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공포의 외인구단
만화규장각 2000.01.01
우리나라의 80년대를 대표하는 스포츠 만화로 『공포의 외인구단』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1979년 단행본 『시모노세키의 까치놀이』로 데뷔한 작가 “이현세”는 1982년 이 작품을 통해 한국 만화계에 있어서 자신의 위치를 독자들에게 확고하게 각인시켰다, 게다가 출판만화로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이 작품은 1986년 “이장호”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어 28만 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만화는 아이들만 보는 것’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불식시키고 문화적인 이슈로 만들어냈다. 특히 이 작품은 우리나라 최초로 애니메이션이 아닌 영화의 원작이 된 만화라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는데, 영화로 제작된 후에도 흥행에 성공함으로써 이후 “박봉성”의 『신의 아들』과 이현세의 다른 작품인 『지옥의 링』등이 영화로 제작될 수 있게 한 발판을 마련한 기념비적인 만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 『공포의 외인구단』에서 “프로야구”는 이야기의 중심 축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가장 크게 자리잡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1982년 3월 27일 시작된 우리나라의 프로야구와 동일한 시간 축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 이 만화는, 주인공인 “오혜성”과 “최엄지”가 만나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하고 있으며, 이들이 성장하고 나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되는 부분부터는 프로야구의 탄생과 더불어 현실 세계의 프로야구가 중요하게 이 만화에 개입하게 된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오혜성은 엄마도 없이 술주정뱅이인 아버지 슬하에서 얻어맞기도 하면서 자란 탓에 항상 지저분하고 냄새나며 공부도 못하는 소년이었으나, 초등학교 4학년 때 최엄지가 짝으로 오게 되면서 그녀의 배려에 감동하면서 그녀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하겠다는 집념을 키운다. 둘이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엄지는 천재 야구선수로 각광받는 마동탁과 사귀게 되고, 이들 사이의 삼각관계는 이후 결혼이라는 사회적 형식을 넘어서는 상황으로 발전한다. 경제적-사회적으로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오혜성은 야구와 사랑 모든 것을 쟁취하기 위해 손병호 감독이 이끄는 외인구단에 들어가게 되고, 이후 2년 간 인간의 한계를 넘는 혹독한 훈련을 거쳐 프로야구 전승 신화에 동참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버림받았던 외인구단의 구성원들은 제각기 새롭게 자신의 삶을 구현한 “힘”을 얻게 되었음을 실감한다. 『공포의 외인구단』은 무협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서사 구조를 답습하고 있는 스포츠 만화라고 할 수 있는데, 주인공의 불우한 어린 시절, 기연(奇緣)을 통해 강력한 힘을 얻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신화를 구현해 낸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반면에 이 작품은 이후 작가의 대표작인 『남벌』, 『사자여 새벽을 노래하라』등에서 보여주는 배타적 민족주의의 뿌리를 볼 수 있으며, 특히 육체적-정신적으로 노력을 통해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을 강조함으로써 그 결과로 얻게 되는 “힘”을 지나칠 정도로 강조하고 있는 남성 중심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만화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남성 독자들은 키가 작거나(최경도), 혼혈이거나(하국상), 장애를 갖고 있는(최관), 외인구단의 구성원들이 혹독한 훈련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면서 자기 동일시의 쾌감을 얻게 되는 데, 이 작품은 이처럼 극적인 이야기 구조를 통해 독자들에게 개인적-사회적 차원의 성공에 대한 대리 만족을 주고 있으며, 강렬한 개성을 가진 주인공들의 매력을 뚜렷하게 각인시킴으로써 극단적이고 처절한 승부구도에 몰입하게 하는데 성공한 보기 드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이유로 이 작품이 80년대를 대표하는 한국 만화의 고전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공포의 외인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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