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이거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예요?”
<자꾸생각나> (송아람 작)
이선인 (만화평론가) 2018.12.21



1.

한 가지 질문. 어떠한 이야기를 접했을 때, 그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을까? 만약 그런 경험이 있다면 도대체 어떤 조건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을까?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조건은 실존하는 무언가가 등장하는 것이다. 내가 아는 장소, 내가 아는 인물, 내가 아는 사건이 등장하는 순간 그것의 실재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 조건이 될까? 영화에 당신이 아는 장소가 등장하였다고 하여, 그 영화가 지니고 있는 서사를 즉시 사실로 납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물, 배경, 사건이라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실화 기반’을 표방한 작품들마저, 등장 이후에는 인터넷에 실제와의 차이점이 범람한다.


결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예술이란 실제보다 더 낫게 재현하거나 못하게 재현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실화 기반’이라는 타이틀 역시 재현의 형태에 따라서 현실과의 격차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표면적인 조건은 우리가 이야기에서 현실을 읽을 수 있는 대전제가 되어주지 못한다. 역사서에서 읽었던 내용이 내 앞에서 재현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전부 ‘있었던 일’로 규정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소재로써의 조건이 아닌 방법으로써의 조건으로 접근한다면 어떨까? 서사란 실제의 모방이며 재현이라 한다면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론 역시 실재할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당신이 당신의 일기들을 통해서 자신의 역사를 작품으로 재구축한다고 가정해보자. 당신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개인차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나는 대다수가 선별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 상정한다. 인간의 하루의 역사만으로도 이미 기록은 그 물리적 한계를 훨씬 벗어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몇 년 혹은 몇 십 년의 역사를 옮기는 데에 있어서 선별은 필수불가결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개념을 뒤집어서 사고해보자. 무언가를 '선별' 한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면 무언가를 ‘탈락’ 시키는 것이다. 선별과 탈락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건, 재구성하는 주체가 기록의 내부에서 우열을 정립한다는 뜻이다. 좀 더 욕망의 언어에 가깝게 번역하자면 ‘드러내고 싶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나누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의식의 구조가 이른바 ‘자전적 작품’을 구성하는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일을 기록함에 있어 결국은 나의 욕망이 이끄는 하에서 ‘드러내기 싫은 것’들을 탈락시키는 선별 작업을 거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마도, 이 과정에서 제거되는 것은 ‘수치심’일 것이라 예상된다. 마사 누스바움은 자신의 저서 <혐오와 수치심>에서 수치심을 ‘이상적인 상태에 도달하지 못해 고통스러운 감정’으로 규정한다. 이것을 기반으로 판단한다면 각자는 각자가 가지는 자신의 이상적인 형상을 가지고 있을 것이며 그것을 훼하는 장면들을 제거해낼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상적인 모습만을 선별하기 보다는 이상으로부터 먼 모습들을 탈락시킨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너무나 자명한데, 인간은 그 누구도 자신의 이상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거나 살아간 적이 없을 것이기 때문으로, 이상적이지 않은 자신의 모습은 특별히 무언가를 위배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이상으로부터 멀어지려는 몸부림이 자신의 내면을 쓰라리게 만드는 것뿐이다.

덕분에 작품에 자기 역사를 담는다는 것은 그 안의 고통을 넘어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자칫 잘못해 선별의 기준을 좁히게 되면 오직 자신의 광명만을 그럴싸하게 묘사한 프로파간다가 탄생한다. 혹은, 스스로의 어두운 면을 선별해놓고도 그것을 재현하는 방식에 있어서 지나친 자기변호와 옹호로 점철될 수도 있다. 애석하게도 작품을 접하는 수용자들은 그것을 너무나도 쉽고 빠르게 인지해낸다.

