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노노보이
만화규장각 2000.01.01
전세훈의 만화에서는 어쩐지 ꡐ청춘ꡑ과 같은 활기가 엿보인다. 작가 스스로가 밝히고 있는 프로필에서 보이듯이, 그가 만화판에 뛰어든 계기는 학비 조달을 위한 것이었다. 그 인연으로부터 비롯되어 92년부터 본격적으로 그리게 된 『노노보이』에서야 그렇다 하더라도, 젊다는 표현을 쓰기엔 다소 무안한 나이가 된 오늘에 와서도, 그의 만화에서는 그런 풋풋함이 느껴져서 좋다. 『노노보이』는 1992년부터 1995년에 걸쳐서 「소년 챔프」에 연재되었다. 당시 여고생 팬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서 3년의 시간을 보내며, 이후로 전세훈이라는 이름을 만화계의 일원으로서 확고히 기억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자신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전세훈은, 웃음을 담은 표현으로써 ꡒ하염없이ꡓ, ꡓ~년간이나ꡒ라는 단어들을 써가면서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스스로의 가장 큰 특징을, 무의식중에 작가가 입에 올리게 된 것은 아닐까. 전세훈이라는 만화가가 가진 가장 큰 미덕은, 다름아니라 변함 없이 끈덕진 끈기를 가지고 만화를 그려나가는 힘이다. 일례로 1995년부터 연재를 시작해서, 대체 언제 끝날지 모를 페이스로 아직까지(2002년) 이어지고 있는 『슈팅』이 좋은 증거가 될 것이다. 하나 주의해 보아야 할 점은, 보통이라면 아득하고 지긋지긋하게 느껴 질만큼의 긴 연재기에도 이 만화가 호흡을 잃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읽는 독자에게 절로 짜증이 날 만큼, 이야기를 늘려먹기 위해 작가가 허투른 수를 쓰고 있다는 인상은 별로 받을 수 없다. 이런 한결같은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되었던 것도, 『노노보이』를 통해서 쌓은, 일종의 작가로서의 공력 덕분이 아닐까 싶다. 『노노보이』라는 이야기의 축을 나누어 본다면,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리라. 첫 번째는 구두닦이로 생활하던 나동태가 사고를 통해, 여가수 이지수와 영혼이 뒤바뀌는 사고를 겪는 대목이다. 여기서 그는(혹은 그녀는?) 한번 정상의 자리를 경험하게 된다. 두 번째 대목은 다시 본래의 몸으로 돌아온 나동태의 도전을 다루고 있으며, 세 번째 축은 미국 무대로 떠난 나동태가 그룹 "HERO"와 함께 겪은 좌절과 성공, 그리고 나동태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이 세 번 그려진 원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첫 번째 작은 원이 사그러들때 다음번의 조금 더 큰 원을 그리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확장시켜 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런 원의 반복은--아마도 작가를 무척 지치게 했으리라. 때문에 후반부의 집중력은 오히려 시작할 때만 못하다. 전세훈은 끈덕지게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재주 못지 않게, 『아이 러브 김치』나 『유혹의 턴』 등을 비롯해 독특한 소재들을 다루는 데에도 주저함이 없는 작가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일상화제 성이 강한, 가요계를 다룬 『노노보이』나 축구가 소재인 『슈팅』은, 너무나 의외가 아니라는 점에서 의외성을 느낄지도 모른다. 작가에 대해, 작가가 그린 만화와 화풍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자칫 식상하기 쉬운-이미 다른 많은 작가들이 분탕질을 친 장르에서-분야에 손을 대었으면서도, 또 한 번 간 길(여가수로서)을 다시 가게 되는(남자 가수, 혹은 해외에서) 과정을 그리면서도, 그 에스컬레이션의 과정은 힘겨울지언정 무르익음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었다. 비록 그 골인지점에서는 오랜 역주 끝에 지친 마라토너처럼 호흡이 가팔라 있다고 하더라도, 또 이미 고전 명작으로 분류될 허영만의 『고독한 기타맨』을 연상시키는 부분들이 없지 않다손 쳐도, 전세훈의 만화는 스스로 긍지를 부여하기에 충분한 노력으로서 독자들의 만족을 위해 애썼다 인정되리라. 이 만화의 출간은 다소 오래되었으나, 지금도 잊지 않고 있는 고정적 팬들을 의식하여 다시금 재판이 발행된 바 있다. 이런 생명력이, 끈기 속에서도 기발함을 갖추며 장편을 완성시켰던 전세훈 나름의 저력에 대한 평가가 아닐까 싶다.
<노노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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