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산이여, 질주하라! (산이여 질주하라)
만화규장각 2000.01.01
8000m 이상 되는 고산(高山)은 전 세계적으로 모두 14봉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이 14봉을 모두 등정한 산악인 박영석씨가 있다. 그는 1993년 에베레스트를 시작으로 하여 8년 뒤인 2001년 K2를 마지막으로 세계에서 9번째,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14봉을 완등한 산의 사나이가 된 것이다. 당연히 그가 세계적인 산악인이 되기까지의 여정은 힘들었다. 때로는 목숨을 걸어야 했으며, 때로는 크게 다치기도 했다. 산은 결코 인간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의과대학생인 아키라는 자신을 시험하기 위해 오른 산에서 조난을 당하게 된다. 삶을 포기하는 찰나, 산악경비대의 하루카에게 구조된다. 언제나 함께 산을 오르던 친구로부터 버림을 받아 의기소침해 있던 아키라는 하루카로부터 영향을 받게 되고, 졸업 후 자신의 진로를 산악경비대로 정하게 된다. 함께 일하게 된 아키라와 하루카 앞에는 많은 조난자들이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조난자들 대부분은 산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완벽한 준비 없이 산에 오른 이들이다. 자만한 자들에게 산의 심판은 가차없다. 과욕으로 오르는 자에게도, 방심으로 다가온 자에게도 산은 쉽사리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키라와 하루카의 임무는 그런 이들을 산으로부터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산이여, 질주하라!』는 특징이 있는 만화이다. 지금껏 생각지 못했던 ‘산’이라는 소재를 가져온 것도 물론이지만, 산을 정복하기 위한 사람들의 모험이 아니라 그 산으로부터 사람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산의 모습은 봄이면 다람쥐가 뛰어 놀고, 가을이면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 도시에 찌들은 사람들의 피로를 적당히 풀어주는 상대가 아니다. 정상에 오르려는 자들은 동일하지는 않지만 모두 자신과의 싸움을 겪어야 한다. 산이 주는 원천적인 고통, 즉 매서운 바람․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시야․체온의 저하 등을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정상에 다가갈수록 느껴지는 공포, 무기력함, 과욕 등 인간적인 괴로움은 자연이 주는 고통보다 더한 어려움이다. 전제적으로 작품의 줄거리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간다. 주인공 아키라와 하루카의 산에 오르게 된 이유, 즉 친구와 아버지라는 두 매개체가 그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키라의 이야기는 료와 함께 에베레스트의 동반등정으로 마무리 지어진다. 하루카는 아버지의 코스를 추적하며 산악경비대원으로서 자신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이 두 사람의 결합으로 작품의 해피엔딩을 준비하고 있다. 정상에 오르는 목표이건 혹은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임무를 가졌건 간에 모두 각자 자신의 산을 열심히 오르고 있다. 살아가는데 전환점이 필요한 경우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니며, 말로 직접적으로 위로를 해주거나 앞으로 살아나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도 아니지만, 산은 그렇게 사람들에게 하나의 계기가 되는 셈이다. 이와 다르게 전문산악인의 경우 산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이 된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과 과학적인 데이터도 필요하게 되며, 때로는 목숨과 바꾸기까지 한다. 산의 무엇이 사람들을 이렇게 매료시키는 것일까? 산은 도망치는 인간에게는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아키라의 말처럼 ‘도전하는 자에게만 문을 열어주는 곳’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자만이 그 문을 열 수 있다.
<산이여, 질주하라! (산이여 질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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