그래서 다시금 최초의 질문으로 돌아가 나 스스로 답해본다면, 나는 작가라는 주체가 자신의 수치심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다고 느낄 때 비로소 이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사실’을 담고 있음을 느낀다. 그것은 단순히 작가가 자신의 치부를 작품에 담았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그러한 발견들은 작가인 자신이 무엇을 작품의 소재로써 선별해냈는지를 드러내어준다. 그들은 자신의 내부에서 다름이 아닌 ‘수치심’을 선별해낸 뒤, 자기연민이나 변호로 보이지 않도록 세심한 세공을 거친다. 이러한 조심스러움이 있다면 그 서사가 실제의 인물과 배경, 사건을 다루지 않더라도 이야기에서 강렬한 진실성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2.
작가 송아람의 작품들의 힘은 리얼리티에 있다. 그의 작품에서 진실성을 배제한다면 아무런 매력이 없을 수도 있다. 이는 혹평이 아니다. 반대로 작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단점을 리얼리티 하나로 상쇄시키고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가 작품에서 보여주는 리얼리티는 너무나도 강력하다. 이러한 강렬한 힘의 뒤에는 분명 그가 삶에서 마주한 ‘수치심’을 미세하게 깎아낸 섬세한 세공능력이 있을 것이다. 


송아람의 대표작 <자꾸 생각나>는 만화가를 지망하는 블로거 장미래와 최근에 작품을 출판했지만 여전히 생활고에 시달리는 만화가 최도일을 중심으로 이어진다. 각자 연애의 대상이 있음에도 서로에게 이끌리던 이들은 결국 자신의 기존 관계를 무너뜨리고 서로에게 다가간다. 이 이야기를 소위 말하는 ‘불륜 미화’나 ‘내로남불’ 따위로 인지하지 마시라. 이 둘의 이야기를 지탱하는 것은 다름 아닌 지리멸렬이다. 두 사람은 현재의 관계, 그리고 서로를 향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거짓과 눈속임을 동원한다. 이들의 행위 안에서 자신이 현재 만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은 그런 것을 챙길 여유가 없다. 삶은 찌들고, 현실이란 칼날은 목 앞까지 다가와 있는데 상대방은 언제나 자신을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어찌 보면 이들은 서로에게 죄어오는 삶의 탈출구가 되어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이 거짓을 동원하는 이유는, 그것이 탈출구인지 앎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윤리적인 문제를 인지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차, 마치 이 둘의 옹호처럼 보이는 설명이었을까? 이런 설명이 ‘지리멸렬’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바로 그것이 <자꾸 생각나>의 포인트다. 작가 송아람은 이 두 인물로부터 독자를 완전히 분리하지도, 또한 완전히 동일시시키지도 않는다. 이들의 행동양태는 보는 사람들로 손사래를 칠 만큼 보기 안쓰럽지만, 그들이 그런 선택으로 향하는 감정에는 나도 모르게 동조하게 된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송아람의 가장 큰 무기 중 하나는 상황적 보편성의 취득이다. 그가 만드는 모든 장면들은 실재하는 어떤 장면들이 그대로 수록되어 있는 느낌을 준다. 특히, 인물들의 대사들은 현재 지구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는 장면을 그대로 찾아가 필사한 것처럼 매끈하게 현실적인 터치를 완성한다. 이런 대사를 완성은 작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말의 불완전성, 불가능한 언행일치의 일상성에서 기인한다. 단순히 인물들이 들키지 않기 위한 거짓을 말함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그 이상으로, 이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감정과 반대되는 말을 던진다. 이유는 다양하다. 마음을 들키지 않기 위해, 상대를 상처 입히지 않기 위해 또는 상대를 상처입히기 위해.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가 수많은 작품을 ‘가짜’라고 쉽게 여기는 이유는 말의 도구적 운용에 있다. 그곳의 인간들은 너무나도 정직하고, 확실하고, 필요에 의한 단어들을 던진다. 허나 애석하게도 인간의 말이란 정직의 심벌이 될 수 없다. 우리는 많은 경우 자신의 이상적 모습에 가까워지기 위해 말을 이용한다. 그것은 말이 그 목적에 다가가기 가장 유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이 자신의 이상에 가까워질수록 자신의 본질과 괴리감을 느낀다. 그렇다, 이것이 누스바움이 말하는 수치심과 연결된다. <자꾸 생각나>의 말들은 모두 수치심을 기반으로 하고 있거나 수치심을 증가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며, 그것이 독자들 내면의 스위치가 누르는 결과를 만든다. 이것이 <자꾸 생각나>가 공감을 만드는 방법론이다.

