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아이들의 장난감
만화 규장각 2000.01.01
네버랜드는 아이들의 천국이다. 언제나 늙지 않는 피터팬과 꼬마요정 팅커벨, 후크, 해적일당 등 이들과 함께 하는 모험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또 엄마의 잔소리도 없고 아빠의 꾸중도 없고 아이들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어른들의 유토피아가 무릉도원이라면 아이들의 이상향은 바로 네버랜드가 아닐까.『아이들의 장난감』은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을 보여준다. 시나는 초등학생이면서 극단에서 연기수업을 받는 여자아이다. 텔레비전 드라마 출연, CF 촬영 때문에 늘 바쁘지만 학교는 꼬박꼬박 다닌다. 하지만 교실은 교사의 지배를 벗어나 늘 난장판이다. 수업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말썽꾸러기들의 장난으로 시끌벅적하다. 이러한 소동의 주모자는 바로 하야마. 삐뚤어진 아이지만 시나를 통해 차츰 마음을 열게 된다. 하야마와 시나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엉뚱하지만 아이답게 세상을 헤쳐나간다. 작품에서는 세상을 자신의 장난감처럼 바라보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동시에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의 고달픔을 겪은 아이들이기도 하다. 시나는 아기였을 때 버려졌고 하야마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시달린다. 또 아버지의 폭력에 괴로워하는 친구도 있다. 하지만 어리다고 깔보았다가는 큰코다친다. 아이의 입장에서 나름의 논리로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을 비난하면서도 어른들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포기하지 않는다. 작가는 이처럼 어른들의 세상에서 활개를 치는 맹랑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엮어낸다. 최근 음반시장을 비롯한 각종 대중문화에 초등학생들의 구매가 만만치 않게 등장하면서 만화에서도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심심찮게 발견된다. 모험이나 명랑 물에서 벗어나 중․고등학교 언니와 같은 학원 물도 꽤 나오는 편이지만 십대 소녀 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볼거리가 적은 편이다. 꽃미남, 미소녀들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아직은 코흘리개 꼬맹이. 공감대를 형성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아이들의 장난감』은 오히려 철저하게 아이들의 눈 높이에 맞춤으로써 성공한 작품이다. 주인공 시나는 능청스럽게 어른들을 꼼짝못하게 하는가 하면 아이다운 엉뚱한 장난으로 독자들의 눈도 사로잡는다. 초등학생 주인공들의 흥행 요소인 어른스러움(『파파 톨드 미』에서의 치세)과 깜찍함(『카드캡터 체리』의 체리)을 두루 갖추고 있다. 여기에 작가 미호 오바나 특유의 개그가 가미되어 시나는 독자들을 울리고 웃기는 슈퍼 히로인으로 거듭난다. 흔히 겉모습과 달리 진중 하거나 속이 깊은 사람을 가리켜 ‘애늙은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키가 작은 만큼 아이들의 사고도 얕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해버린다. 하지만 아이들도 나름의 사정이 있는 법이다. 첫사랑의 고민이 유독 중․고등학생들의 전유물만은 아닌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며 잠시나마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까. 의외로 그들의 장난 같은 이야기 속에 삶의 진실이 담겨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장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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