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연대의 드라마
<송곳> (최규석 작)
박근형 (만화평론가) 2018.11.23

웹툰은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만큼 소재의 대중성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미디어다. 그러나 <100℃>, <대한민국 원주민>,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와 같은 작품들로 이미 저력을 보인 최규석 작가는 <송곳>으로 ‘노동권’과 같은 시사성 짙은 소재의 웹툰도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송곳>은 프랑스의 유통 기업인 까르푸가 이랜드 홈에버에 매각되면서 발생했던, 2003년 까르푸 중동점의 노조 투쟁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홈에버의 현재 이름은 홈플러스다. <송곳>은 2014년 오늘의 우리 만화에 선정되었고, 2015년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며, 연재가 종료된 후인 2018년에도 부천만화대상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노동이라는 기호로 학습된 사회적 프레임을 떠올려본다. 자본주의, 기득권층, 기업과 같은 악한 강자들과 민중, 노동자와 같은 선한 약자의 구도를 연상케한다. <송곳>은 이러한 클리셰를 답습하지 않는다. <송곳>에서 그리는 것은 원론적인 계급투쟁이 아닌, 노동권을 지키려는 인간 드라마다. 최규석 작가가 오랜 취재로 공들여 표현한 현실성이 드라마에 힘을 더한다. 그들이 사수하고자 하는 것은 노사 갈등이라는 관념적인 언어 뒤,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받는 평범한 삶이다.

 

 


 

이 주제 의식은 부진노동상담소 소장인 구고신의 대사를 통해 명백히 드러난다. “패배는 죄가 아니오! 우리는 달리기를 하는 게 아니라 삶을 사는 거요. 우리는 패배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거요. 우리의 국가는 평범함을 벌주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오! 우리는 벌 받기 위해 사는 게 아니란 말이오!”

 

주인공 이수인은 외국계 대형마트 푸르미의 청과 과장이다. 그는 그의 가치관에 반하는, 정의롭지 못한 일을 묵인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 일들이란 대부분 당시 한국 사회의 통념상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출세와 꼰대’가 대변하는, 사회의 기준에 걸맞은 어른이 되기 위해 수인은 육군사관학교에 진학한다. 그러나 군대에도 블랙홀은 산재했다. 그는 원했던 꼰대가 되지 못한 채 제대하고 프랑스계 유통기업에 취업한다. 수인은 그곳에서는 가만히 세상에 물들고자 하나, 또다시 그는 ‘송곳’처럼 튀어나오고 만다. 부당해고 지시를 거부하고 노조에 가입한 것이 원인이었다.

‘모든 곳에서 누군가의 걸림돌’로 자신을 규정했던 그는 일동점 노조를 조직하기 위해 부진노동상담소를 찾는다. 수인은 그곳에서 노무사 구고신을 통해 존재의 전회를 맞는다. “그런 시절부터 피 흘려가며 만든 법이야, 노동법이. 누가? 당신 같은 사람들. (...) 세상의 걸림돌 같은 인간들.”

 

부진노동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 구고신은 작품 내 가상의 지역인 부진시 전역에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운동을 돕는다. 고신은 푸르미 노조 일동지부를 결성하는 것부터, 수많은 고락을 수인과 함께한다. 고신은 더 큰 목표를 위해 작은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하여 올곧은 성격의 수인과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푸르미 일동점 노조 간부도 참가한 부진일반노조 환경지부 야유회에서, 어리숙해 보이는 젊은 경찰에게 고신은 고압적으로 행동한다. 항의하는 수인에게, 고신은 모인 사람들의 삶의 무게를 상기시킨다. “저 사람들 환경과 9급 공무원이 하느님 같은 사람들이오. 오늘 여기 모인 것만으로도 인생을 건 도박을 하는 거라고. (...) 폭력을 쓰느냐 마느냐는 나에게 힘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지, 그것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오. 해야 하고, 해도 되면, 하는 거요.”