하지만 선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아 널려져 있는 것 같은 컷의 구성들. 각각의 사이즈가 너무도 흡사해 서로가 구분되지 않는 컷들. 단조로운 채색. 언제나 비슷한 인물의 사이즈 등은 독자들이 이 작품의 내부에 들어오는 것을 의도적으로 방해한다. 이런 구성이 작 중 중요 인물들의 행위를 마치 투명 박스 안의 햄스터를 보듯 보이게 만들어, 독자들을 작품으로부터 유리시킨다. 감정적 동조를 바탕으로 하되 형식적인 소격효과를 삽입함으로써, <자꾸 생각나>는 독자로 하여금 양가적인 시선으로 작품을 보게 만든다. 이 아슬아슬한 밸런싱이야말로 작가인 송아람이 만들어낸 가장 놀라운 성취다.

게다가 그는 작품 내에서 이러한 담론 - 창작물 내부의 진실성에 대해서 논하기도 한다. 나는 이 이야기가 현실적인 연애담으로만 읽히지 않는다. 이것은 예술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는 작품의 주요 인물들을 만화가로 배치함으로써, 이 ‘지리멸렬함’ 내부에서 이야기가 어떻게 발달해 나가는 가를 꼼꼼히 그린다. 요컨데 308쪽의 도일의 말 "내가 <진실된> 만화를 그리자고 했지, 언제 <사실만을> 그리자고 했냐?", 403쪽의 "네. 미래씨가 하고 싶은 얘기, 미래씨 마음 속의 얘기-", 451쪽의 "나중에 만화로 만들더라도 그대로 쓰진 않을 거구요."같은 대사들이 이를 증명한다. 송아람은 <두 여자 이야기>의 작가의 말 부분에서 사람들로부터 ‘실제로 있었던 일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사실 이는 <두 여자 이야기>에 국한된 질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가 창출해내는 놀라운 리얼리티들을 보고 있자면, 누구나 이것이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고 믿게 될 테니까. 위에 늘어놓은 대사들은 송아람 본인이 내놓고 싶은 대답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그를 통해, 이 방황하는 인간들이 이 긴 이야기 안에서 무엇을 양분으로 사용하려고 하는지 까지 말해주려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니 <자꾸 생각나>를 보고 ‘작가의 경험담일까?’라는 질문을 갖는 것은 무의미할 것이다. 작가는 이미 작품의 내부에서 그 대답을 내놓고 있으니까. 독자들이 본 이야기는 언젠가 있었던 '사실'은 아니지만, 송아람이라는 인간이 느꼈던 '진실'의 편린들이다. 

3.
중국의 다큐멘터리 감독 왕빙은 정성일 감독의 영화 <천당의 밤과 안개>에서 이런 말을 한다. “예술에서의 진실은 사전적 진실과는 다르다. 예술에서의 진실은 감정의 진실이어야 한다.” 하지만 감정의 진실을 완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감정이란 바다와 같아서 언제나 유동적이며 양가적이다. 우리가 감정의 사실들 안에서, 필요한 것들을 진실이라 여기고 선별하려고 할 때에 누락이 발생하며 이 누락이 진실을 흐리기 때문이다. 우리가 감정의 진실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각자의 불완전성과 직접 대면해야 한다. 이 과정은 언제나 고통스럽고, 때로는 외면 받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모든 시대가 외면 받은 감정의 진실을 정면으로 내거는 작품들을 필요로 한다. 송아람이 <자꾸 생각나>를 통해 보여준 수치심의 세공, 그리고 그와 동시에 보여준 사실과 진실의 분리의 필요성을 굳이 한 번 더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가 또 다시 보여줄 마술이 기대되지만, 그 결과물이 도착하는 시간이 더 늦어진대도 상관없다. 섬세한 세공은 언제나 긴 시간을 필요로 하니까.
