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우수만화리뷰] 조석식 개그 뒤에 숨은 휴머니즘, '문유'
임하빈 2019.08.23



조석의 작품을 이야기하려면 한국 만화에서 조석의 위상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무휴재 장기연재 신화는 이제 구전 동화처럼 유명해졌으니 언급할 것도 없고, 스물 넷부터 청춘을 갈아 넣어 연재한 ‘마음의 소리’로 한국 웹툰 산업 부흥에 일조해 웹툰 핵심 인물로 자리를 굳혔다.

 

수많은 유행어와 문화를 만들어낸 그도 대중이란 심사에 합격하기는 어려웠으니, ‘마음의 소리’만큼 박 터진 작품이 없다는 것이 그의 반증이다. ‘마음의 소리’는 웹드라마며 중국 진출로 한몫 두둑이 챙겼는 데 반해, 취미를 웹툰에 녹여낸 축구 웹툰들은 소재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아 큰 빛을 보지 못했다. 판타지, 스릴러 장르로 도전한 ‘조의 영역’은 작위적인 설정을 어설프게 설명해 오히려 몰입을 망쳤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문유’는 전작에서 받은 평가를 성실히 반영한 작품으로, 조석이 작가로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했다. 아마 스스로도 ‘마음의 소리’ 이전부터 구상중이던 소재였고, 실제로 두어 번 작품화했으나 공개하지 않았던 우주 공상 판타지 소재를 공개했다는 것은 아마 스스로도 성장했음을 느꼈다는 뜻이리라.

 

‘문유’의 콘셉트은 영화 ‘마션’과 ‘트루먼 쇼’를 연상케 한다. 존재감 없는 주인공이 재수 없게 달 거주지 연구 프로젝트에 참가하는데, 설상가상 재수없게 혼자 달에 남겨진다. ‘나 이제 어떡’하냐는 주인공에게 독자들은 아니나 다를까, ‘감자 농사’를 시작하라고 권한다. ‘우주 생존=감자’가 공식이 되었을 정도로 파급력이 컸던 영화 탓인지 그렇게 ‘문유’는 우주 생존기라는 동일 퀘스트를 쥐고 ‘마션’과 맥을 같이한다.

 

달에 혼자 남겨진 문유는 운석 충돌로 인한 지구의 멸망을 뜬 눈으로 지켜본다. 지구 멸망에 혼자 남겨지는 주인공. 그에게 인류의 희망이 걸려있을 것 같다는 독자들의 기대감이 상승하는 지점이다. 그런데 그를 지켜보는 건 독자들뿐만이 아니었으니, 달 거주지의 CCTV를 통해 지구의 생존자들이 그의 생활을 볼 수 있게 된 것.

 

온 동네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콘텐츠로 향유한다는 깨름칙한 반전 영화 ‘트루먼 쇼’가 떠오르는 설정이다. 그러나 ‘문유’에서 지구 생존자들이 주인공을 관음하는 것은 ‘트루먼 쇼’와 달리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CCTV를 통해 문유의 생활 일부를 지켜보게 된 생존자들은 문유의 생활이 극히 열악하다고 착각하여 그를 동정, 응원하는 마음으로 망가진 지구 회복에 힘쓰는 동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조석 작가의 웹툰에서 느껴지는 공통점은 개그 뒤에 숨은 휴머니즘이다. 어느순간 모든 등장인물을 사랑하게 되는 ‘마음의 소리’도 그렇고, 물고기 세상에서 벗어나려는 주인공들의 성장이 감동적인 ‘조의 영역’도 그랬다.

 

‘문유’에서도 작가의 유머는 단순 개그로만 작용하지 않고 인물의 내면 심리를 묘사하고 암울한 상황을 우회하는 역할을 한다. 어쩌면 암울하고 희망 없는 상황과 설정이지만 독자에게 전달되는 감정이 우울 아닌 용기와 웃음인 이유도 투박한 궁서체로 전하는 개그에서 기인한다.

 

작가 스스로가 깊게 몰입한 작품이기도 하고, 오랫동안 품었던 소재를 공개한 작품이었기에 공들인 흔적이 곳곳에 숨어 있었던 작품, ‘문유’. 할리우드와 현란한 영상 그래픽의 도움 없이도 보란듯이 우주 소재를 다뤄 낸 웹툰이니 아직 감상 전이라면 지금 바로 검색창을 켜시라.

<문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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