 

 


 

‘해야 하는가? 해도 되는가?’ 목적과 수단, 행하는 주체와 그 대상에 대한 윤리를 고려하였는지,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은 후에 수인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힘겹게 시작한 파업은 곧바로 송 부장에 의해 난관을 맞는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수인은 젠더 권력의 약자인, 유일한 여자 부장인 송 부장에게 욕설을 한다. 그렇게 그녀를 매장에서 쫓아냄으로써 사측과 노조의 물리적 충돌은 피할 수 있었다. 수인 개인의 신념으로 비추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알면서도 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일로 수인은 파업이 끝나고 복귀하는 날, 동료들에게 인사도 남기지 못하고 일동점을 떠나고, 작가 인터뷰에 따르면 ‘이수인 본인도 20년은 후회할 일’로 남는다. 수인이 줄곧 바라왔던 대로 규칙과 규율이 비인간성에 기대지 않고 합리적으로 작동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매사 능청맞지만 강인해 보였던 고신은 과거 노동운동 시절의 고문 후유증으로 만성 신부전을 앓고 있다. 어느 날 그를 고문했던 경찰 연상길이 그의 사무소가 있는 건물의 경비원으로 우연히 취직한다. 게다가 그가 복직을 도왔던 부진교통의 성학이 분신자살하자 고신은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빠르게 쇠약해져 간다. 다른 사람의 삶을 망칠까 두렵다는 수인에게 그건 지병 같은 것이라고 담담하게 표현했던 고신은, 성학의 장례식에서 ‘내가 죽인 것’이라는 회한을 뱉는다.

푸르미 일동지부 노조가 사측에서 건 압류의 압박으로 전원 파업에서 간부파업으로 전환하고 맞이한 설. 고신은 마지막 인사를 하듯 그가 참여했던 현장들과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찾는다. 그리고 과거 고신이 고문을 못 이겨 이름을 적은 바람에, 마찬가지로 고문을 당해 다리가 망가진 후배 정환을 마주친다. 정환은 사측 노무사로 활동하며 이른바 노조깨기로 활약 중이었다. 그가 변절한 계기는 노동운동의 성과로 강성해진 노조가 또 다른 약자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모습 때문이었다.

 

정환은 고신에게 묻는다. “선배는 어떻게 버텨? 아니... 왜 버텨? (...) 나도 좀 압시다. 어떻게 그렇게 위대할 수 있는지. 예?”

 

 


 

정환의 질문을 듣는 고신은 시선은 다음 컷의 정환의 목발로 이어진다. 그리고 고신은 다리를 다친 젊은 정환과의 기억을 떠올린다. 젊은 고신의 시선도 목발과 다리로 향한다. 젊은 정환의 다리에서 멈춘 회상은 현재의 정환의 다리를 그린 컷으로 이어진다. 정환이 첫 등장하는 장면에서도 고신의 시선은 정환의 다리를 먼저 바라본 후 얼굴로 향한다. 이러한 연출은 고신이 정환에 대한 죄책감을 줄곧 가져왔음을 드러낸다. 고신의 친구들이 고신이 성치 않은 몸으로 아직도 노동 현장에 남아있는 것을 “세상에 대한 복수이자 지가 망친 인생들에 대한 부채”라고 지적했던 것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푸르미 일동지부 노조 결성 초기, 조합원이 쉬이 모이지 않자 울분을 토로하는 노조원들에게 고신은 일갈한다. “한심하고 갑갑해 보여도 그 사람들이 당신 싸움의 수단이고 목적이오. 그 사람들 없으면 당신들도 없다고.”

 

 


 

아마 그것은 고신 자신의 수단이고 목적이기도 할 것이다. ‘선한 약자’가 아닌 시시하고 구질구질한 그냥 인간. 그런 인간이 누려야 할 권리. 약자에게 가장 필요한 사회적 연대는 그것에 대한 믿음으로부터 출발한다. 수인이 노조활동으로 급여가 삭감되어 갈등을 겪는 조합원들에게, 그리고 노조 간부들과 노동운동가들에게 한 발언 역시 그 맥락을 따른다. “탈퇴한 분들은 배신자가 아닙니다. 모두가 같은 무게를 견딜 수는 없습니다.(...) 더 절실한 사람들에게 열려있지 않은 노조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조합원들과의 관계가 다 깨져버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틀어지면 회사보다 서로를 더 미워하게 돼요! 싸움 끝나면 같이 한 공간에서 일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정체된 도로 위로 폭설이 내린다. 고신이 차에서 내려 쌓인 눈사람을 만들자, 뒤이어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즐겁게 눈사람을 만들기 시작한다. 고신이 걸어온 길을, 그리고 그가 바란 희망적인 사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 풍경을 바라보던 고신은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데 연이어 고가 다리를 아래서 위로 바라보는 컷이 등장한다. 그가 쓰러진 장소를 시각적으로 보여줌과 동시에, 그의 인생이 “고도성장의 뒷면, 아랫부분,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수많은 콘크리트, 철근, 전선들이 얽히고 섞여서, 누군가에게는 씽씽 달릴 수 있는 이 다리를 지탱하던 노동의 공간을 버티는 것”(<정제된 언어, 화려한 연출의 냉정한 무채색의 세계>, 한상정, 황해문화 통권 98호)이었음을 대변한다. 고신이 입원한 병원의 로비에는 그를 염려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다. 그가 잇고, 만들어내어 살린 연대의 풍경이다.

