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우수만화리뷰] <일상날개짓> 원조 랜선조카와 함께하는 진정한 힐링 웹툰
최준혁 2019.09.16



평범히 살고 싶어 열심히 살고 있다. 최근 서점에 가면 눈에 띄는 책이다. 우리는 평범하게 살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한다. 그 모습은 흡사 쉼 없이 날개를 움직이는, 그러나 날아오르지는 못하는 병아리와 닭의 날개짓 같다. 그렇다고 그 모습이 가엽거나 안쓰럽지 않다. 그저 하염없이 귀엽고 애틋해서 어느 순간부터는 응원의 목소리로 그저 바라보게 된다.

웹툰 ‘일상날개짓’에는 콩콩 뛰어오르며 날개를 움직이려는 병아리가 웹툰에 등장한다. 이제는 벼슬을 달고 어엿한 닭이 된 작가의 일상 웹툰이다. 새댁이란 진부한 이름 대신 꼬꼬댁으로 등장하는 나유진 작가는 학창시절 별명이 병아리였는데, 출산 후 닭이 되어 아기새 가람이를 낳았다.

톡 치면 뒹굴 구를 것 같이 귀엽고 동그란 캐릭터들의 일상에 자꾸만 눈이 간다. 아이와 오래 지내는 엄마의 마음은 덩달아 순수해지는 건지, 찰나에 지나가는 에쁜 순간을 차곡차곡 들려주는 예쁜 웹툰이다. 자칫하면 세상에 불만이라곤 없이 행복한 가정인가보다 할 뻔했다. 그러나 꼬꼬댁은 그렇게도 힘들다는 직장인 싱글맘이다.


부끄럽지만, 주로 육아일기를 쓰는 것도 엄마고, 육아 일상 이야기에 등장하는 건 아빠보다 엄마의 비중이 높았던 터라 직장인 싱글맘이라는 내용이 직접적으로 등장하기 전까진 은연중에 아빠는 회사겠거니 넘겨 짚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육아에 전념하는 것도 모자라 웹툰 연재까지 병행했다니. 일상날개짓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비장했다. 우리 사회는 엄마라면 으레 힘들다는 생각을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러나 작가는 싱글맘으로서 아이를 키우는 고충보다는 그럼에도 아이 덕에 행복한 일상에 초점을 맞췄는데, 언급했듯이 그 일상이 상당히 따뜻하다. 독자들은 아기새 가람이가 모든 말을 “왜?”로 받아치는 시기를 지나 스스로 자문자답을 하는 시기까지, 그리고 무럭무럭 자라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기까지를 같이 지켜보고 흐뭇해한다. 가람이가 아픈 꼬꼬댁이 자는 줄 알고 “사랑해 엄마” 하는 장면에서 요동친 심장은 여태 어떤 로맨스 웹툰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다.

독자들은 시간 떼우는 용으로 일상 웹툰을 읽는 것을 넘어 작가와 가람이, 작가의 동생과 그의 남편의 안녕까지 궁금해하고 응원한다. 작가와 독자, 그리고 콘텐츠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자기 자신과 가족들의 이야기를 세상에 공개하는 것은 방송이나 웹툰이나 조심스러운 일임은 분명하다. 그것도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이 아이들이 등장하는 콘텐츠는 더욱 그렇다. 다행히도, 나유진 작가가 그려낸 가람이의 일상은 별점테러로 악명 높은 네이버에서도 10점 만점을 유지하며 완결했다. 이른바 악플 청정지역이다.

콩콩콩 돌아다니는 가람이와 콕콕콕 뒤를 따르는 꼬꼬댁의 일상은 싱글맘에서 비롯되는 사회문제를 떠올리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히려 싱글맘과 육아 복지가 튼튼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 강해졌다. 그러고보면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나 분노보다는 인간적이고 따뜻한 마음, ‘누군가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이타심에서부터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사회비판은 “그래, 그러면 안 되지”하고 혀를 두르고는 끝나버리지만,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피어오르기 마련이다. 


만약 오늘 하루 일상에 지쳐있다면 ‘일상날개짓’의 순수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당신의 마음 또한 어루만져줄 것이다. 출퇴근길이나 잠들기 전 이불 속에서 짧은 에피소드 한 편 감상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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