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2018 신인만화평론가 공모전 수상작> 아 지갑놓고 나왔다 리뷰
(가작 / 지정평론 가작)
최윤석 2019.01.03



그야말로 낯선 작품이었다.
제목은 제목대로, 그림체는 그림체대로... 명확한 제목과 화려한 그림체가 쏟아지는 웹툰 시장에서 소외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모호한 제목과 단순한 그림체였다.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 볼 수 있는 작품,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작품은 특이한 것이 아니라 특별하다는 것을 증명해내었다. 어떻게 이 작품 ‘아 지갑 놓고 나왔다’는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작품이 되었을까.

딸의 죽음 이후, 살아가는 두 모녀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우선적으로 ‘웹툰’ 그 자체로써 가치를 지닌다. 웹툰이라는 콘텐츠로 보여줄 수 있는 장점으로 하여금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이러한 점들을 바탕으로 두고, 이 작품이 특별한 작품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나는 크게 세 가지 키워드로 분석해본다.

첫 번째, 키워드 ‘몰입’이다.
스크롤을 내리고, 다음 화를 이어본다. 쉽게 말해 이야기에 몰입되어 연속으로 보고자 했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몰입도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만큼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 속에 빠지게 해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같이 독자들의 보는 눈이 올라간 이 시점에서 그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이런 상황 속에도 이 작품의 키워드가 ‘몰입’인 이유는 바로 캐릭터 구성에 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캐릭터, 주인공인 선희와 노루는 물론 그 외 주변 인물들조차 어느 하나 허투루 만들어진 캐릭터들이 없다. 그리고 이를 보통 캐릭터의 백스토리라고 하는데, 이 작품의 캐릭터들은 이 백스토리가 꽤 완성도가 높다. 그리고 이 완성도는 결국 캐릭터들의 성격이 되고, 작품 안에서 살아 숨 쉬게 한다. 

작품 안에서 그나마 ‘밝음’을 담당하고 있는 ‘기태’만 보더라도 술 먹고 실수로 죽었다는 다소 황당한 백스토리, 그리고 그의 친한 형 태공망과의 관계 등이 별거 아닌 것처럼 나열되지만 그 모든 것들이 이 ‘기태’라는 캐릭터를 설명하면서 다른 캐릭터들과 상호 작용을 이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는 다른 캐릭터들도 물론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캐릭터들 간의 백스토리가 튼튼하니 독자들은 이러한 캐릭터들의 성격을 이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추측하는 재미를 가지게 됨으로 몰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감정을 표현하는 연출 또한 큰 역할을 한다. 

작품의 댓글을 살펴보면 긍정이든 부정이든 그림체에 대한 언급이 잦은 걸 볼 수 있는데, 어찌됐든 이 작품의 그림체가 눈길을 끄는 것은 사실이라는 셈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 이 작품의 그림체는 부가적인 부분이고, 몰입이라는 측면해서 보면 그림체보다 유념해서 보아야할 것은 바로 ‘연출’이다. 

웹툰은 스크롤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세로로 된 긴 도화지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 작품의 작가는 바로 이점을 맘껏 활용하였다. 1화부터 꾸준하게 사용하는 연출의 방식 중 하나가 좌에서 우 혹은 우에서 좌로 대각선 방향, 지그재그 형식으로 인물들이 그려지면서 적재적소의 대사를 삽입하는 방식을 볼 수 있다. 때로는 그게 시간의 흐름을 뜻하기도 하고, 때로는 모호한 의식의 흐름을 표현하기도 한다. 세로로 내려지는 스크롤을 따라 독자는 자연스럽게 눈이 지그재그로 따라가고 글과 함께 흘러가는 그림을 보면서 아주 긴 한 컷을 한 번에 머릿속에 저장하게 된다. 그로인해 캐릭터는 물론 스토리에도 몰입할 수 있는 조건을 성립시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얼굴의 위아래 위치를 바꾸거나, 선을 산발적으로 그리는 단순한 표현만으로 공포감을 조성함으로 아주 간단한 연출로 최대의 효과를 나타낸다. 위아래, 좌우의 방향에 대한 부분을 자유롭게 이용함으로 단조로운 그림체이지만, 다채로운 연출을 통해 몰입을 돕는 것이다.

두 번째 키워드로는 ‘환기’이다.
몰입에 이어 환기를 언급한 것은 의도적이다. 이 작품이 의도적으로 중간 중간 몰입을 깰만한 요소들을 배치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특이하게도 작품 중간 중간에 이게 작품 속 이야기라는 것을 언급한다. 가령, 기태가 분량에 대해 언급을 하거나, 노루가 독자의 존재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급하는 등 픽션이라는 걸 알 수 있는 말들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물론, 작품의 개그 소재로도 자주 등장하고 말이다. 여타 다른 웹툰에서도 이러한 방식을 아예 안 쓰는 것은 아니나 그게 몰입을 깰 정도로 자주 언급이 되지도 않고, 비중 있게 다루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은 초반부에만 보더라도 한 화의 한 번씩은 꼭 독자들을 의식한 대사가 등장한다. 작가가 후기 등을 통해 내비친 의견으로 보자면 이는 아마 작품이 가지고 있는 주제가 너무 어둡기 때문에 일부러 환기를 시켜 톤이 너무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로 보이는데, 이 장치는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으나, 한 가지 더 추가적인 효과를 발생시킨다.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더 현실감을 준다는 것이다. 