만화리뷰
이 좋은 걸 어떻게 전달할까? - 인생론 vs. 자기계발 vs. 코믹 에세이
이복한솔
2019.01.22
야마시타 히데코가 만든 조어 ‘단샤리(断捨離)’는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생활의 조화를 꾀하는 삶의 방식과 실천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관리할 물건이 적으면 가사 부담이 줄어들고, 이로써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편, 사사키 후미오 등은 '단샤리'를 불필요한 물건을 (잔뜩) 버리는 행위를 뜻하는 동사로 사용한다. 적게 소유하고 정리정돈에 마음을 쓰는 삶의 방식은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를 따로 사용한다. 용어를 사용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그들은 강연, 인터넷, 출판 등을 매개로 단샤리/미니멀리즘을 알렸다.
좁은 방을 나서며
박근형
2019.01.22
통제와 교화의 수단으로써의 감옥은 사회 유지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그러나 시대적 환경에 따라 개인성을 말소하고, 자유를 구속시킬 수 있는 합법적인 수단으로써의 전체주의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신체와 사고의 부자유가 강요되는 곳, 작가 김홍모는 그 좁은 방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좁은방>을 발표했다. 그는 다수의 어린이 만화를 그렸을 뿐 아니라, <빨간약>, <내가 살던 용산>, <떠날 수 없는 사람들>과 같은 르포 만화에도 참여하였다. <좁은방>은 지금은 없어진 웹툰 플랫폼 <어른>에서 2015-2016년 연재되었고, 2018년 2월 보리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안녕(安寧)’한 풍경에 가닿기 위한 어떤 상상력
지덕재
2019.01.22
2016년 12월부터 레진코믹스에 연재되고 있었던 다드래기 작가의 웹툰 <안녕 커뮤니티>가 곧 완결을 맞이한다. (마지막 화가 2019년 2월 3일자로 등록) 웹툰 <안녕 커뮤니티>는 재개발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청암시 청암진구 문안동 12통과 13통, 14통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일상을 잔잔하게 포착한 드라마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나이는 45년생에서 55년생 사이로 대개 환갑을 넘겨, 지방 중소도시의 높은 노령인구 비율을 연상시킨다.
츠즈이 씨와 츠즈이의 나날
이복한솔
2018.12.25
오타쿠 겸 동인녀는 픽션을 진지하게 소비한다. 원작자가 소개하지 않은 부분까지 연구하고 유추해내기를 좋아한다. 특히 두 명 이상의 남성이 참가하는 연애나 성애를 다룬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또 뭐가 있을까? 필자가 아는 것은 많지 않다.
그래픽노블로 다시 태어난 톨스토이의 고전
박근형
2018.12.21
모든 위대한 예술가와 사상가들이 그렇듯 톨스토이의 삶과 사상과 문학 역시 분리될 수없이 밀접했다. 귀족가에서 태어난 톨스토이는 젊을 적 농민의 계몽에 실패한 후 노름과 색욕에 빠졌고, 이는 이상주의, 금욕주의를 추구하고자 하는 그의 사상과는 괴리가 있는 것이었다. 현실의 욕구와 정신적 이상 사이의 모순에서 찾아오는 정신적 고통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예술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거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예요?”
