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신간만화소개] 비밀을 간직한 소년들은 왜 그곳에 머무나, ‘집이 없어’
이국화 2019.05.16



여기 두 소년이 있다. 
한 소년은 귀신을 보는 어머니와 살기 싫어 일부러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에 지원했다. 그의 어머니는 집을 떠나려는 아들을 말리려다 차에 치여 숨졌다. 그리고 다른 한 소년은 텐트 한 장을 쳐둔 채 매일 떠들썩하게 친구들을 불러 살고 있다. 그는 일견 사람을 좋아하는 듯 보이지만 진심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두 소년은 악연 같은 만남으로 인해 아무도 살지 않는 버려진 옛 기숙사에서 단둘이 함께 사는 처지가 된다.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자자한 낡은 기숙사는 수상한 부적으로 뒤덮여 있고 매일 밤 방 밖에서 누군가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려 온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결코 1초라도 머물고 싶어 하지 않을 곳이지만 두 소년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그곳을 떠나지 않는다. 그뿐인가? 얼굴만 마주하면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인데도 기숙사가 폐쇄될지도 모르는 위기 앞에서는 얼마든지 친한 척도 할 수 있다.

‘어서오세요, 305호에!’와 ‘하나(HANA)’로 이미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검증받은 바 있는 와난 작가의 신작, ‘집이 없어’는 이렇듯 비밀스러운 두 소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재에 귀신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은 이 만화를 처음에 호러물일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와난 작가는 언제나 독자의 예상을 빗나갔던 이답게 이 만화가 호러물이 아님을 미리 밝혀주었다. 심지어 이 만화는 고등학생인 두 소년을 다루고 있지만 학원물도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만화는 대체 어떤 만화일까? 읽는 누구나 궁금해할 그 정체는 아직 연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완전히는 알 수 없다. 독자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두 소년이 살며시 보여 주고 있는 상처에 공감하고 그들이 대체 어떤 변화를 겪으며 성장해 나가게 될지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대하는 것뿐이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두 소년은 사실 서로 아주 비슷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두 소년은 이전의 집이 아닌 새로운 집이 필요한 사람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감수할 수 있다. 그러나 집을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는 완전히 상반되어 있으며 바로 그 ‘집’이야말로 이 만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집이란 무엇일까. 집은 누구나 가장 편하게 머무를 수 있어야 하는 곳이라고 주인공 고해준의 어머니는 말한 바 있다. 그러기 위해 언제나 깨끗이 청소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하는 장소. 그 말은 주문처럼 남아 아들인 고해준에게도, 그리고 이제 그의 유일한 하우스메이트가 된 백은영의 마음속에도 닿았다. 


