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우수만화리뷰] '고래별', 물거품처럼 모두에게 스며들기를
최선아 2019.08.19



근현대사는 오랜 기간 우리 예술계의 주요 소재였다. 근현대 해외로 유학을 간 어느 문학가에게 외국인이 “너는 겪은 걸 글로 쓰기만 해도 문학이 되어서 좋겠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남이 가볍게 말한 그 시대를, 당대의 문학인들은 얼마나 괴롭고 절절하게 소비해왔는지는 당장 문학 교과서나 청소년이 읽어야 할 한국의 고전 리스트만 훑어봐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일제강점기와 관련된 콘텐츠는 심심찮게 등장한다. 최근에는 1920년 봉오동전투를 다룬 영화 ‘봉오동전투’가 개봉했으며 영화 ‘암실’, '항거:유관순이야기' 등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독립운동을 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많은 영화들이 우리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근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를 시작한 작품 '고래별: 경성의 인어공주'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했다. 영화 못지않은 긴장감과 뛰어난 작화로 재미와 작품성을 모두 잡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경성의 인어공주’라는 부제가 흥미롭다. 서양의 설화 인어공주와 1926년 일제강점기 하 경성이 어떻게 서로 어우러질 수 있을까?

작품의 주인공은 군산 일대 친일파 대지주의 집에서 그 집 아가씨 ‘윤화’의 몸종 노릇을 하고 있는 17세 소녀 ‘수아’이다. 수아는 가난 때문에 5살에 남의 집으로 팔려왔다. 그 시대 평범한 소녀이지만 단 한 가지, 수아는 수영할 때만큼은 자신이 자유롭다고 느낀다.

수아의 주인집은 본래 군산 일대의 부농이었다가 일제 강점 후 친일 행동을 하고 있다. 주인집 딸 윤화는 자신의 아버지와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온실 속 화초같이 자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야말로 ‘아가씨’이다.

어느 날 일본 경찰을 공격한 불령 선인이 도망쳤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윤화의 아버지는 위험하다며 윤화에게 외출금지령을 내린다. 수아는 윤화를 위로하기 위해 바닷가로 나와 조개껍데기를 줍는다. 거기서 정신을 잃고 쓰러진 젊은 남자를 우연히 발견한다.

수아 덕에 젊은 남자는 살아난다. 그렇다. 남자의 정체는 일본 경찰들이 눈을 부릅뜨고 찾고 있는 불령선인, 독립운동가였다. 그의 이름은 ‘의현’으로 수아는 그가 깨어난 뒤에도 완치될 때까지 그를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그리고 그 사실을 윤화에게 들키게 된다.

자유롭지 않은 사회 속에서 물속에서만 자유를 느끼는 ‘인어공주’ 수아. 동화 속 인어공주는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일제강점기라는 거센 현실 속에서 수아의 순수함과 연정, 평범한 생활은 다 덧없는 물거품만 같다.

일제강점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의 아픈 역사이다. 현재까지도 위안부 문제 등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는 돌아오지 않았다. 최근에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이유 없는 수출 규제를 하는 등 ‘방귀 뀐 놈이 성낸다’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웹툰을 통해 많은 사람이 우리가 왜 아직도 이렇게 분노하는지에 대해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고래별'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아련한 사랑이야기이다. 낭만적인 사랑이야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고? 책 속에 있는 역사는 배우는 것이지만 문화는 스며드는 것이다. 일본이 만화로 자신들의 문화를 세계에 흩뿌린 것처럼 우리도 문화를 통해 다양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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