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우수만화리뷰] 남자주인공이 없는 그녀의 성장물 <유미의 세포들>
심지하 2019.06.18



"미안하지만 웅이는 남자 주인공이 아니야."

"??"

"그럼 남자 주인공은 누군데?"

"남자 주인공은 따로 없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 명이거든."


194화, <남자주인공> 편에서 나온 대사다. 많은 독자가 감동했던 이 대사는 <유미의 세포들>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네이버에서 2015년 4월부터 연재되어 꾸준한 순위권을 유지하는 이동건 작가의 장수 웹툰인 <유미의 세포들>은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개최한 2018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만화부문, 대통령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 해 선정됐던 작품들이 대부분 '여성 주인공'이 중요한 작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위에 인용한 대사는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작품 내적인 이야기로 가볼까, 벌써 4년여 이상 연재된 유미의 세포는 30대 평범한 직장인인 유미의 사랑 이야기를 유미의 머릿속 세포들의 시각으로 표현한 공감 에피소드 툰으로, 누구나 한 번쯤은 공감할법한 일상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표현하는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가 이동건의 전작 <달콤한 인생>이 작가의 성별을 의심케 할 만큼 여성 독자들의 열렬한 공감과 지지를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유미의 세포의 성공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무빙건'으로 불리는 이동건 작가님은 유부'남'이시다.)

단순히 공감을 유발하는 작품이 4년여간 연재되기란 어려운 일이다. 30대 여성들이 웹툰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에서 주목받는 요즘, <유미의 세포들>만의 장점은 무엇일까?


공감 가는 이야기
앞서 말한 대로 <유미의 세포들>의 기본 서사는 '일상의 공감'이다. 혼자 사는 30대 여성인 유미의 일상은 어디에나 있는 여자 사람 친구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먹을 걸 좋아하고, 일상에서 감성적인 일을 찾아내며, 종종 로맨스 소설을 읽고, 운동도 하고, 연애 문제로 고민하고, 퇴사를 고민하는 모습까지. 그러나 단순한 공감물과는 다른 차별점이 있다면 이는 '성장'이다.


30대에게도 성장은 필요해
성장물은 10대 청소년, 20대 청춘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30대에게도 성장은 필요하다. '힐링'이 아닌 성장. 졸업, 입학, 졸업, 취업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사회에 진입하여 자기 자리를 찾아 나가고, 험난한 도시 생활 속에서 나를 위한 공간을 마련해놓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는다. 단순한 자아 성찰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유미는 사회생활을 하고, 그 안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실연을 겪기도 하면서 '성장'한다.
드라마틱한 성장만이 성장만은 아니다. 유미의 성장이란 '자기 자신을 응시하는 것'이다. 극 초반부터 유미의 연애는 영 순탄치 않다. 짝사랑하던 후배와의 썸은 와장창 깨졌고, 소개팅의 결과도 좋지 않다. 성사된 연애에선 거대한 적도 나타난다. 그럼에도 위기의 순간마다 유미는 스스로의 힘과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일어난다. 그래서 유미의 연애와 커리어가 모두 성공적으로 지켜지나? 아니다. 유미는 이별도 하고, 꿈을 위해 불안한 퇴사도 결심한다. 유미 인생의 주인공은 유미고, 유미의 인생 목적은 연애도 아니므로. 연애와 애인이 전부였던 20대와 달리 자신을 챙기고 이별의 파도를 견뎌내며 다잡는 유미의 모습은 많은 독자의 공감과 지지를 얻어냈다.


진입장벽 낮은 그림체
연재 초반에도 전작인 <달콤한 인생>과는 비슷한 듯 다른 선과 색감의 그림체를 보여주었던 이동건 작가님. 4년이란 긴 연재 기간 탓일까? <유미의 세포들>은 연재 기간 다양한 그림체의 변주를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 전작 <달콤한 인생> 종이책 표지(좌), 1부 연재 초반 썸네일(우)

트렌디하고 깔끔한 그림체는 진입장벽을 허무는 것은 물론, 다양한 콘텐츠의 가능성도 보여준다. 이미 <유미의 세포들>은 인형, 가방, 배지, 달력, 포스트잇, 부채 등 다양한 굿즈로 출시된 것은 물론 게임으로도 출시되었다. 인물 데포르메뿐만 아니라 점차 섬세해지는 소품들은 광고효과도 톡톡히 보여주는데, <유미의 세포들>은 자연스러운 PPL로 이름난 웹툰이기도 하다. 작품의 서사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광고 물품을 서사에 자연스럽게 집어넣는 작가의 솜씨는 일품이며, 그런 광고를 받아주는 독자들의 반응도 훈훈하다. PPL 물품이 들어간 컷의 덧글들은 한결같이 작가를 응원하는 덧글들이 대부분일 정도다.

수요일, 토요일 주간 2일 연재인 <유미의 세포들>은 두 요일에서 모두 상위권에 속한 작품이다. 긴 연재 기간에도 변동 없는 순위의 비결은 이것뿐만이 아닐 것이다. '남자 주인공은 없다'라는 걸 보여주려는 것처럼 작가님은 유미가 지나온 남자들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유미와 루비의 짝사랑을 받았지만 결국 누구와도 이어질 수 없던 우기,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1순위가 되었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구웅, 첫 등장부터 너무나 완벽한 남자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새로운 면모로 독자들의 불안을 사고 있는 '유바비'. 완벽한 연애는 없다는 걸 보여주려는 걸까? 다채로운 면면들을 보여준 뒤 무대에서 퇴장하는 남자 캐릭터들과 달리 유미는 언제나 무대의 중심에 있다. 이건 유미가 다른 캐릭터와 달리 무결점에 뛰어난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유미는 이 작품의 유일한 주인공이며, 모든 이야기는 유미의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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