이선인
2018.12.21
한 가지 질문. 어떠한 이야기를 접했을 때, 그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을까? 만약 그런 경험이 있다면 도대체 어떤 조건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을까?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조건은 실존하는 무언가가 등장하는 것이다. 내가 아는 장소, 내가 아는 인물, 내가 아는 사건이 등장하는 순간 그것의 실재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 조건이 될까? 영화에 당신이 아는 장소가 등장하였다고 하여, 그 영화가 지니고 있는 서사를 즉시 사실로 납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물, 배경, 사건이라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실화 기반’을 표방한 작품들마저, 등장 이후에는 인터넷에 실제와의 차이점이 범람한다.
2018년, 웹툰에서 느끼는 공포의 감각
지덕재
2018.12.21
네이버 웹툰은 국내 최대의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웹툰 플랫폼이다. 네이버 웹툰은 2011년부터 매해 릴레이 단편을 선보이고 있다. 2011년 ‘미스테리 단편’으로 시작한 릴레이 단편 시리즈는 2012년 ‘지구가 멸망한다면’, 2013년 ‘전설의 고향’으로 이어지며 2018년에는 ‘재생금지’ 시리즈를 한시적으로 연재했다. 네이버 웹툰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연재된 이 시리즈는 매해 웹툰 팬들과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무슨 만화? 이런 만화!
지덕재
2018.12.04
요즘 SNS를 활발히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도트 그림으로 된 4컷 개그 만화를 한 번쯤은 본 적 있을 것이다. 요리 재료의 복수를 하러 오는 요리의 요정이라든가, 헤어진 애인 사진을 태우려다 집(초가삼간)을 불태워버리는 극단적인 4컷 만화 말이다. 바로 ㅇㅇㅇ(정세원)님의 만화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정사각형의 4컷 만화를 연재하던 ㅇㅇㅇ님은 어느 뜨겁던 올해 여름날, <무슨 만화>란 제목의 네모난 ‘네컷만화집’을 냈다. 독립서점과 출판을 겸하는 유어마인드에서 제작을 맡은 <무슨 만화>는 알라딘 만화 순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더니, 급기야는 출간 세 달 만에 알라딘에서 선정하는 ‘2018 올해의 책’에까지 랭크되기에 이른다. 인디만화가 쏘아올린 공치고는 대단히 위력적이다. 도대체 이 엉뚱한 만화가 지닌 매력은 무엇일까?
연대의 드라마
박근형
2018.11.23
웹툰은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만큼 소재의 대중성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미디어다. 그러나 <100℃>, <대한민국 원주민>,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와 같은 작품들로 이미 저력을 보인 최규석 작가는 <송곳>으로 ‘노동권’과 같은 시사성 짙은 소재의 웹툰도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송곳>은 프랑스의 유통 기업인 까르푸가 이랜드 홈에버에 매각되면서 발생했던, 2003년 까르푸 중동점의 노조 투쟁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홈에버의 현재 이름은 홈플러스다. <송곳>은 2014년 오늘의 우리 만화에 선정되었고, 2015년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며, 연재가 종료된 후인 2018년에도 부천만화대상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마당’을 지키려 한 마당 씨
이선인
2018.11.12
혹시 만화잡지 [팝툰]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씨네21] 편집부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성인 지향’의 만화잡지였던 [팝툰]은, 웹툰에 그다지 적응하지 못했던 나에게 있어서 연재만화와 재회하게 만들어 준 고마운 매개였다. 빠르게 홍보물을 받아보지 못했던 탓에 월간으로 전향한 뒤에야 접하긴 했지만 늦지 않게 강경옥의 <설희>, 한혜연의 <애총>, 조경규의 <팬더 댄스>와 <차이니즈 봉봉 클럽>, 토마의 <속 좁은 여학생>등 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바스티앙 비베스의 <그녀(들)>을 연재로 보는 경험은 덤이었다.) 물론 당시의 나에게조차 [팝툰]의 창간과 연재는 무모한 시도로 보였는데, 그러한 기우는 너무나 운명처럼 현실이 되었다. (아마도) 2010년 3월에 [팝툰]은 무기한 휴간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흩어졌다.
