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아뉴스데이
만화규장각 2000.01.01
좀 나이를 먹은(혹은 그렇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순정만화 팬이라면, 『아뉴스데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느 나라 말이지? 하고 생각하는 대신 황미나의 동명 만화를 떠올릴 것이다. 『아뉴스데이』가 처음 나왔던 1982년, 이 만화를 읽으면서 ‘로마’라는 나라와 ‘라틴어’라는 언어를 처음 접해본 학생들도 많았고,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아뉴스데이』는 기원후 101년에서 107년 경, 로마와 그 속주인 다키아(현재의 루마니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작품의 큰 줄기가 되는 것은 전쟁으로 로마의 속주가 된 다키아의 왕자와 공주인 에로우스와 아르벨라가 포로가 되어 로마로 끌려온 후 겪는 고난과 사랑 이 야기이며, 결국 주인공들의 비장한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다른 분야에 비해 순정만화의 이국풍, 특히 배경으로 서양 역사를 선호하는 경향은 『아뉴스데이』가 나왔던 80년대 초반이나 지금이나 두드러지고 있고, 아마도 『아뉴스데이』는 이런 경향을 대표하는 초기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국풍을 선호하는 작가들의 경향은 대부분 책이나 영화를 통한 간접 경험에 기인한 것이었고, 그래서 황미나 자신이 밝혔듯 『아뉴스데이』의 모티브가 된 작품은 우리에게 책과 영화로 친근한 셴키에비치의 「쿠오바디스」이다. 포로로 잡혀와 노예 신분인 속국의 공주를 사랑하게 된, 철저한 로마인이었던 젊은 장군, 처음에는 그를 거부하지만 결국 그와 사랑에 빠지는, 박해받는 기독교를 믿는 공주라는 설정은 「쿠오바디스」와 거의 일치한다. 이야기의 중심축이 되는 마커스와 아르벨라의 관계는 이처럼 많은 부분 「쿠오바디스」와 유사하지만, 그렇다고 『아뉴스데이』 전체가 「쿠오바디스」의 베낌판인 것은 결코 아니다. 마커스와 아르벨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커스의 기억상실증 및 기억상실 상태로의 다키아 정벌 참전과 재회 등으로 좀 더 드라마틱한 양상을 보이지만, 이야기의 또 한 축을 이루는 것은 잃어버린 조국 다키아를 되찾기 위한 왕자 에로우스와 그 친구들의 노력, 그리고 그와 로마공주인 율리아와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다키아를 재건하고자 하는 에로우스와 아르벨라의 노력은 결국 거대국가 로마의 힘 앞에 무너지게 되고, 로마로 끌려간 남매는 기억을 되찾은 마커스와 함께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 역시 실패로 끝나 에로우스는 로마 군인들의 칼에, 마커스와 아르벨라는 절벽에서 함께 몸을 던짐으로써 죽음을 맞는다. 『아뉴스데이』는 기본적인 역사적 사실(실제 로마의 트라야누스 대제때 다키아를 2회에 걸쳐 정벌해 속주로 만든 사실이 있다)에 「쿠오바디스」라는 역사소설의 설정과 작가의 창작력이 더해 만들어진 에픽드라마라 할 수 있다. 나온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지금 다시 읽으면 스크린톤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펜터치로만 효과를 낸 기법도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탄탄한 내러티브에 주력하기보다는 다소는 말초적인 재미와, 스크린톤 없이는 도저히 나오지 않는 화려한 컷으로 뒤범벅된(그것이 굳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만화들...굳이 어느 쪽이 좋고 나쁘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만큼 순정만화가 기법상으로 많이 발전하고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이야기리라. 물론 세월의 흐름 때문에 이제 와서 보면 다소의 겉멋과, 다소의 촌스러움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아뉴스데이』처럼 “올디즈 벗 구디즈”에 해당하는 작품들은 여전히 나같이 오래된 만화팬들을 기쁘게 한다.
<아뉴스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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