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건가요?
이 웹툰은 배달노동자 구준풍이 배달노동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겪어 내는 일들을 그린다. 구준풍이 갓난아이였을 때, 구준풍의 아버지는 큰 빚을 남기고 죽는다. 구준풍의 어머니는 구준풍을 친척에게 맡기고, 남편이 남긴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번다. 그러면서 구준풍은 외가와 친가를 오가며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된다. 성인이 된 구준풍은 독립하여 배달노동을 통해 생계를 꾸린다. 이 웹툰은 갓 스무 살이 된 구준풍이 배달노동을 하면서 겪는 일들을 그리고 있다. 한 청년의 성장담&연애담으로서 이 웹툰은 흥미롭게 전개되는데, 특히 배달노동자로서의 불안한 삶의 모습이 세밀하게 묘사된다. 이 과정에서 이 웹툰은 하나의 질문을 놓치지 않고 끌고 간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건가요?”라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일까? 구준풍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여러 사람을 만난다. 구준풍은 이희수를 통해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는다. 이희수는 ‘제비’라고 불리는 인물로, 배달기사들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바이크를 그림같이 잘 타기 때문이다. 구준풍은 이희수를 쫓아다니면서, 그에 대해 알게 된다. 이희수는 혼혈이라는 이유로 출셋길이 제한된 인물이다. 명문대학을 나오고, 능력 역시 좋지만, 혼혈이기 때문에 공직으로 진출할 기회가 막혀버렸다. 이희수는 그러한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그 한계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해낸다.
“제한된 능력 안에서 산을 넘는 것.”

혼혈이라는 이유로 출세길이 막혀 고통받지만, 그런데도 그것을 받아들여 나름대로 자신의 삶을 꾸리는 이희수에 의해 구준풍의 질문은 해답을 찾는다. 삶이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이 이희수가 구준풍의 질문에 대해 준 답변이다. 이 가르침은 어느 날 갑자기 돌출적으로 나온 게 아니다. 이희수의 삶 전반에서 배운 것이다. 혼혈이라는 이유로 많은 제한이 따르지만, 이희수는 그것들을 참고 견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삶이 힘든 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마냥 고통스러워할 수만도 없다. 결국 삶이란, 각자의 고통을 각자의 방식대로 버텨내는 일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이희수는 구준풍에게 이렇게 말한다. 삶이란 결국 “제한된 능력 안에서 산을 넘는 것”에 다름 아니라고. 이 메시지는 원로 만화가가 청년들에게 주는 작은 위로가 아닐까 싶다.
마지막으로 박흥용 작가에 대해 짧게 부언하고 싶다. 박흥용 작가는 올해로 만 60세가 된 원로 만화가로,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 <내 파란 세이버> 등 굵직굵직한 작품들을 많이 남겼다. 그가 그린 웹툰으로는 다음에서 연재된 <여우는 같은 덫에 두 번 걸리지 않는다>가 있는데, 이 역시 명작이다. 또한, <여우는 같은 덫에 두 번 걸리지 않는다> 와 <새벽 날개>는 현재 다음웹툰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