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2018 신인만화평론가 공모전 수상작> 이태원 클라쓰 리뷰
(가작 / 자유평론)
최윤석 2019.01.03



대개 음식이란 맛보지 않으면 그 맛을 알 수 없기 마련이다. 

웹툰 또한 보지 않고는 그 진가를 알 수 없는데, 이 작품은 겉만 보고 맛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맛을 보니 진짜 맛있는 음식을 놓칠 뻔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바로 ‘이태원 클라쓰’라는 작품이다. 제목만 봐서는 정말 내용을 1도 예상할 수 없었다. 그냥 보기엔 학원물인 것 같기도 하고, 액션물 같기도 했다. 그런데 작품 설명도 대기업에 맞서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이미 많이 만들어진 식상한 스토리... 하지만 실제론 뭔가 달랐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듯이 이미 익숙하기에 그랬던 걸까. 이 작품은 왜인지 모르게 끌리고 왜인지 모르게 통쾌한 그 맛이 있었다.

이태원에서 작은 가게를 시작으로 대기업이자 원수인 ‘장가네’에 복수하는 박새로이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이태원 클라쓰’. 주인공이기에 당연히 복수하겠거니 하고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이 이야기의 어떤 면이 보는 이로 하여금 끌리게 만드는 것일까.

나는 단연코 매력적인 캐릭터가 그 요인의 80%를 차지한다고 본다. 그만큼 이 작품은 캐릭터 구성이 잘 되어 있고, 그 매력이 재미의 비중을 거의 다 채우고도 넘친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박새로이만 보더라도 정말로 매력적이다. 이 캐릭터는 쉽게 볼 수 있는 영웅형 캐릭터로 오인하기 쉬운데 사실 이 캐릭터는 영웅, 정의, 의협으로 단정 지어서 볼 수는 없다. 물론, 괴롭힘 받는 친구를 구해주거나, 위기에 쳐한 사람들을 구해주지만, 엄밀히 따지면 정의를 위해서 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가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이 옳은 일이고, 그게 옳은 일이라고 주인공 박새로이가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그의 ‘소신’.

박새로이는 바로 그런 캐릭터이다. 자신이 믿고 있는 ‘소신’대로 행동하는 캐릭터.

이 소신 있는 캐릭터가 매력적인 이유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사실상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인간형이기 때문이다. 남들이 모두 아니라고 할 때 혼자 예라고 할 수 있는 사람. 위기에 쳐한 사람을 보고 앞뒤 재지 않고 도와주러 뛰는 사람. 과연, 이 시대에 있기는 할까. 우리는 의문은 던져보지만 사실상 없다는 대답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나조차 그러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매력적인 이유는 앞서 얘기했듯이 박새로이 자체가 정의로운 영웅 캐릭터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착해서 사람을 도와주는 게 아니다. 착해서 하는 행동들이라면 그 타당성에 대해 애매해질 수 있는데 여기서 박새로이가 하는 행동들은 착해서가 아니라 그게 맞다고 믿는 자신의 생각 때문이다. 이는 엄연히 큰 차이가 있다. 그가 소신을 가지고 행동하기 때문에 작품 내에서 하는 모든 행동들이 당위성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건 독자들로 하여금 설득되기에 충분하고도 남는다. 

이러한 박새로이를 도와 작품을 이끄는 조이서의 매력 또한 대단하다. 

‘소시오패스’성향이 짙게 보인다는 진단을 받을 만큼 남에게 관심 없던 이서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소신 있게 행동하는 박새로이에게 모든 걸 바칠만큼 반해 버린다. 그 과정이 뜬금없어 보일만도 하고, 작위적으로 느껴질 만도 한데 이상하게도 그렇게 생각이 되지 않았다. 조이서라는 캐릭터를 등장시킬 때, 애초에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캐릭터로 보여줌으로 그녀의 변덕들이 다 설득이 되는 것이다. 물론, 박새로이에게 반하는 이유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조이서라는 캐릭터의 성격은 단순히 ‘소시오패스’ 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무서우리만치 필터 없는 솔직함과 그런 솔직함에 대한 대가를 걱정하지 않을 만큼의 똑똑함을 갖췄다. 새로이를 제외한 그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을 강한 캐릭터이면서 박새로이에게는 또 한없이 약한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녀가 내뱉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사실은 모두가 입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촌철살인들이다. 가령, 자신을 도와주려는 선생에게 위선을 행하는 것뿐이라는 말을 쉽게 이야기할 만큼 무자비하다. 

박새로이와 조이서, 이 두 캐릭터의 매력은 단순한 이야기지만 확실하게 작품의 재미를 구성하는 큰 요소 중 하나이다. 이외에도 복수를 돕는 펀드매니저 ‘이호진’, 트랜스젠더 ‘마현이’, 박새로이의 첫사랑 ‘오수아’ 등 다양한 조연들이 매력 있게 등장한다. 이러한 캐릭터들은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완성도가 높은데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그 매력을 극대화시킨다. 일단 구도적으로 재미를 유발하는 형태인데, ‘장가네’라는 거대 기업에 맞서는 힘없는 캐릭터들로 설정함으로 자연스럽게 응원할 수 있는 구도가 형성이 된다. 이는 굉장히 순환적인 구조 형태를 띄는데 매력적인 캐릭터이기에 자연스럽게 관심 있게 보게 되고, 그런 그들이 싸우고자 한다니 당연히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다음 화를 봐야만 한다. 이 작품은 큰 이유 없이 바로 기본적인 요소들로 하여금 큰 파워를 지닌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인테리어나, 마케팅 등이 아니라 순전히 맛으로 승부한 셈이다. 


