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n센스
만화규장각 2000.01.01
사랑에 운명이라는 것은 존재하는가? 정해진 상대만을 만나서 결혼하게 된다면 인생이 얼마나 재미없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춘기의 소녀 마음은 그렇지 않다. 꿈을 꾸듯 잘생기고 능력 넘치는 미래의 낭군님을 아련하게 바라며, 카드점이나 혈액형 궁합같은 것을 쉽사리 믿어버리곤 한다. 하지만 간혹 그런 과정을 통해 결과를 얻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보고 과정을 자기 상상을 따라 진행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운명이 정해져 있다기 보다는 암시에 따라 자신이 그 운명대로 흘러가버린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본인은 정말로 그런 운명이 있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인생에 개입된 운명을 믿어버리게 된다. 『n센스』에는 그러한 자신의 운명을 엿보고자 하는 내용이 나온다. [아그네스 데이]라는 날이 있는데 1월 20일 밤, 미혼의 아가씨가 간절히 소망하면 그녀가 꾸는 꿈속에 미래의 운명의 상대가 나타난다는 전설이다. 주인공 이새람은 친구인 김진희와 함께 아그네스 데이를 준비한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꿈속에 나타난 사람은 같은 반에서 티격태격하며 다투는 사이인 사차원이라는 남학생이였다? 잠들기 전 걸려온 한 통화의 전화가 문제가 되었는지, 그녀는 그 꿈이라는 운명에 서서히 지배되기 시작한다. 그 꿈을 부정하면서도 사차원에 끌리는 자신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일까? 『n센스』는 허정인 작가가 잡지 「해피」에서 2000년 12월호부터 2002년 2월호까지 연재한 작품이다. "n센스"의 n은 natural의 약자로, 10대 여중생의 순수하고 섬세한 감정을 뜻하는 듯. 일반적인 "학원풍 순정만화"의 룰을 따르는 작품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평범함을 주장하는 미소녀 주인공의 주위에 끊이지 않는 미소년들. 계속해서 발생하는 미묘한 애정 관계 속에서 서로의 감정을 궁금해하며 가벼운 관계가 서서히 지속된다. 서로에 대해 모르던 사실을 알게되고, 같은 비밀을 공유하면서 정이 깊어가지만, 상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부분을 들켜버리게 되었을 때 변해가는 감정과 관계. 그리고 인정하게 되는 과정을 만화에서 그리고 있다. 다만 「해피」라는 잡지의 성격상 10대 초중반의 여학생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작품 내용이 일반적인 취향과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고교생이나 성인으로 보이는 꽃미남 꽃미녀 중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로밖에 안보인다. 끊임없이 펼쳐지는 꽃과 깃털의 배경 속에, 환상속의 인물처럼 묘사되는 주변인물들이 너무나도 빛나 보여서 똑바로 보기가 어려울 정도. 주인공과 주변인물들의 조금씩 어두운 과거 스토리도 캐릭터들의 카리스마를 높이는데 한몫함과 동시에 스토리를 이어나가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아쉬운 작품이라 생각한다. 초기에는 당시 유행하던 가수나 연예인들과 같은 요소를 양념처럼 내용에 등장시키며 작품에 대한 흥미로 시작된 가벼운 내용이지만, 중반으로 가는 과정에서 숨겨졌던 비밀이 하나 둘 밝혀지는 과정은 조금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결말에 이르러 급하게 전개되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와 주변 상황은, 더 커지기 전에 내용을 처음의 이야기로 수습하려는 노력이 아니었을까. 애초에 운명이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이라는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꽃미남과 꽃미녀로 꾸며낸 포장이 너무 과대했다는 느낌이 든다. 당신이 꿈많은 여학생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현란한 꽃무늬 배경에 질려버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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