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우수만화리뷰] 귀신보다 무서운 사람들의 이야기 <귀전구담>
심지하 2019.09.02




귀전구담. 제목의 한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鬼傳口談. 즉 귀신이 전해주는 이야기란 뜻이다. 말 그대로 귀전구담은 원탁에 둘러앉은 귀신들이 돌아가며 이야기하는 '액자식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귀신이 '전해주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돌아가며 각자 이야기를 꺼내는 방식은 다른 장르는 물론, 유독 공포물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방식이다. 다양한 공포 장르가 성행하고 있는 와중에도 '옛날 옛날에……'로 시작되는 '구담'의 빛이 바래지 않는 이유는, 그것도 유독 '공포물'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드라마나 영화뿐만 아니라 웹툰에서까지 영향력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귀신을 보고 가장 무서운 존재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말에 의문을 가진다.'


동물의 입을 빌려 사람 간의 문제를 비판하는 우화처럼, 이 웹툰 역시 귀신의 입을 빌려 인간의 잔인함을 폭로한다. 이때 돌아가며 각자 이야기를 꺼내는 귀신들의 모습은 다양한데, 전설의 고향을 연상케 하는 저승사자와 처녀귀부터 어린아이 귀신, 도깨비, 구미호, 두억시니 등 성별과 나이, 종족이 각기 다른 귀신들이 모여 '귀신보다 무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다.


액자식 구성으로 진행되는 옴니버스 방식의 이야기는 단순히 이야기 하나만으로도 완결성을 보이나, 이야기 사이의 이야기 즉 '귀신들이 하는' 이야기가 아닌 '귀신들의 대화'를 통해 다시금 완성된다. 즉, 다시 곱씹어볼수록 재밌는 '정주행용 웹툰'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귀전 구담의 인기 캐릭터, 저승사자.

또한 귀전구담의 뛰어난 작화와 연출 역시 짚고 넘어갈 만한 요소다. 짧은 컷 안에서 섬뜩한 서사 상의 '반전'을 보이거나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효과와 작화를 선보이는 단편 웹툰들이 보여주는 연출과 달리, 귀전구담은 '색'으로 작중 분위기와 캐릭터들의 심리 상태를 연출한다. 사실 흔히 말하는 공포물에 비해 '깔끔한 선과 동글동글한 얼굴, 큰 눈' 등, 귀전구담의 그림체는 기괴함과는 거리가 멀며, '예쁘고 잘생긴 캐릭터는 금방 죽는다'라는 독자들의 공식이 있을 만큼 매력적인 편이다. 그런데도 섬뜩함과 씁쓸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바로 연출이다. 원색은 물론이요 시대감을 느끼게 하는 빈티지한 컬러, 적절한 그림자 효과 등. 거기에 '이야기'의 시대를 짐작하게 하는 소품들도 매력적이다. 과거에서 현대로 올수록 분위기와 더불어 달라지는 채색을 체크하는 것, 또 각 '캐릭터'들의 설정을 추측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이다.

으아~무당이다~! 섬뜩한 원색을 매력적으로 사용하는 컷.

또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공포장르는 사회 비판적인 성격을 띠기 쉬운데, 그런 만큼 나라와 시대상, 문화가 잘 드러나는 장르이기도 하다. 귀전구담 역시 마찬가지다. 귀전구담의 이야기들은 캐릭터들도 그러하지만 귀신들의 이야기 역시 지극히 한국적이다. 외모 지상주의는 물론이요, 한국 괴담에 단골로 등장하는 무당, 신부와 수녀가 나오긴 하지만 어느 곳 보다 한국적인 고아원, 불륜과 협박으로 가득한 사진관 이야기와 재개발 이야기, 산업재해 이야기, 아이돌과 인터넷 음지 문화 등등……현실에서 있을 법한, 누구나 한 번쯤은 지나가며 봤을 법한 이야기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단순히 비판만을 위한 이야기라면 섬뜩함과 약간의 씁쓸함이 전부겠지만 귀전구담은 조금 다르다.



'인생 후 스트레스 증후군 치료 모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떠올리게 하는 이 단어는 1부 마지막화에서 나온 단어다. 지금까지 섬뜩하고 잔인한 이야기 보따리를 펼쳤던 귀신들 역시 한때는 인간이었으며, '귀신보다 잔인하고 무서운' 인간들에게 상처를 받은 존재라는 것. 영혼을 치료하는 것은 인간뿐만 아니라 아직 성불하지 못한 귀신에게도 필요하다. 그리고 그 치료는 바로 대화로 진행된다. 이 얼마나 '한국적인' 내용인가?

원탁에 앉아 돌아가며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바로 와 닿지 않을 수 있지만, 원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대화하며 '한'을 풀어주는 것은 한국 괴담의 전통적인 정서이다. 현대적인 그림체로 한국적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구전괴담은 해외에서도 호평을 얻는 웹툰인데, 이를 보면 (진부하긴 해도) 우리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떠오르곤 한다. 한국적인 귀신과 이야기를 보여주었던 1부와 달리 2부는 '서양' 귀신들의 모습이 나와 독자들의 다양한 추측이 이어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특히 '의사'를 자칭하는 뱀파이어의 활약이 기대된다. 상처받은 영혼을 치료하는 것이 그들과 비슷한 처지의 괴물이라는 점에서.


