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우수만화리뷰] 여성의 시선에서 임신과 출산을 바라본다, ‘아기낳는 만화’
성상민 2019.05.27



성상민 (만화평론가)

대다수의 창작물에서 ‘임신’과 ‘출산’은 무척이나 신성하고 숭고한 의식으로 묘사된다. 선역의 임신과 출산은 극을 이끌어 나가는 중요한 장치가 되고, 아무리 못된 악역이라도 임신-출슨을 마주하는 순간 (또는, 악역 캐릭터 본인이 임신을 하게 되어 출산하는 순간)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전개는 잊을만 하면 쓰이는 유명한 클리셰가 되었다. 하지만 임신을 하는 여성 본인에게도 임신과 출산은 마냥 성스럽게 느껴질까? 물론 임신-출산이 지닌 사회적 의미를 마냥 무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창작물에서 임신과 출산의 그저 ‘모성애’의 원천으로 그려지는 것과 달리, 실제 현실의 여성에게는 결코 단순하지 않다. 자신의 몸이 서서히 태아를 기르기 위해 변해가고, 최종적으로는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온갖 고통을 견뎌야 하는 신체적-정신적 혼돈의 연속이다.

2018년에 연재된 쇼쇼 작가의 네이버 웹툰 ‘아기낳는 만화’는 제목에 충실하게 작가 본인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 경험했던 일과 느끼게 된 감정을 진솔하게 묘사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며, 어느덧 아기를 낳고 기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신체적 문제로 자연적인 임신이 어렵게 되자, 인공 수정을 통해서 아이를 낳을 결심까지 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랑과 노력의 결실로 작가는 끝내 아이를 임신하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작가는 곧 ‘임신’이 출산에 이르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었음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임신 이후 조금씩 자신의 몸이 변해가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동시에 자신을 대하는 주변 환경이 변해가는 것을 인식한다. 임신을 경험하기 전에는 주변 사람들의 임신과 출산에 그저 ‘축하한다’고 덕담을 던질 수 있었지만, 정말로 ‘임신부’가 된 작가의 기분은 무척이나 묘할 따름이다. 태교를 가르치는 강사들은 계속 임신과 출산이 무척이나 축복스럽고 기쁜 일이라 말하지만, 날이 갈수록 불러오는 배와 심해지는 입덧은 작가를 점점 힘들게 만든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의 덕담도 마냥 자기를 위한 말이 아니라, 자신이 뱃속에 임신하고 있는 ‘아이’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니 어딘가 기분이 묘해진다. 점차 출산예정일이 다가오자 고통은 더욱 심해지고, 드디어 출산 당일이 되어 작가는 큰 문제 없이 아이를 출산하며 일시적인 해방을 맞이한다.

이렇게 임신부터 출산까지의 모든 과정을 작가는 실제로 임신-출산을 경험한 ‘당사자’의 시선이자, 동시에 임신-출산에서 자유롭지 않거나 이미 경험한 ‘여성-개인’의 시선으로 조목조목 담아내고 묘사한다. 이러한 시선이 뒷받침되었기에 ‘아기낳는 만화’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묘사는 다른 작품과 결코 같지 않은 길을 걸어간다. 작가는 임신과 출산을 통해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것에 신비로운 감정을 지니지만, 이와 동시에 자신의 신체가 지속적인 변화와 고통에 시달리는 것을 결코 간과하지 않는다. 동시에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고질적인 ‘경력단절’ 문제처럼 임신-출산을 거치며 여성이 쉽게 대상화되는 문제 역시 놓치지 않는다.


무척이나 소중한 ‘새로운 생명’을 낳지만, 정작 그 존재를 낳은 여성은 신체와 감정 변화를 이해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임신-출산에 합당한 대우나 권리 보장을 쉽게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임신-출산을 ‘다르게 보는’ 시도는 소소해 보일지라도 큰 의미를 지닌다. 동시에 간결한 그림체로 완성되었지만, 오히려 간결한 그림체 안에 여성이 실제 현실에서 겪는 감정과 경험을 가득히 담았기에 작품의 밀도나 몰입도 역시 무척이나 높은 편이다. 그렇게 ‘아기낳는 만화’는 2010년대 후반 현재, 한국의 일상툰이 일상의 편린을 묘사하는 수준을 넘어 개인이 겪는 미시적인 경험을 토대로 거시적인 통찰을 바라볼 수 있는 영역으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적 기록이 되었다.



<아기낳는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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