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아뉴스데이
만화규장각 2000.01.01
황미나 하면 떠오르는 것은? 한국 최고의 비극 전문 작가라는 것. 그녀의 많은 작품들 중 대부분-『Goodbye Mr.Black』, 『불새의 늪』, 『우리는 길 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 『엘 세뇨르』, 『취접냉월』, 『파라다이스』, 등등- 이 비극이다. 특히 운명적인 사랑에 초점이 맞춰진 그녀의 비극 작품은 왕성했던 작품 활동과 비교해 보건대, 80년대까지는 몇 안되는 작가들에게 집중되었던 순정 만화 판을 보건대 80년대 순정 만화의 특징을 결정짓는 요인이기도 했다. 그렇다. 순정 만화 작가 1호라 칭해지는 황미나와 그 뒤를 바로 잇는 김진, 김혜린, 강경옥, 신일숙 구도에서 누구보다 왕성한 활동으로 많은 작품을 생산한 그녀는 그만큼 독자들에게 비중있는 작가로 다가온다. 무엇보다 황미나가 비극 만화에 있어 일정한 공식을 세웠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이루어질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과 여주인공에게서 강조되는 신파조의 독백이라든가 기억상실로 어긋나는 남녀의 사랑은 얼마전까지도 순정 만화의 주된 코드로 사용되었고, 현재까지도 얼마간은 유용하다. 『아뉴스데이』에서 로마에 함락당한 다키아의 공주 아르벨라와 다키아를 함락한 장본인인 장군 마커스의 사랑이 위의 코드를 충실히 따른 경우다. 왕국을 되찾아야 하는 대의나 부모님의 원수에게 복수한다는 명분, 로마 제국에서 탄압받았던 초기 기독교의 역사까지 모두 최종적으로는 아르벨라와 마커스의 운명적인 사랑을 절절할게 만드는 요소로 기능한다. 이후 김혜린에게서도 자주 발견되는 남성형 팜므파탈(Femme Fatale)의 정립도 황미나가 처음 시도한 것이다. 『아뉴스데이』에서는 메디아(예외적으로 메디아는 여자다)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은 주인공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인물을 조종함으로써 주인공들을 비극으로 모는 역할을 한다. 철저한 악이기 보다는 밉지만 동정하게 되는 악인으로 등장하며 이들의 결말 역시 그리 행복하지는 않다. 비정상적으로 긴 목과 물결치는 금발, 성품 하나는 끝내주게 고운 여자, 대조적으로 흑발에 냉정하지만 일단 마음을 준 여자에게만은 헌신하며 신념을 목숨처럼 여기는 남자는 오래도록 황미나의 전형적인 남녀 캐릭터 설정이었다. (근본적으로는 일본만화의 영향이겠지만) 아우렐라와 마커스가 죽음에까지 이르게 되는 과정은 사실 설득력이 약하다. 그것은 그녀의 다른 비극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대개 주인공의 죽음으로 끝을 맺는 그녀의 작품들은 굳이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처방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방법이 있었다. 그러나 어쨌든 비극을 향해 달려감으로써 해피엔딩은 줄 수 없는 여운을 독자들에게 남겼다. 『아뉴스데이』는 마커스와 아우렐라 뿐 아니라 에로우스나 율리아 등도 모두 죽임으로써 독자들의 눈물을 쏙 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것은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고 적당히 때가 묻기보다는 지고지순한 사랑인채로 남기려는 작가의 바람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은 초기의 거친 그림체와 어색한 화법으로 가득해 요즘 독자들에겐 다소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근래엔 찾기 어려운 철저한 비극이 주는 독특한 재미는 보장한다.
<아뉴스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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