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DEAR MY BOY (디어 마이 보이)
만화규장각 2000.01.01
고등학교 시절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로 진출하거나에 상관없이, 사춘기의 신선함과 젊은 날의 특권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시간이다. 물론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입시제도 위주의 교육현실에서 그러한 자유를 생각한다는 것은 조금 무리라고 생각한다. 학교와 독서실을 오가는 각박한 생활 속에서는 어떠한 즐거움도 찾지 못할 듯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나름대로의 즐거움은 분명히 존재한다. 만우절에 선생님께 가벼운 장난을 치거나, 서클에 가입하여 특별 활동 시간 등에서 좋아하는 것에 잠시나마 매진하기도 한다. 축제 기간이 다가오면 들뜬 마음에 독서실이나 학원을 빼먹고 발표회를 준비하며, 늦게 일어난 아침에는 지각에 걸릴까봐 조마조마하며 걱정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고교시절이지만, 그 3년이라는 시간은 즐거운 추억으로 채우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닐까. 신민경 작가의 『Dear My Boy』는 고교생들의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류가야는 연합고사 시험날 아침에, 어떤 키 큰 남학생의 도움으로 지각을 면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을 운명의 상대로 느끼고, 다시금 만나기를 기원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뻔해보이는 삼류 순정만화와 같은 스토리로 보이겠지만, 『Dear My Boy』는 그러한 고교생들의 연애로 점철되어있는 만화가 아니다. 물론 순정만화의 기본공식과도 같은 요소는 분명히 존재한다. 인기 많고 잘생긴 선배라던가, 왠지 차갑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남학생 등, 유치하게 될 수도 있는 소재를 작가 나름대로 적절히 배치하여 작품을 그려내고 있다. 단순한 학원 청춘물로 전락하지 않고, 좋은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일까? 그것은 『Dear My Boy』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 덕분일 것이다. 책 속의 공간에는 고등학생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는 담임 선생과, 그 학교를 졸업한 여러 선배들. 류가야의 언니인 류가인 역시 그 학교의 졸업생으로, 그 당시 가인의 후배들이 선배가 되어 가야에게 안부를 물어보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차갑게 대하는 희승은 교생이며 선배로서 또 그들과 관계가 있으며, 그 선배들의 친구관계가 고교때부터 지속된 것임을 알 수 있게 된다. 학교에서 적응하지 않으려는 한솔과 그를 이해하며 다독거려주는 외삼촌. 그리고 그 친구들... 이런 많은 사람들이 고등학교라는 배경 속에서 각자의 삶과, 타인과 연결된 여러 생활의 모습들을 보여준다. 고등학교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며, 또한 그 자체로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의 미래와도 계속 연장선상에 놓이게 되는, 하나의 공간으로서 신민경 작가는 고등학교를 제시하고 있다. 물론 만화 속에 등장하는 다물 고등학교와 같은 좋은 환경을 가진 곳은 현실에는 드물거나 아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의 예를 제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시절의 생각과 감정, 그리고 기억되는 모든 일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라면 절실하게 느낄만한 노스텔지어는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질 것이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잊지 않게될 추억과 친구들. 언제까지나 고등학생의 모습으로 기억속에서 웃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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