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가 재미없어진 건 몇살이었을까. 어린 시절에는 동화책을 읽는게 그렇게 재미있었다. 이미 다하는 흔한 스토리에 뻔한 결말도 그 때는 항상 새롭고 재밌는 내용이었다. 어른들은 즐길 수 없기 때문에 '동화'인 걸까.
언제라고 꼭집어 얘기할 수는 없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현실에 눈을 뜨고 난 후로 동화의 이야기구조를 온전히 즐길 수 없게 된 건 분명하다. 각종 '잔혹동화'에서는 어린이들은 모르는 동화의 진실이라며 잔혹한 뒷이야기를 덧붙인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며 추천하는 책들은 대체로 힘든 삶을 위로하거나 아니면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잔혹하거나 둘 중 하나인 듯하다.
언제라고 꼭집어 얘기할 수는 없지만 많은 것을 배우고 현실에 눈을 뜨고 난 후로 동화의 이야기구조를 온전히 즐길 수 없게 된 건 분명하다. 각종 '잔혹동화'에서는 어린이들은 모르는 동화의 진실이라며 잔혹한 뒷이야기를 덧붙인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며 추천하는 책들은 대체로 힘든 삶을 위로하거나 아니면 지독하게 현실적이고 잔혹하거나 둘 중 하나인 듯하다.

웹툰 <도깨비 언덕에 왜 왔니?>는 잔혹함과 위로를 함께 담은 웹툰이 아닐까 싶다. 만화는 이렇게 시작한다. 생일 날 학교에서 친구들과 집으로 돌아온 가람이. 하지만 케이크도 엄마,아빠도 없었다. 전화를 해도 안받고 시무룩해져있던 그때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달님이가 가람이에게 말을 건다. "가람아 내 목줄 좀 풀어줄래?"
엄마아빠는 '이제 가람이는 10대니까 잘 지낼 수 있지?'라는 편지를 남기고 사라졌다. 말하는 개와 갑자기 찾아온 너무리, 삼촌같은 반늑대인간 시랑, 츤데레 이모 구미호 로라, 거인 반고족의 아기 앵앵, 대지의 어머니 동마의 마고와 함께 가람은 부모님을 찾으러 떠나게 된다.

가람이는 달선녀인 엄마와 인간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로 여행을 하면서 성장하고 각성하며 달빛의 힘을 다루는 법을 터득한다. 단순히 여행을 하면서 일어난 일을 그리는것이 아니라, 함께 여행하는 동료들의 과거와 현재이야기를 흥미롭게 펼쳐나가고 여행을 통해 성장하는 가람이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엄마미소가 띄어지기도 하는 작품이다.
구미호 로라나 늑대인간 시랑을 보면 동서양의 전설을 적절하게 섞었고, 우리가 잘아는 캐릭터인 심청도 등장한다. 심청은 바닷가 마을의 고기잡이 처녀로 심청의 아버지 심봉사는 전직 선장으로 술주정뱅이로 나온다. 이처럼 새롭게 표현을 하는 부분은 신선하다. 동방의 마고와 서방의 마고는 오즈의 마법사가 생각나는 캐릭터다.
웹툰 <도깨비 언덕에 왜 왔니?>를 어른용 동화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사람이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증오하고 원망하는 부분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져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복수라는 것이 결국 자기 자신을 상처내는 일이라는 것도 깨닫게 한다.

특히 작품에는 나와 다른 존재, 인간과 전설적 존재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 자주 등장한다. 웹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씩 상처와 상실을 갖고 있으며 그 상처는 가족과 관련된 것이 많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치유받고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가 <도깨비 언덕에 왜 왔니?>의 골자이다. 이는 우리 사회의 혼혈 문제나 외모지상주의처럼 차별과 소통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는 모두 서로가 도와야하고 보듬어야 하는 존재이다. 존재는 존재자체로 상처를 받고 인생의 우여곡절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도깨비 언덕에 왜 왔니?>는 동화 속에서 날카롭게 현실과 존재의 문제에 관해 직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