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우수만화리뷰] 우리는 조금도 늦지 않았다 ‘나빌레라’
최선아 2019.09.09



얼어붙은 취업 시장. 젊고 생생한 나이 20대 후반에게도 사람들은 ‘늦었다’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신입으로 취직하기에도 늦고, 새로 대학에 들어가기에도 늦고,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연애를 시작하기에도 늦고...조금만 뒤처져도 손가락질 받는 세상에 만화 ‘나빌레라’는 늦었다 소리만 잔뜩 듣는 우리의 인생이 결코 늦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일흔을 앞둔 노인 심덕출. 그는 죽은 친구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후 40년간 숨겨온 자신의 꿈을 이루기로 결심한다. 발레를 배우겠다는 그의 선언에 가족들은 뒤집어진다. 나이 일흔에 하필이면 남사스럽게 발레라니? 자식들은 앞다투어 등산, 수영, 게이트볼, 에어로빅 등 다른 활동을 추천한다.


“가슴에 품고 살던 거 하나 해보는 게 그렇게 안될 일이냐.”


심덕출 할아버지는 자식들의 반대를 한마디로 일축한다. 가족들의 반대에 조금 시무룩해진 할아버지지만 그토록 배우고 싶었던 발레에 열정을 다한다. 어릴 적 동경하던 발레리노의 모습처럼 할아버지는 무대에 오를 수 있을까? 무대에 오르기까지 그는 어떤 반대와 어떤 부정적인 시선을 견뎌야 할까?


아마 할아버지는 친구의 장례식에서 진짜 ‘늦음’의 의미를 발견했을 것이다. 자신이 시작하지 않으면 아마 영영 돌이킬 수 없을 거라는 것도. 확실한 것은 우리에게도 할아버지에게도 그의 나이 일흔은 결코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데 있어 방해물이 아니었다. 비록 결말이 눈물 나더라도 말이다.

‘늦었다’는 말은 타인만이 우리에게 던지는 말이 아니다. 자기 자신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이기도 하다. ‘늦었다’는 말은 무언가를 포기하는데 좋은 핑계가 된다. 이직, 학업, 결혼 그 외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다양한 것들. 왜 스스로를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가?

만약 늦었다는 생각이 든다면 만화 ‘나빌레라’를 통해 심덕출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것은 어떨까? 만화에서 나오는 할아버지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우리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할아버지와 함께 발레리노를 꿈꾸며 우리도 묻어둔 꿈을 되새김질해볼 수 있기를.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늦지 않았다.



<나빌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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