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지정평론)> 통합예술에 관한 비평적 과제를 던진 풍자만화 <아티스트>
(평론작품 : 아티스트 (마영신 작))
임재환 2019.11.05


마영신 작가의 웹툰 <아티스트(2019)>는 자본주의 사회의 예술가들을 다룬 현실적 리포트로 문화예술계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문화권력’의 폭력성에 대한 풍자만화이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제도 안에서 아티스트들이 갖는 사회적 지위와 여러 양상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하고 자본적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며 갈등하는 이 시대 예술인들의 행태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작품 전개의 기승전결에 따른 극중 인물의 설정과 캐릭터의 성격창조를 통하여 사회적 부정과 문화예술계의 비리를 파헤친 풍자성과 해학성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화가, 소설가, 뮤지션이 주변 인물들과 스쳐가는 언행 속에서 문화예술계 실태를 고발하고 ‘통합예술진흥원’이라는 정부 기구의 가설조차 희화화 된 대상으로 묘사하였다. 작품에 나타난 캐릭터들의 활동 분야에 따라 통합예술에 관한 비평적 과제를 종합예술적 측면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작가 마영신은 이전 작품 <남동공단>을 통하여 작가 자신이 산업기능 요원으로 근무했던 공장에서의 땀 내음을 뿜어냈다. <삐꾸 래봉>은 학교라는 사회안전망 속에서 약자로 고통받고 있는 여린 소년들을 그리며 현실의 실상을 그려냈다. 작가는 <아티스트>를 통하여 다시 한번 뛰어난 세태 풍자의 감각을 드러내었다. <아티스트>는 40대 예술인 3명이 펼치는 대립과 갈등의 이야기이다.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귀한 예술의 삶을 스스로 택하였기에 퇴로도 없고 현실적 타협을 택하기도 어려운 처지의 예술인들이다. 각자 삶의 무게는 달랐으나,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남들과 같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삶을 살지는 못했지만,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동지가 있었다. 40대 중반에 불안정한 수익으로 생활비를 걱정하는 예술인들, 그들의 삶 속에 자리잡고 있는 행습은 예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인지, 사회적 성공에 대한 ‘가벼운 열망’인지는 그들의 가벼운 언행을 통해 쉽게 증명된다. 언제 성공할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서로의 처지를 위로하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예술인들의 솔직한 대화는 독자의 내면을 반성적으로 성찰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아티스트>의 캐릭터들은 “우리 셋은 누가 잘 되면 무시하지 말고 서로 진심으로 위하면서 살자”면서 우정을 다지기도 해보지만, 성공을 접한 그들의 마음속에는 ‘더 가진 자에 대한 질투’와 ‘가지지 못한 자에 대한 환멸’이 자리잡았다. 작가 마영신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주변 예술인들의 부조리한 모습을 접해왔고, 그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예술가들의 욕망을 스토리 삼아 펼쳐나갈 등장인물인 화가, 소설가, 음악가로 예술인 3인방을 설정하여 개성적이고 생동감 있게 성격을 부여하고 시각적으로 디자인하였다.