보통 스토리를 진행하던 중 이게 사실은 현실 속 이야기가 아님을 굳이 꼬집게 된다면 이는 스토리에 대한 몰입을 해치게 된다. 결국 이 스토리가 사실은 다 거짓말이라는 걸 말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일어나는 환기들은 다른 의미로 해석이 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부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작품의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 작품 속 주인공 선희는 어린 시절 성폭행에 대한 트라우마를 지닌 인물이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성폭행 피해와 이로 인한 시선들로 하여금 정신이 망가져 버렸다. 하지만 우리는 이 캐릭터가 ‘아 지갑 놓고 나왔다’라는 웹툰 속 캐릭터라는 걸 알지만 우리 주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 작품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행하는 환기는 결국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부시고, 선희라는 캐릭터가 아니, 선희로 대변되는 캐릭터들이 그리 멀리 있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건 선희만이 아니다. 그 외에 다양하게 아픔을 가진 캐릭터들, 딸이 잘 살길 바라지만 그 자신도 이미 많은 것을 잃어버린 경자, 그리고 그런 이들을 알면서도 외면했던 제3자 등 이러한 모든 캐릭터들이 작품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존재한다는 걸 상기시켜 주는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환기는 교모하게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과연, 독자들은 모두 이런 아픔을 지니고 있어서 공감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뉴스에서 많이 봐서? 단지 공감 능력이 좋아서? 

아니다. 이렇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도 ‘현실적’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현실적이라는 것은 다르게 표현하면 충분히 있을 법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건 공감 능력이 좋은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그리고 이런 현실적이라는 느낌은 모순적이게도 앞서 얘기했듯이 작품 속 캐릭터들이 자신들의 가상의 존재임을 계속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세 번째 키워드는 ‘금기’이다.
1부~3부로 이어지는 이야기 속에 단연코 가장 기억에 나는 건 3부이다. 그 이유는 모든 이야기들이 마무리 되어서인 것도 있지만, 그보다 엄마 선희와 딸 노루의 직접적인 대면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토록 그리워했던 그 둘이 비록 살아서 본 것은 아니지만 대면하는 이 에피소드는 유난히 마음을 흔든다. 그리고 그건 바로 ‘금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알게 모르게 정해진 틀 안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가족’이다. 당연하게 해야 되는 것들이 있다. 가족이라 하면 서로를 도와야 하고 배신하지 않아야 하고, 위로해줄 수 있어야 한다 등 말이다. 노루와 선희의 관계도 어느 정도 그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1~2부에서는 말이다. 조금은 역학적인 관계(엄마와 딸의 관계)를 이루기도 했지만 노루와 선희는 어찌됐든 가족이라는 틀이 갇혀 있었다. 그래서 선희는 자신이 낳은 딸이기에 노루를 자신의 전부로 만들고 의지했고, 노루는 엄마이기에 그런 그녀의 바람을 모두 들어주려고 했었다. 이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는 온전히 독립된 선희와 노루는 없었다. 

그런데 3부에서는 그 틀을 과감히 깨버렸다. 노루는 엄마의 딸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선희는 자신이 노루를 사람이 아닌 의지할 수 있는 딸로써만 생각했던 것을 깨닫게 된다. 굳이 이러한 틀을 깬 것은 ‘금기’라는 키워드로 표현한 것은 바로 이 과정에서 둘이 주고받았던 대사와 행동들 때문이다. 이 틀을 깨는 그 과정 속 선희의 광기는 극에 다다른다. 비록 꿈이지만 딸인 노루를 먹으려 하는 행위까지 하는데, 그 모습은 말 그대로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는 듯 보인다.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바로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노루의 태도이다. 그 동안 엄마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였던 노루가 드디어 증오를 내비친다. 그것은 3부에 오기까지 노루가 가장 하지 않고자 하는 ‘금기’였다. 자신은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그녀를 증오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루는 엄마를 증오했다. ‘금기’를 깨고 나온 것이다. 노루의 감정은 모순적이었다. 엄마를 가장 사랑하지만, 그러면서 증오했다. 애증이라는 단어 안에 그 감정을 담기에는 모자랐다. 하지만 모든 독자들의 그런 노루의 마음을 이해했다. 

가족이라는 틀은 현실 속에도 존재한다. 가족이 주는 긍정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당연한 것이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하나 쉽게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가족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여야 하니까. 하지만 이 작품은 이를 과감하게 가족이 아닌 개인을 우선함으로써 타파한다. 개인이 우선이 되어야 가족 또한 온전히 제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사실 가족이라는 틀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이 ‘금기’라고 말할 수도 없는 진실을 이해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몰입’, ‘환기’, ‘금기’ 이 세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조금은 색다르게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다. 작품을 다 본 지금 보자면, 아직도 캐릭터들이 어디에선가 계속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캐릭터들이 설득이 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돌아와 결말에 대해 생각해 본다. 과연, 선희는 경자와 잘 지내게 됐을까? 노루는 행복하게 잘 살까? 이에 대해서는 작가도 언급을 했듯이 결국 읽은 이의 몫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무조건적인 해피엔딩도 새드엔딩도 없을 것이라는 것. 선희와 경자는 화해를 하고, 또 싸움을 하고 화해를 하고 이를 이어가며 행복하였다가 힘들어하였다가를 반복할 것이고, 노루 또한 행복했다가 불행했다가는 반복할 것이다. 그게 사실은 진짜 삶이고, 진실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성폭행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지닌 선희와 그런 그녀가 낳은 노루를 가지고 시사 높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내가 본 것은 단순히 시사가 아닌 관계에 대한 이야기와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들여다보면 사실 마냥 아름답기만 하지 않은 세상, 이 작품은 그러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한 번쯤은 돌아보게 되는 좋은 계기였다.
<아 지갑 놓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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