여기에 양념들이 적절하게 들어간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그냥 볼 수 없는 ‘명대사’

이 작품의 대사는 이미 많이 회자되고 유명하다. ‘소신에 대가가 없는 세상’ 이라던가 ‘네가 너인 것에 다른 사람들을 납득시킬 필요는 없어’라던가, 그 외에도 작품의 수미상관을 차지하는 ‘술맛이 어떠냐’ 같은 주옥같은 대사들이 참 많다. 별다른 설명 없이 이렇게 나열함으로는 그 대사의 느낌을 최대한 전달할 수 없으나, 열광하는 이유에는 분명히 포함된다. 

왜냐하면 스토리적으로는 복잡할 게 없는 구조이다. 복수를 향해 가는 이야기이기에 전반적인 내용은 그 과정이 담겨져 있을 뿐, 다층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작품이 계속 탄력을 받고 나아가는 건 이러한 대사들이 중간 중간 시기적절하게 들어감으로써 독자들의 감탄 아닌 감탄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가령, 후반부에 성공한 박새로이가 장대희 회장에게 아직도 자신이 고등학생으로 보이냐면서 정신 차리고 비즈니스하라고 말하는 장면의 대사는 계속해서 보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력 있는 캐릭터와 그러한 캐릭터가 뱉는 공감가고 가슴을 관통하는 대사들. 여기에 시원한 전개와 독특한 미래 예측 전개도 이 작품을 빠져나올 수 없는 이유를 만든다. 이 작품은 초반부터 몇 년 후, 라는 장치를 많이 사용한다. 보통 이야기 속에서 한 번 정도 쓰는 이걸 초반에만 두 번 사용함으로써 최대한 이야기 전개 속도를 빠르게 진행한다. 박새로이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의 일들을 잠깐 진행했어도 됐을 텐데 과감하게 그 부분은 몇 년 후로 스킵한다. 중반부에 가게를 키워서 ‘장가네’를 위협하는 위치에 오를 때에도 어떤 식의 역경을 통해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지 않고, 바로 몇 년 후로 점프하여 이야기를 진행 속도를 높인다. 이는 요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질질 끌지 않는 이야기 방식으로 시원시원한 구성을 자랑한다. 

그러면서 중간 중간 독특하게도 작품 속 이야기의 미래를 대뜸 중간에 조금 보여주는데 미리 알려줬기에 긴장감이 떨어 질만도 한데 반대로 그 장면이 나올 때까지 작품을 보게끔 만드는 묘한 연출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 앞서 이야기했던 성공한 박새로이와 장대희 회장의 만남인데, 이 만남은 사실 작품 속에 2번 등장한다. 한 번은 박새로이가 성공하기 한참 전에 보여주는데 이 때, 당시 독자들의 반응은 그렇게 통쾌한 장면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 하염없이 다음 화를 기다렸다. 

화별로 연재가 되는 웹툰의 특성상 다음 화를 궁금하게 하고 기다리게 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때문에 스토리를 떠나 마지막 컷 연출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작품은 바로 그러한 특성을 아주 잘 이용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매력을 이야기하자면 바로 어딘가 모르게 익숙한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맨 처음 언급했듯이 아는 맛이 더 무서운 법이다. 그런데 그 아는 맛이 그냥 아는 맛도 아니다. 어떻게 하면 더 맛있는지 아는 맛이다. 무슨 말인고 하면, 비단 복수하는 이야기라 해도 그 마지막이 통쾌한 경우는 생각보다 흔치 않다. 왜냐하면 복수를 향해 가는 그 과정에 비해 그 복수가 허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크게는 복수 과정보다 상대적으로 임팩트 있게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에 한계가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어려운 부분들을 충분히 해결한다. 바로 명장면 중 하나인 장대희 회장을 무릎 꿇게 만든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복수의 대상이 죽어버려서 복수가 완성된 것도 아니다. 복수의 대상이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던 회사나 가족이나 그 무언가를 부셔버려서 그런 것도 아니다. 정말 패배했음 시인하는 상대를 앞에 두고, 더 이상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그 담담한 태도. 그토록 저주했던 원수의 대상이지만 그런 그에게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무심히 바라보는 것. 그렇기에 오히려 더 통쾌했다. 무릎 꿇은 장대희 회장은 더 이상 박새로이에게 있어 그다지 중요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게 장대희 회장을 더 치욕스럽게 더 후회스럽게 만들었다. 바로 이러한 부분들이 스토리로 잘 표현이 되었기에 독자들은 더 재미를 느끼고, 작품을 좋아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태원 클라쓰’라는 이 작품은 엔터테이먼트적인 요소가 잘 첨가된 작품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안에서 나름의 의미를 많이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건 이 작품의 제목인 ‘이태원 클라쓰’에서 드러난다. 주인공 박새로이가 하고 많은 곳 중에서 하필 복수의 시작지로 정한 곳 ‘이태원’. 그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그 공간이 자유 그 자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게 그가 만들고 싶었던 ‘소신에 대가 없는 사회’에 가장 근접한 모습이 아니었을까. 

보장된 재미와 가슴을 후벼 파는 명대사들이 있다. 제목만 봐서는 모를 수 있다. 하지만 본다면 왜 이 작품을 이토록 이야기하는 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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