검둥이 이야기
이복한솔
2018.11.05
한번 꼬아 양끝을 붙인 뫼비우스의 길 (윤필 작) 이복한솔(만화평론가) 어느 작가는 인식과 표현의 한계를 아쉬워했다. “의인화를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다”고. 실버백 마운틴 고릴라를 글로 묘사하면서 “고릴라 눈에는 우리가 어떻게 보일까 상상...
유미의 세포들
지덕재
2018.10.25
유미 씨,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이동건 작) 지덕재(만화평론가) 네이버 웹툰에서 2015년 4월 1일부터 연재 중인 은 네이버가 자랑하는 인기 작품이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주 2회 연재되는 은 해당 요일 인기 순위 1, 2위...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박근형
2018.10.24
흰띠들에게 보내는 편지 (돌배 작) 박근형(만화평론가)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 다양한 문화, 인종의 사람들이 녹아드는 미국 사회를 일컫는 개념입니다. 학창시절 사회 교과서에 종종 등장했던 이 단어는, 다원화된 다문화 사회보다는...
후르츠 바스켓 (FRUITS BASKET)
이복한솔
2018.10.08
먼치킨 전설 오니기리맨 (타카야 나츠키 작) 이복한솔(만화평론가)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동서고금 이야기꾼들의 연구대상으로, 주인공이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혹은 철저하게 패배하는) 이야기는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장애물은 시대와 유행에 따...
아무튼 나는 프랑스에 산다
이선인
2018.10.02
아무튼, 그는 프랑스에 살고 있는 듯 하다. (박윤선 작) 이선인(만화평론가) 2015년에 장강명의 소설 가 베스트 셀러에 진입했다. 는 한국에서의 업무에 지친 한 20대 청년이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
여중생A
지덕재
2018.09.21
‘다시쓰기’를 통해 성장한 모두에게 바치는 찬가 (허5파6 작) 지덕재(만화평론가) 들어가며 : ‘읽기 전용’ 삶 - 현실과의 거리두기 를 이루는 주요 재료는 바로 ‘2000년대 초반에 10대였던 사람이 실제로 겪었던 순간들’이다...
내 친구 다머
이복한솔
2018.09.12
그래픽 노블로 읽는 범인전 - 범죄자를 다룬 전기문학 (더프 백더프 작) 이복한솔(만화평론가) 그랜트 우드의 회화 은 요모조모 뜯어보는 재미가 있다. 갈퀴를 든 남자와 비스듬히 선 여자, 두 사람의 표정이 참 딱딱하다. 고딕 회화에 ...
아스테리오스 폴립
박근형
2018.09.10
나를 완성하는 여정 , 데이비드 마추켈리 박근형(만화평론가)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는데.” 아픈 발바닥을 들여다보며 중년 남자는 이혼한 아내를 떠올린다. “‘구두다움의 본질’의 반격이 아닐까?” 남자의 말에 아내는 웃으며 답했더랬다. ...
며느라기 (며느리의, 며느리에 의한, 며느리를 위한)
이선인
2018.09.07
민사린님의 상태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수신지 작) 이선인(만화평론가) 2014년 말부터 지금까지는 어떤 면에서 가장 놀라운 한국 사회의 면면을 보인 시대다. 페미니즘이 사회 전반에 이토록 강인하게 대두된 적이 있을까. 우리들에게 있어 항상 ‘...
소녀신선
지덕재
2018.09.06
일상과 판타지, 전통과 현대 사이의 ‘신선한’ 대화 (효미 작) 지덕재(만화평론가) 은 다음 웹툰에서 2016년 6월 28일부터 지금까지 연재 중인 작품이다. 주로 작화가로 활동했던 작가 ‘효미’가 스토리 창작도 함께 맡은 첫 번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