 

일동지부의 총파업은 간부 파업으로 전환되고, 내부 분열을 겪으며 마침내 수인의 1인 농성으로 이어진다. 조합원 간의 갈등으로 배척받기도 하고, 기존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끌어내리면서까지 수인은 자리를 지켜, 극적으로 회사와 교섭할 기회를 잡는다.

그러나 교섭 조건에는 수인의 전출이 있었다. 홀로 연수원으로 옮겨온 수인의 자리에는 컴퓨터는커녕 종이 한 장도 없다. 결국 그는 컴퓨터를 쓰기 위해 PC방을 찾았다가, 일동점 조합원들이 보낸 메일을 발견한다.

 

 


 

일동지부는 조합원들의 의식수준이 낮고 이수인, 주강민 둘의 신망으로 유지된다고 평가받았던 조직이었다. 처음에는 과장으로써의 수인을 불편해하며 거리감을 느끼고, 후에는 노조 간부로서의 수인에게 의지했던 사람들은 이제 스스로 선거를 통해 다음 지부장과 사무장을 선출하고, 사측에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하고, 조합원들을 늘려간다. 과격하고 피상적인 계급투쟁 논리를 내세운 직업 운동가들과 연대했던 본조가, 단협을 체결하고 사무실을 얻는 성과는 남겼지만 조합원은 거의 잃어버렸던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일동지부는 자생하고, 고신도 회복하며, 수인도 노조활동을 이어간다. <송곳>의 결말은 희망적이다. 그러나 <송곳>과 영화<카트>라는 두 작품이 탄생할 정도로 길고 치열한 노사 갈등을 겪어온 홈플러스(전 까르푸, 홈에버)는 최근 다시 비정규직 계약 종료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다.

