점이다. 세상은 아직도 살 만 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일상치고는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문제도 끊임없이 문제라고 나와 있지만, 그다지 긴급하고 절실해 보이지는 않는다. (유치원 원장 김석기와 그의 형 같은) 과도하게 변태적인 인물을 설정하고 계속 웃음을 유도하려는 시도는 좋지 않았다고 본다. 또한 (이랑이와 용이같은) 어린이들에게 일대일의 이성애를 투사하는 것도 좋지 않았다. 게다가 신이가 용이를 못생겼다는 이유로 징그러워하고 역겨워한다고 묘사하는 것은 작가의 휴머니즘에 의심을 가게 한다. 가족을 단단한 하나의 단위로 제시하고 종종 가족이기주의가 그려지는 것이나, 엄마가 성모 마리아처럼 이상적인 인물로 극대화하는 것도 비판받을 지점이다. 그림은 처음이나 나중이나 늘지 않아서, 인체 데생은 너무나 서투르다. 깜찍한 인물들의 얼굴에만 너무 치중하지 않았나 한다. 배경과 컬러도 좋지 않다. 한편 귀여운 등장인물들을 코스프레하듯 이런 옷 저런 옷, 이런 배경 저런 배경에서 그린 독자 서비스는 참신했다. 『아기와 나』엔 3 가지 특징이 있다. 신파극적인 설정, 소년과 아이의 갈등이 성장만화로서 작용하고, 일상의 소중함을 다루었다는 점이다. 어찌보면 지루해질지도, 혹 단순한 이야기 전개로 등락될만한 이야기가 감성적이고 감동적인 트랜드 드라마로 엮어진데에는 무엇보다 절묘한 센스나 전개의 정석적인 연출을 그려낸 작가의 역량이 크리라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