첫번째 캐릭터인 화가 곽경수(48세)를 통해 <아티스트>의 작품의 미학적 예술성을 평가해 본다. 경수는 독자들의 공분을 자아내는 꼰대 기질의 미술가이다. 젊은 시절에 유명 만화가의 문하생 경험이 있고 이혼의 아픔을 간직한 캐릭터이다. 그는 내로남불형의 부조리한 언행으로 독자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인물이자, ‘예술병 걸린 새끼들’, ‘미술거지’ 등 거친 표현으로 서슴없이 예술계에 대한 환멸과 멸시를 드러내는 인물이다. 경수는 대학강사로 권력과 힘이 있는 이들에게 아첨하고 아부하는 미술가이자 명예욕과 시기질투심이 많은 전형적인 풍자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장발형 머리에 비만인으로 표현된 외형은 캐리커처 풍의 조형상을 띠고 있다. 그리고 잘 보이고 싶은 여성 앞에서는 그가 주변 인물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작 자신과 함께하는 동료이자 동생들에게조차 조롱과 멸시를 당하는 비웃음 캐릭터로 풍자의 대상이 된다. 그가 “자본이 골목상권을 죄다 싸구려 자기 메이커로 도배하고 있다”는 현실비판적인 진지한 강의를 마친 후, 막간을 이용하여 들어간 카페는 '스타벅스'라는 반어적 발상이 작품 속에 연출되듯이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인 예술계 현실과의 괴리와 부조리, 그리고 아이러니가 주인공과 관련된 일화 속에 반영되어 사회문화적 풍자성을 드러낸다. 주인공을 미술가로 설정한 <아티스트>는 작가의 투박한 선묘로 풍자미를 높여준다. 잉크의 마티에르가 느껴지는 펜선은 채색된 변두리로부터 주목도를 높이고 인물을 경계에서 분리시켰다. 인물을 제외한 배경의 제한된 채색과 낮은 채도의 색감 배석은 단정한 느낌을 주며 미학예술적인 측면에서 서구의 그래픽 노블을 연상시킨다. 컬러로 채색된 인물과 배경은 암부가 없는 단일색으로 면을 처리하여 디자인적 조형미를 강조하였다. 배경공간의 연출에 있어서도 과감히 묘사의 생략을 통해 인물이 주목받는 시각적 효과를 주었다. 그리고 장소가 바뀔 때, 하나의 컷으로 별도 제시하여 독자에게 공간을 인지시킨다. 캐릭터의 조형성에 있어서 다른 인물들과는 달리, 득녕과 평론가의 외형적 모습이 유독 눈에 띠는데, 작중 평론가의 머리를 양쪽으로 가른 모습이 마치 책을 펼친 모양처럼 닮아있기에 이론으로 무장한 평론가를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조형적 형태의 예술성까지 고려하였다. 

두번째 캐릭터인 소설가 신득녕(45세)을 중심으로 작품의 문학적 작품성을 살펴본다. 득녕은 가족친지들의 반대에도 소설을 쓰려고 인연을 끊은 측은하고 인내하는 미혼남이다. 음악을 전공한 종섭의 문학적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봐주고 적극적인 멘토링과 기획을 통해 종섭을 인기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만든 인물로 감정적 마찰 중에도 쉽게 흥분하지 않는 이성적 인물로 묘사된다. 때때로 자신이 고집해오던 예술에 대한 순수성을 고민하는 휴머니즘을 비춰주기도 한다. 득녕은 어린 시절 성장과정을 고백한 단편소설에 대해 큰 공감을 해준 경수와 종섭과 친해졌으며, 여기에 영화감독, 만화가가 포함되어 5명이 함께한 예술모임인 ‘오락실’의 멤버였다. 이들 모두가 스토리라는 텍스트를 콘텐츠로 꾸미는 다매체 예술가들이다. 이 가운데 ‘남북영화’로 성공한 영화감독과 성인 웹툰으로 경제적 성공을 거둔 만화가는 공교롭게도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장르로 분류되는 응용예술 분야의 예술가이다. ‘오락실’이라는 예술가 모임명은 득녕이 추후에 등록하는 출판사명이 되고 문학잡지명으로 활용되어 예술의 오락적 기능까지 상정하고 있다. 문학계의 등단과정인 문학상에 원고를 투고하지도 않고 상업적인 웹소설 연재를 거부하던 득녕은 아버지의 병환을 계기로 현실에 타협하고 참여한 문학공모전에서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천종섭과 마주하게 된다. 그간 순수문학을 지향하며 대중적 소설이나 에세이집을 무시해 온 득녕의 처지가 처량하기만 하다. 시나리오 공모전에 응모하며 “상금을 받고 명예를 얻고 싶다”면서 현실적 자아를 발견하는 득녕의 모습에서 문학계의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8년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예술인의 예술활동 수입은 연평균 1천281만원이었다. 낮은 소득과 불규칙한 경제활동은 예술인의 순수성을 병들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득녕은 공동의 이익과 분배를 모델로 구상하여 협동조합 형태로 추진한 문학잡지 ‘오락실’을 성공시켰다. 그런데 이마저도 잡지의 표지 및 인터뷰 대상을 직접 지명하고 기획코너를 혼자 정해버린다는 거부감에 동료들의 반감을 샀다. 게다가 득녕이 잡지에 실리는 광고료를 제 멋대로 처리한다는 동료 편집위원들의 불만에 대하여 득녕이 ‘잡지 폐간’으로 맞서는 엉뚱한 처사가 인간의 실상과 문학예술계의 이면을 풍자한다. 순수성을 잃은 득녕의 변화는 작품 후반부의 TV 뉴스에 득녕이 출연하여 인터뷰를 진행하는 장면으로 강조된다. 그의 아이가 아빠가 등장하는 TV 앞에서 엄마의 품에 안겨 등을 돌리고 울음으로 거부하는 장면은 득녕이라는 이성적 캐릭터의 변화를 은유적 표현으로 나타내고 있다. 아나운서가 요청한 마지막 코멘트에 뮤지션 천종섭을 ‘천재 아티스트’로 지명하면서 그에게 부담을 주어 재기를 저지하는 모습은 득녕의 부인조차 생소하고 이질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문학적 서사구조로 전개된다.