4권 마지막, 이수인은 부조리가 만연한 현장을 둘러보며 독백한다.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가끔 고장 난 신호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의 신호등은 모두 꺼져 있다. 대체 이 신호등들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 푸르미 일동점 의 싸움은 그들의 신호등을 다시 켜기 위함이었다. 2018년, 아직도 도처에 등이 꺼져있다. 그 어둠을 밝힐 불씨가 하루빨리 밝혀지기를, 그리하여 전복된 일상이 더 나은 내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만화리뷰
이 좋은 걸 어떻게 전달할까? - 인생론 vs. 자기계발 vs. 코믹 에세이
이복한솔
2019.01.22
야마시타 히데코가 만든 조어 ‘단샤리(断捨離)’는 불필요한 물건을 줄이고 생활의 조화를 꾀하는 삶의 방식과 실천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관리할 물건이 적으면 가사 부담이 줄어들고, 이로써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편, 사사키 후미오 등은 '단샤리'를 불필요한 물건을 (잔뜩) 버리는 행위를 뜻하는 동사로 사용한다. 적게 소유하고 정리정돈에 마음을 쓰는 삶의 방식은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를 따로 사용한다. 용어를 사용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그들은 강연, 인터넷, 출판 등을 매개로 단샤리/미니멀리즘을 알렸다.
좁은 방을 나서며
박근형
2019.01.22
통제와 교화의 수단으로써의 감옥은 사회 유지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그러나 시대적 환경에 따라 개인성을 말소하고, 자유를 구속시킬 수 있는 합법적인 수단으로써의 전체주의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신체와 사고의 부자유가 강요되는 곳, 작가 김홍모는 그 좁은 방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좁은방>을 발표했다. 그는 다수의 어린이 만화를 그렸을 뿐 아니라, <빨간약>, <내가 살던 용산>, <떠날 수 없는 사람들>과 같은 르포 만화에도 참여하였다. <좁은방>은 지금은 없어진 웹툰 플랫폼 <어른>에서 2015-2016년 연재되었고, 2018년 2월 보리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안녕(安寧)’한 풍경에 가닿기 위한 어떤 상상력
지덕재
2019.01.22
2016년 12월부터 레진코믹스에 연재되고 있었던 다드래기 작가의 웹툰 <안녕 커뮤니티>가 곧 완결을 맞이한다. (마지막 화가 2019년 2월 3일자로 등록) 웹툰 <안녕 커뮤니티>는 재개발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청암시 청암진구 문안동 12통과 13통, 14통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일상을 잔잔하게 포착한 드라마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나이는 45년생에서 55년생 사이로 대개 환갑을 넘겨, 지방 중소도시의 높은 노령인구 비율을 연상시킨다.
츠즈이 씨와 츠즈이의 나날
이복한솔
2018.12.25
오타쿠 겸 동인녀는 픽션을 진지하게 소비한다. 원작자가 소개하지 않은 부분까지 연구하고 유추해내기를 좋아한다. 특히 두 명 이상의 남성이 참가하는 연애나 성애를 다룬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또 뭐가 있을까? 필자가 아는 것은 많지 않다.
그래픽노블로 다시 태어난 톨스토이의 고전
박근형
2018.12.21
모든 위대한 예술가와 사상가들이 그렇듯 톨스토이의 삶과 사상과 문학 역시 분리될 수없이 밀접했다. 귀족가에서 태어난 톨스토이는 젊을 적 농민의 계몽에 실패한 후 노름과 색욕에 빠졌고, 이는 이상주의, 금욕주의를 추구하고자 하는 그의 사상과는 괴리가 있는 것이었다. 현실의 욕구와 정신적 이상 사이의 모순에서 찾아오는 정신적 고통은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예술의 원동력이 되었다.
“이거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예요?”
이선인
2018.12.21
한 가지 질문. 어떠한 이야기를 접했을 때, 그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을까? 만약 그런 경험이 있다면 도대체 어떤 조건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을까?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조건은 실존하는 무언가가 등장하는 것이다. 내가 아는 장소, 내가 아는 인물, 내가 아는 사건이 등장하는 순간 그것의 실재에 대해 어느 정도 신뢰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 조건이 될까? 영화에 당신이 아는 장소가 등장하였다고 하여, 그 영화가 지니고 있는 서사를 즉시 사실로 납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물, 배경, 사건이라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실화 기반’을 표방한 작품들마저, 등장 이후에는 인터넷에 실제와의 차이점이 범람한다.
2018년, 웹툰에서 느끼는 공포의 감각
지덕재
2018.12.21
네이버 웹툰은 국내 최대의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웹툰 플랫폼이다. 네이버 웹툰은 2011년부터 매해 릴레이 단편을 선보이고 있다. 2011년 ‘미스테리 단편’으로 시작한 릴레이 단편 시리즈는 2012년 ‘지구가 멸망한다면’, 2013년 ‘전설의 고향’으로 이어지며 2018년에는 ‘재생금지’ 시리즈를 한시적으로 연재했다. 네이버 웹툰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연재된 이 시리즈는 매해 웹툰 팬들과 네티즌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무슨 만화? 이런 만화!
지덕재
2018.12.04