이 두 소년에게 과연 귀신의 집 같은 낡은 기숙사는 진짜 집이 될 수 있을까?
그 날이 오면 두 사람은 진정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될까?
‘집이 없어’는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놀라운 전개와 흡입력으로 독자들에게 그러한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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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우수상(지정평론)> 생활툰의 진화, 보편인류로서의 독자를 찾아내다
이재민
2019.11.05
최근 몇년간 가장 주목할만한 생활툰은 단연 <아기 낳는 만화>다. 하지만 <아기 낳는 만화>의 등장을 이해하려면 생활툰의 등장과 역사에 대한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존 출판만화 시장과 웹툰 시장을 가장 명확하게 구분하는 장르가 바로 생활툰이기 때문이다. 1998년에는 스노우캣(권윤주)의 <스노우캣>, 2001년에는 ‘성게군’으로 유명한 정철연의 <마린블루스>, 2002년에는 <파페포포>와 같은 작품들이 카페 등 커뮤니티에 연재되며 많은 공감을 얻었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우수상(자유평론)> <오늘의 순정망화>로 보는 ‘순정만화’라는 레토릭
조경숙
2019.11.05
사람들은 왜 웃을까. 몇몇 철학자들은 이 질문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다. 프로이트, 베르그송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철학자들도 ‘웃음’에 대해 연구했다. 이들은 도대체 웃음은 무엇이며, 사람들은 언제, 왜 웃게 되는지를 연구했다. 이들의 논의를 다 따라가지는 못했지만, 그중에서도 ‘웃음은 사회적인 것이다’라는 주장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우수상(지정평론)> 이 시대의 ‘인싸 지침서’, <여신강림>
조경숙
2019.11.05
2018년은 탈코르셋의 목소리가 뜨거웠던 해였다. 메이크업을 선보이던 뷰티 유튜버들이 맨얼굴로 탈코를 잇따라 선언하고, 탈코르셋을 주제로 한 만화 <탈코일기>가 무려 2억원의 펀딩을 경신하면서 그에 질세라 2019년에는 메이크업, 성형수술, 다이어트 등에 관한 만화가 대형 포털에도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꾸밈노동을 멈추자는 목소리가 전방위에 외쳐질 때, 꾸밈은 꾸밀 자유에 의한 것이라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게 터져 나왔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자유평론)> <좀비딸>, 장르 전형의 빈 틈을 노리는 초장르적 침투성에 관하여
정병욱
2019.11.05
좀비 콘텐츠로 최초의 대중적 성공을 거둔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9) 이후 반세기가 훌쩍 넘었다. 그 사이 좀비물은 좀비를 단순히 ‘산 자’와 ‘죽은 자’로 구분하는 공포물에서 벗어나 다양한 스펙트럼의 세계관과 장르로 진화해왔다. 범람하는 좀비물 홍수 속에서 또 하나의 물방울이 된 웹툰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이하 <좀비딸>)이 앞서 나온 수많은 좀비물과 다른 차별점이 있을지 의심부터 하게 하는 대목이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지정평론)> 나비의 꿈: 중력을 거스르는 낭만의 날갯짓
정병욱
2019.11.05
좋은 작품은 작가가 그 모든 것을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제목에 이미 내용과 긴밀하게 연결된 다중 의미와 관점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조지훈의 시 「승무」 속 첫 번째 연과 마지막 연을 맺는 구절을 제목으로 빌려온 웹툰 <나빌레라>가 그렇다. 승무를 추는 승려의 모습을 묘사한 '나비로다.'라는 뜻의 우리말이 우아하게 담긴 이 시구 '나빌레라'에는, 그것이 '나비일까?' 의심하는 조심스러운 추측과 '나비로구나!' 깨닫는 확신이 공존한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자유평론)> 심해수, 바다라는 유기적 소우주 생태계의 재건
임재환
2019.11.05
노미영 작화, 이경탁 스토리의 <심해수>는 2018년 3월부터 월간 투믹스에 연재되고 있는 웹툰으로 파괴된 지구 생태계 속에서 살아남은 인류와 인류를 생기적 목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심해수의 종간(種間) 대립을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작품이다. 인간이 모든 만물을 지배하고 통제하던 시대가 끝난 미래세계에 인간은 심연의 심해수 공격에 위협받고 살아가는 차상위 먹이사슬 단계로 강등되었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지정평론)> 통합예술에 관한 비평적 과제를 던진 풍자만화 <아티스트>
임재환
2019.11.05
마영신 작가의 웹툰 <아티스트(2019)>는 자본주의 사회의 예술가들을 다룬 현실적 리포트로 문화예술계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문화권력’의 폭력성에 대한 풍자만화이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제도 안에서 아티스트들이 갖는 사회적 지위와 여러 양상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하고 자본적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며 갈등하는 이 시대 예술인들의 행태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작품 전개의 기승전결에 따른 극중 인물의 설정과 캐릭터의 성격창조를 통하여 사회적 부정과 문화예술계의 비리를 파헤친 풍자성과 해학성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자유평론)> ‘엄마’, 욕망하는 여자
백건우
2019.11.05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분명 누군가의 ‘엄마들’이지만, ‘엄마’는 이들의 정체성이 아니다. 이들의 자식들은 이미 장성해서 자신의 삶을 살고 있거나, 남편과 이혼(또는 사별)해서 따로 살고 있는 여성들이다. ‘엄마’와 ‘어머니’는 같은 기혼 여성 가운데 자식을 둔 여성을 지칭하지만, 의미는 다르다. 마영신 작가는 왜 ‘어머니’여야 할 자신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친구들을 ‘엄마들’이라고 했을까.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지정평론)> 룸펜 프롤레타리아, 욕망의 리얼리즘
백건우
2019.11.05
개인의 욕망이 어떻게 발현하는가를 들여다보면, 좁게는 개인을 둘러싼 좁은 영역에서 발생하는 낮은 차원에서 사회의 구조를 아우르는 거대한 관계망까지 영향을 끼치는 폭넓은 스펙트럼이 있다. 권력을 추구하는 개인이나 집단은 사회의 구조를 바꾸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사회적 욕망을 추구하는 것과 개인의 욕망이 일치할 때, 그것을 ‘사회적 성공’과 ‘개인의 입신양명’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