세번째 캐릭터인 뮤지션 천종섭(44세)을 통해 작품의 영상기술적 완결성을 평가한다. 종섭은 득녕의 도움으로 출간한 첫 에세이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약 유명 작가로 부상하였지만, 180도 변심하는 음악가이다. 종섭은 득녕이 순수한 예술성을 빌미로 쉽게 타협하지 못할 때, 상업적 창작활동을 수행하는 인물로 득녕에게는 일종의 대리만족이자 페르소나 같은 캐릭터이다. 3명의 아티스트가 차례로 자신들의 뜻을 이루고 사회적으로 성공하지만, 천종섭은 사회적 명성을 얻은 후, 가장 극명하게 성격의 변화와 바닥인 인성을 드러내는 인물로 묘사된다. 초반 무명시절에 종섭은 ‘래퍼 빅 라이스’라는 힙합 아티스트와의 감정적 마찰을 겪지만 유명해진 이후에는 그렇게 경멸했던 이들과 파트너가 되어 어울리는 장면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음악인의 저작권과 재산권 보호를 위해 전면에 나섰던 그가 기득권의 회유에 넘어가 쉽게 설득 당하는 모습은 그가 어떤 인물이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아티스트>의 영상기술적 연출 측면에서 모바일 웹이나 PC로 웹툰을 구독할 때, 인디뮤지션의 BGM을 삽입하여 재생함으로써 시청각을 통해 드라마 연출의 효과를 제고하였다는 점에서 멀티미디어 웹툰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존에도 다른 웹툰 작가들이 플래시 프로그램을 활용한 무빙 이미지 등의 다양한 기술적 시도들이 있었지만, 이 작품에서는 인디 씬의 뮤지션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활용하고 작품 속에 등장하는 문학잡지의 표지 그림에 SNS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이미지를 제공받아 활용하였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본인의 작품이 아닌 외부 작가의 이미지를 연출의 요소로 활용하여 이미지 속의 이미지로 구성한 포토몽타주 기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지 속의 이미지는 소설가 신득녕이 자신의 책과 화가 곽경섭의 책의 판매부수를 확인하는 장면의 모니터 화면과 메일을 보내고 띄워진 모니터 화면에서도 나타난다. 독자들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하여 설명을 생략하고 이해의 편의성을 높이는 장치로 활용되었다. BGM으로 활용된 음원과 잡지 표지화로 활용된 그래픽 이미지는 원작자에게 <아티스트>라는 웹툰을 매개로 새로운 수용자를 만나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향후 이러한 아트 콜라보레이션이 지속된다면, 웹툰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제품 PPL과는 차별화된 신선함을 선사할 수 있다. 

한편, 사회문화적 다양성과 대중성을 통합예술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아티스트>는 사회성 짙은 소재를 현실적으로 그려온 만화가 마영신은 예술판에 모인 인간 군상을 다룬 풍자 웹툰으로 인문학적 작품성과 미학적 예술성과 함께 사회문화적 반영성을 통합하여 종합비평 할 필요성이 파생된다. 과거에는 창조적 예술 활동을 펼치는 작가들에게 ‘아티스트’라는 고상한 지위를 부여하고 대우했지만, 오늘날 아티스트가 가진 능력은 증명 가능한 기술이 아니기 때문에 작가의 예술적 감수성을 객관적인 지표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문학 분야에서는 그것이 문학상으로 제시되고, 미술에서는 공모전으로 제시되고, 음악에서는 콩쿠르라는 경쟁 방식의 선발 제도가 존재한다. 그런데 이는 전통적 순수예술 분야에 국한될 뿐이고 실용음악, 응용미술, 대중문학 등으로 통칭하는 대중예술에서는 그저 잘 팔리는 음악가, 미술가, 작가가 대접 받는 게 냉엄한 현실이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티스트들은 소설가, 음악가, 미술가 등 만화와는 조금은 동떨어진 예술 장르에 종사하는 캐릭터로 설정하였으나, 거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면면에서 같은 부류의 인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그들이 원한 것은 예술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일지, 부와 명예의 획득일지, 고민의 지점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출판사도 팔리는 작품을 원하고 갤러리도 작가의 명성을 높이며 인정받아 해외 아트마켓에 비싼 가격으로 작품을 팔기를 원한다. 이 시대의 예술인들이 무엇을 위해 창작활동을 하고 무엇을 위해 표현해야하는지 목적과 목표의 설정이 필요하다. 

