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신간만화소개] 조숙한 9살 소녀의 험난한 성장기, '조숙의 맛'
김미림 2019.10.02





누구에게나 고민은 있다. 70대 노인에게도, 40대 중년에게도, 20대 청년에게도, 10대 청소년에게도 각자 주어진 상황에서 나름의 고민이 있다. 그런 다양한 고민들은 누군가에 의해 그 경중을 평가받을 수 없고, 또 누군가에게 하찮다 평가절하 받을 수 없는 누군가에겐 절대적인 고민일 것이다. 하지만 우린 가끔 내 고민이 아닌 타인의 고민에 대해 한 없이 하찮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어린이의 고민에 대해 그러한 경우가 많다. 갓난아기에게도 유치원생에게도, 초등학생에게도 고민은 있는데 누군가에게 그들의 고민은 한없이 얕게 취급되곤한다. 하지만 그들의 세계에서 그것은 무엇보다 심도깊고 인생의 중대한 일일 수 있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세월이 지나고, 나이가 들다보면 과거 우리가 했던 고민을 똑같이 하는 젊은 세대들의 고민에 대해 복에 겹다든가, 내가 지금 같은 시절에 살았다면 고민도 없었을 것이라든가 등의 조언 아닌 조언, 질책아닌 질책을 하곤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우리가 그때 했던 고민들, 그리고 그러한 고민에 빠져 허우적 대던 나날들이 그때 내 상황에서 정말 별거 아니었던가? 과거 그 시절, 그 나잇대, 그 상황에 우리가 했던 고민들에 의해, 또 그 고민에 따른 선택들에 의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달라졌다.


한 차례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 그러한 고민들로 방황하는 시기를 지나면 우리는 성장하게 된다. 나비가 아름다워지기 위해 고된 시간을 견뎌 날개를 펼치고 날 수 있듯이 우리 역시 성장하며 여러차례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다음웹툰에서 최근 연재를 시작한 '조숙의 맛'이란 웹툰은 그러한 면에서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초등학생 '조숙'을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은 초등학생 치곤 꽤 조숙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아이를 통해 공감대를 이끌어 낸다. 지금은 완결된 작품이지만 한때 필자는 다음웹툰에서 연재되었던 김정연 작가의 '혼자를 기르는 법'을 열심히 읽었는데 그 작품이 혼자 살기도 버거운 20대 여성의 인생 살아가기를 그렸다면 이 작품은 그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초등학생의 시선을 빌려 살아간다는 것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초등학생의 시점에서 과연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고, 얼마나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이 작품은 조숙한 생각을 가진 조숙이란 이름의 초등학생을 주인공으로 제대로 된 조숙의 맛을 보여주고 있어 기대이상이란 생각이 든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초등학교 2학년 여자 아이 '조숙'이다. 숙이는 코끼리를 좋아하는 평범한 초등학생이지만,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엄마가 교체됐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그녀는 아무도 그녀에게 알려주지 않았지만 이혼가정의 자녀가 된 것이다. 우주의 시작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어쨌든 우주는 시작됐고, 숙이의 경우 역시 엄마가 교체된다는 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지만 어쨌든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갑자기 새로운 엄마가 나타났고, 그에 딸린 남동생까지 생기게 됐다.


엄마는 일기예보가 맑음이던 날 갑자기 쏟아진 빗줄기 속에서 숙이에게 몸이 아파 시골에가서 쉬고 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갑자기 떠나 버렸고, 그 뒤로 만나게 된 새엄마와 남동생은 그녀에게 여러가지 의문을 남길만한 사건이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는 상황 속에 그녀는 화가 났지만 초등학교 2학년 짜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문을 닫고 방에 들어가 혼자 초코우유 한팩을 다 비우는 것 밖엔 없었다.


밤에 뜬 달을 보며 어딘가에서 엄마도 이 달을 보고 있지 않을까하며 이제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혼자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는 어린 소녀..... 엄마가 그리워서 갑자기 엄마 대신 나타난 새엄마를 미워하고 싶지만, 혹시나 어딘가에서 누군가의 새로운 엄마가 되어 있을지 모를 자신의 엄마를 생각하면 차마 못되게 굴 수 없는 숙이, 이 어린 소녀를 어찌 모른척 할 수 있을까. 감정이란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투정을 부려보는 건 어떠냐는 친구 '묘정'의 조언을 듣곤 남동생을 위해 사온 딱풀을 몰래 쓰레기통에 버리는 행동밖에 할 줄 모르는 이 어린 소녀는 한번 보면 자꾸만 눈에 밟혀 생각나게 되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다행히 새엄마는 숙이의 상황을 이해하고 잘해주려하고, 남동생 역시 숙이와 사이 좋게 지낸다. 하지만 왜 그런지 아빠는 여전히 숙이에게 엄마가 왜 떠나게 됐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데 아마도 그것은 단순히 숙이가 아직 너무 어려서 뭘 모른다고 생각하기 때문아닐까? 사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상황파악이 빠르고 더 많은 것을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왜 항상 어리니까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실제 작품속에서 어느 날 숙이는 아빠에게 "엄마는 어디 있어요?"라고 묻는다.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은 "지금 할 얘기가 아닌 것 같구나."뿐이었고, 꼬치꼬치 캐묻는 숙이에게 아빠는 화만 낼 뿐이다. 숙이는 혼자 어두운 방에 들어와 생각한다. '나는 이제 일고 여덟살 짜리가 아니었다. 아무 설명도 양해도 구하지 않는 이 상황이 싫었고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도 싫었다. 투정만으론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건 초등학교 1학년 때 이미 깨달았다.'라고 말이다.


사실 이 작품은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한 어른의 작품이기 때문에 온전히 아이의 시선을 그리고 있다곤 할 수 없다. 누군가에겐 다소 과하게 조숙한 아이의 생각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서도 이 작품속의 주인공인 숙이는 아이의 천진함을 잃지 않는다. 심각하다가 갑자기 픽 웃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이 웹툰은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조숙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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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만화리뷰] 땀, 삶, 그리고 벽 - <까대기>가 던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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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고민은 있다. 70대 노인에게도, 40대 중년에게도, 20대 청년에게도, 10대 청소년에게도 각자 주어진 상황에서 나름의 고민이 있다. 그런 다양한 고민들은 누군가에 의해 그 경중을 평가받을 수 없고, 또 누군가에게 하찮다 평가절하 받을 수 없는 누군가에겐 절대적인 고민일 것이다. 하지만 우린 가끔 내 고민이 아닌 타인의 고민에 대해 한 없이 하찮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특히 어린이의 고민에 대해 그러한 경우가 많다. 갓난아기에게도 유치원생에게도, 초등학생에게도 고민은 있는데 누군가에게 그들의 고민은 한없이 얕게 취급되곤한다. 하지만 그들의 세계에서 그것은 무엇보다 심도깊고 인생의 중대한 일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