귀전구담은 웹툰 자체로도 훌륭하지만,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웹툰에서 보여준 훌륭한 연출을 맛깔나게 살려낸 애니메이션은 일본이나 중국에 뒤지지 않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강점을 보여준다. 다양한 한국 애니메이션이 드문 요즘, 웹툰의 영화화나 드라마화가 아닌 애니메이션화되는 웹툰이라니. 유튜브에서 현재 감상 가능하니 원작을 재밌게 읽었다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덤으로 액자 속 이야기 외에 액자 바깥, 원탁에서 벌어지는 귀신들의 대화는 이야기와 이야기를 이어주는 한편 긴장감을 풀어주기도 하며 스토리의 완급조절을 담당하고 있는데, 1부와 2부 사이의 특별편을 보면 재미가 더해진다. 귀신들의 정체와 이야기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보면 더더욱 재밌다.

<귀전구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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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탈코르셋의 목소리가 뜨거웠던 해였다. 메이크업을 선보이던 뷰티 유튜버들이 맨얼굴로 탈코를 잇따라 선언하고, 탈코르셋을 주제로 한 만화 <탈코일기>가 무려 2억원의 펀딩을 경신하면서 그에 질세라 2019년에는 메이크업, 성형수술, 다이어트 등에 관한 만화가 대형 포털에도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꾸밈노동을 멈추자는 목소리가 전방위에 외쳐질 때, 꾸밈은 꾸밀 자유에 의한 것이라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게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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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욱
201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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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지정평론)> 나비의 꿈: 중력을 거스르는 낭만의 날갯짓
정병욱
2019.11.05
좋은 작품은 작가가 그 모든 것을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제목에 이미 내용과 긴밀하게 연결된 다중 의미와 관점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조지훈의 시 「승무」 속 첫 번째 연과 마지막 연을 맺는 구절을 제목으로 빌려온 웹툰 <나빌레라>가 그렇다. 승무를 추는 승려의 모습을 묘사한 '나비로다.'라는 뜻의 우리말이 우아하게 담긴 이 시구 '나빌레라'에는, 그것이 '나비일까?' 의심하는 조심스러운 추측과 '나비로구나!' 깨닫는 확신이 공존한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자유평론)> 심해수, 바다라는 유기적 소우주 생태계의 재건
임재환
2019.11.05
노미영 작화, 이경탁 스토리의 <심해수>는 2018년 3월부터 월간 투믹스에 연재되고 있는 웹툰으로 파괴된 지구 생태계 속에서 살아남은 인류와 인류를 생기적 목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심해수의 종간(種間) 대립을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작품이다. 인간이 모든 만물을 지배하고 통제하던 시대가 끝난 미래세계에 인간은 심연의 심해수 공격에 위협받고 살아가는 차상위 먹이사슬 단계로 강등되었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지정평론)> 통합예술에 관한 비평적 과제를 던진 풍자만화 <아티스트>
임재환
2019.11.05
마영신 작가의 웹툰 <아티스트(2019)>는 자본주의 사회의 예술가들을 다룬 현실적 리포트로 문화예술계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문화권력’의 폭력성에 대한 풍자만화이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제도 안에서 아티스트들이 갖는 사회적 지위와 여러 양상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하고 자본적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며 갈등하는 이 시대 예술인들의 행태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작품 전개의 기승전결에 따른 극중 인물의 설정과 캐릭터의 성격창조를 통하여 사회적 부정과 문화예술계의 비리를 파헤친 풍자성과 해학성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자유평론)> ‘엄마’, 욕망하는 여자
백건우
2019.11.05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분명 누군가의 ‘엄마들’이지만, ‘엄마’는 이들의 정체성이 아니다. 이들의 자식들은 이미 장성해서 자신의 삶을 살고 있거나, 남편과 이혼(또는 사별)해서 따로 살고 있는 여성들이다. ‘엄마’와 ‘어머니’는 같은 기혼 여성 가운데 자식을 둔 여성을 지칭하지만, 의미는 다르다. 마영신 작가는 왜 ‘어머니’여야 할 자신의 어머니와 어머니의 친구들을 ‘엄마들’이라고 했을까.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지정평론)> 룸펜 프롤레타리아, 욕망의 리얼리즘
백건우
2019.11.05
개인의 욕망이 어떻게 발현하는가를 들여다보면, 좁게는 개인을 둘러싼 좁은 영역에서 발생하는 낮은 차원에서 사회의 구조를 아우르는 거대한 관계망까지 영향을 끼치는 폭넓은 스펙트럼이 있다. 권력을 추구하는 개인이나 집단은 사회의 구조를 바꾸는 것도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사회적 욕망을 추구하는 것과 개인의 욕망이 일치할 때, 그것을 ‘사회적 성공’과 ‘개인의 입신양명’으로 판단하는 사람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