작품에서는 문화 권력에 의한 위압과 성폭력이 다수 묘사되어 있다. 세 남자 예술가들의 성공과 실패를 그린 일대기 속에서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페미니즘 측면에서 살펴본다. 그들은 실력으로 성공한 게 아닌 교수의 애인으로 그리고 성공한 작가의 애인이자 친구로서 등장한다. 그리고 술자리에서 정복하고자 하는 대상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여성 바텐더는 추행을 당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묘사된 여성의 모습을 살펴보면,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 바라보거나 쾌락을 충족시키기 위한 객체로 등장한다. 긴 머리로 특징되는 여성성을 포기하고 옆머리를 바짝 잘라 날카로운 인상을 드러내는 세하라는 여성조차 경수에게는 성적 대상으로 느껴진다. 그것은 작중인물인 경수의 관점이기도 하고, 경섭의 관점이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사회의 연출로 묘사된 페미니즘의 일부라고 생각된다. 교수에게 잘 보여서 자리를 보전하고 후임으로 지목받아야 하는 교수와 강사의 수직적 관계를 비롯하여 연로한 교수와 젊은 여성작가의 내연관계가 그러하다. 이 관계를 눈치 채지 못한 화가 곽경수는 젊은 작가에게 추파를 던지다가 교수의 라인에서 빠지게 되는 곤경에 처한다. 작년 한해에 법조계에서 시발된 위압에 의한 성폭력이 정치권과 문화계로 번지면서 전국을 들썩였다. 특별히 문화계의 거장이었던 이들에 대한 잇단 폭로는 그동안 그들을 예우하고 대접했던 지자체와 그들을 존경하고 따랐던 문화계에 파문을 일으켰다. 아직 힘이 없는 신인 예술인들에게 거장이라는 권위로 문화계에서의 생존과 생계를 위협한 사건들이었다. 