요즘 SNS를 활발히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도트 그림으로 된 4컷 개그 만화를 한 번쯤은 본 적 있을 것이다. 요리 재료의 복수를 하러 오는 요리의 요정이라든가, 헤어진 애인 사진을 태우려다 집(초가삼간)을 불태워버리는 극단적인 4컷 만화 말이다. 바로 ㅇㅇㅇ(정세원)님의 만화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정사각형의 4컷 만화를 연재하던 ㅇㅇㅇ님은 어느 뜨겁던 올해 여름날, <무슨 만화>란 제목의 네모난 ‘네컷만화집’을 냈다. 독립서점과 출판을 겸하는 유어마인드에서 제작을 맡은 <무슨 만화>는 알라딘 만화 순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더니, 급기야는 출간 세 달 만에 알라딘에서 선정하는 ‘2018 올해의 책’에까지 랭크되기에 이른다. 인디만화가 쏘아올린 공치고는 대단히 위력적이다. 도대체 이 엉뚱한 만화가 지닌 매력은 무엇일까?
연대의 드라마
박근형
2018.11.23
웹툰은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만큼 소재의 대중성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미디어다. 그러나 <100℃>, <대한민국 원주민>,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와 같은 작품들로 이미 저력을 보인 최규석 작가는 <송곳>으로 ‘노동권’과 같은 시사성 짙은 소재의 웹툰도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송곳>은 프랑스의 유통 기업인 까르푸가 이랜드 홈에버에 매각되면서 발생했던, 2003년 까르푸 중동점의 노조 투쟁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홈에버의 현재 이름은 홈플러스다. <송곳>은 2014년 오늘의 우리 만화에 선정되었고, 2015년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며, 연재가 종료된 후인 2018년에도 부천만화대상 대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마당’을 지키려 한 마당 씨
이선인
2018.11.12
혹시 만화잡지 [팝툰]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씨네21] 편집부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성인 지향’의 만화잡지였던 [팝툰]은, 웹툰에 그다지 적응하지 못했던 나에게 있어서 연재만화와 재회하게 만들어 준 고마운 매개였다. 빠르게 홍보물을 받아보지 못했던 탓에 월간으로 전향한 뒤에야 접하긴 했지만 늦지 않게 강경옥의 <설희>, 한혜연의 <애총>, 조경규의 <팬더 댄스>와 <차이니즈 봉봉 클럽>, 토마의 <속 좁은 여학생>등 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바스티앙 비베스의 <그녀(들)>을 연재로 보는 경험은 덤이었다.) 물론 당시의 나에게조차 [팝툰]의 창간과 연재는 무모한 시도로 보였는데, 그러한 기우는 너무나 운명처럼 현실이 되었다. (아마도) 2010년 3월에 [팝툰]은 무기한 휴간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흩어졌다.
검둥이 이야기
이복한솔
2018.11.05
한번 꼬아 양끝을 붙인 뫼비우스의 길 (윤필 작) 이복한솔(만화평론가) 어느 작가는 인식과 표현의 한계를 아쉬워했다. “의인화를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다”고. 실버백 마운틴 고릴라를 글로 묘사하면서 “고릴라 눈에는 우리가 어떻게 보일까 상상...
유미의 세포들
지덕재
2018.10.25
유미 씨,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이동건 작) 지덕재(만화평론가) 네이버 웹툰에서 2015년 4월 1일부터 연재 중인 은 네이버가 자랑하는 인기 작품이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주 2회 연재되는 은 해당 요일 인기 순위 1, 2위...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박근형
2018.10.24
흰띠들에게 보내는 편지 (돌배 작) 박근형(만화평론가)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 다양한 문화, 인종의 사람들이 녹아드는 미국 사회를 일컫는 개념입니다. 학창시절 사회 교과서에 종종 등장했던 이 단어는, 다원화된 다문화 사회보다는...
후르츠 바스켓 (FRUITS BASKET)
이복한솔
2018.10.08
먼치킨 전설 오니기리맨 (타카야 나츠키 작) 이복한솔(만화평론가)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동서고금 이야기꾼들의 연구대상으로, 주인공이 그것을 극복해 나가는 (혹은 철저하게 패배하는) 이야기는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장애물은 시대와 유행에 따...
아무튼 나는 프랑스에 산다
이선인
2018.10.02
아무튼, 그는 프랑스에 살고 있는 듯 하다. (박윤선 작) 이선인(만화평론가) 2015년에 장강명의 소설 가 베스트 셀러에 진입했다. 는 한국에서의 업무에 지친 한 20대 청년이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호주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
여중생A
지덕재
2018.09.21
‘다시쓰기’를 통해 성장한 모두에게 바치는 찬가 (허5파6 작) 지덕재(만화평론가) 들어가며 : ‘읽기 전용’ 삶 - 현실과의 거리두기 를 이루는 주요 재료는 바로 ‘2000년대 초반에 10대였던 사람이 실제로 겪었던 순간들’이다...
내 친구 다머
이복한솔
2018.09.12
그래픽 노블로 읽는 범인전 - 범죄자를 다룬 전기문학 (더프 백더프 작) 이복한솔(만화평론가) 그랜트 우드의 회화 은 요모조모 뜯어보는 재미가 있다. 갈퀴를 든 남자와 비스듬히 선 여자, 두 사람의 표정이 참 딱딱하다. 고딕 회화에 ...
아스테리오스 폴립
박근형
2018.09.10
나를 완성하는 여정 , 데이비드 마추켈리 박근형(만화평론가)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는데.” 아픈 발바닥을 들여다보며 중년 남자는 이혼한 아내를 떠올린다. “‘구두다움의 본질’의 반격이 아닐까?” 남자의 말에 아내는 웃으며 답했더랬다. ...
며느라기 (며느리의, 며느리에 의한, 며느리를 위한)
이선인
2018.09.07
민사린님의 상태가 업데이트되었습니다 (수신지 작) 이선인(만화평론가) 2014년 말부터 지금까지는 어떤 면에서 가장 놀라운 한국 사회의 면면을 보인 시대다. 페미니즘이 사회 전반에 이토록 강인하게 대두된 적이 있을까. 우리들에게 있어 항상 ‘...
소녀신선
지덕재
2018.09.06
일상과 판타지, 전통과 현대 사이의 ‘신선한’ 대화 (효미 작) 지덕재(만화평론가) 은 다음 웹툰에서 2016년 6월 28일부터 지금까지 연재 중인 작품이다. 주로 작화가로 활동했던 작가 ‘효미’가 스토리 창작도 함께 맡은 첫 번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