작가 마영신은 이러한 관계를 일찍이 <빅맨(2012)>에서 묘사하고 직시한 바 있는데, 이 소재를 다시 아티스트에서 활용하면서 ‘미투’ 운동으로 젠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웠던 2018년도에 여성의 사회적 권리와 위압적 성폭력에 대한 논쟁과 담론을 형성하였음을 독자들의 댓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경수는 ‘통합예술진흥원’의 홍보 웹툰을 그릴 여성 웹툰 작가들에게 스스럼없이 성추행을 하고, 자신의 딸의 손을 잡은 과외선생에게 격노하는 곽경수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 남성들에게 만연한 이중성과 부조리를 폭로하고 있다, 뮤지션 종섭은 휴제이라는 신인 여가수에게 접근하여 저작권협회의 부당이득을 챙겨주고 밤마다 자신의 욕정을 푸는 파렴치한이 되어 위압을 행사하는 권력자 행세를 한다. 정부는 기존의 분야별로 나누어진 예술분야 지원기관과 정부기구를 통합한 매머드 급의 ‘통합예술진흥원’ 기관을 출범하는데, 미술가인 경수는 ‘통합예술진흥원’의 원장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하여 예전 문하생 시절에 스승인 만화가를 모함하고 그의 추한 과거를 들춰낸다. 옛 스승을 나락의 길로 빠지게 만든 대가로 ‘통합예술진흥원’의 부서장 자리를 제공 받는다. 개국공신이 된 그는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부서를 없앨 수 있다”며 큰 소리를 치기도 하고, 지원사업의 추진에 있어서 이해 당사자에게 특혜를 제공하기 위해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무소불위의 권력층으로 묘사된 현실적 풍자가 실소를 자아낸다.
<아티스트>에는 마영신 전작에서의 캐릭터와 스토리가 중첩되어 나온다. <빅맨>의 주인공 곽경수는 미대 강사, 자녀가 있는 이혼남의 설정이 비슷하고 교수의 애인에게 추행을 하다가 교수에게 들켜서 파면 당하는 스토리를 그대로 <아티스트>에서 재연하였다. 그리고 <연결과 흐름>에 나오는 득녕도 소설가라는 설정을 그대로 유지한 채 동일한 모습의 캐릭터로 등장한다. 각기 다른 작품에서 동일한 설정의 인물의 재등장은 마영신 만화의 세계관이자, 각각의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무명의 예술가들이 부와 명예를 얻게 되고 변모해나가는 상황을 마영신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그려나가면서 예술계의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작가가 그간 지내온 한없이 가볍고 허황되었던 과거의 삶이 화가인 경수와 맞닿아 있다면, 유명 출판사에서 출간계약을 맺고 작가로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현재의 삶은 음악가인 종섭과 연결된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표리부동하지 않고 자아성찰이 뛰어난 소설가인 득녕은 작가가 향후 미래의 희망적 의지를 담아 닮고 싶은 이상향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에 대한 작가와 독자들의 수용적 반응성을 살펴보면, 독자가 작품과 심미적 교류를 나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스탠리 피시(Stanley Fish)가 언급한 ‘독자의 역할’에 있어서도 독자들은 세 명의 독특한 캐릭터 속에서 거울을 들여다보듯이, 이야기 자체에 몰입하여 작품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독자는 주인공들의 성공에 대한 열망이 나은 자기부정과 사회시스템의 부조리를 바라보며 파편화 된 자기 이미지를 투영하게 된다. 실제로 작가가 ‘독자들의 참신한 댓글을 즐겨 읽었다’는 후기에서 알 수 있듯이, 독자들이 공통의 가치를 지니고 서로의 해석을 공유하고 지적으로 반응한다. 특별히 작품의 말미에 득녕의 대사 없는 장면 연출은 독자의 코멘트가 두 개의 층위가 되어 작품을 종결짓고 있다. 마지막 컷의 심리적 연출은 불확정성을 가지고 있어 독자들의 다양한 읽기 경험을 의도하고 있다. 이처럼 작품 텍스트의 의미는 저자가 이미 정해 놓았더라도, 독자가 텍스트를 접하는 반응을 수용할 수도 있다. 웹툰을 읽는 독자들은 일종의 해석공동체로서 서로의 댓글에 동의하고 추천하는 경험을 남기는 정서적 반응을 하게 된다. 작가가 실제적인 현실 속의 자기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들 앞에서 만화를 즐기는 독자들은 감정이입을 수용하고 독자 자신을 작품 속의 인물로 대리만족하게 된다. 이 웹툰은 자본주의 예술계에 대한 풍자라는 사실을 독자들은 잘 알고 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가상의 세계에 노출된 자본주의에 봉사하는 예술인들을 바라보며 현대사회에서의 예술가는 어떠한 사회적 억압 속에서 살고 있는가를 고발한 현실 풍자 작품을 통해 예술가들을 이해하게 된다. 왜 예술가들이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에 빠져 지내게 되었는가에 대한 담론을 던진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깨어있는 의식’을 대중에게 상기하기 위하여 마영신은 펜대를 통하여 독자가 반응하는 문화예술을 고양하고 있다.

마영신 작가의 만화에 대하여 만화평론가인 박인하가 ‘2019년 한국을 보여주는 미학의 정수, 2019년 한국의 I-comics1) ’ 라고 평가하였듯이, 마영신 작가는 자신의 주변부 이야기를 생생하게 기록하고 활용하여 현실감과 실재감을 높일 줄 아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생생한 취재와 인물의 현실적 감정묘사는 독자들의 기대감을 조성하고 다른 작가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다. 또한 작가가 제시한 ‘통합예술’이라는 관점에서 만화계도 학문과 예술의 통합적 접근을 고민하고, 초연결 시대에 인문학을 비롯한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의 역동적 관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목적이 없는 여행은 ‘방황’하기 쉽다. 한국 예술계에서의 잇단 추행과 추문을 일으킨 거장들은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목적을 잊은 채 ‘악한 흔적’을 남겼다. 나의 삶과 예술 활동이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화가 곽경수와 음악가이자 소설가인 종섭은 자신의 목표하는 바를 이루었을 때 방황했다. 득녕은 비록 인간적 복수심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그에게는 새로운 예술판을 만들어서 쇄신하고자 하는 혁신이라는 지향점이 있어서 느리게 가더라도, 방향이 옳으면 된다. 주변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길을 가는 융합예술적 아티스트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영신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 본다.


주)

1) 박인하, “마영신, 진실된 자기표현의 I-comics”, 한국만화가협회블로그(2019. 3. 28.)
<아티스트(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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