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자유평론)> 심해수, 바다라는 유기적 소우주 생태계의 재건
(평론작품 : 심해수 (그림 노미영, 글 이경탁))
임재환 2019.11.05



자연적 생태주의 관점에서 바라본 심해수

노미영 작화, 이경탁 스토리의 <심해수>는 2018년 3월부터 월간 투믹스에 연재되고 있는 웹툰으로 파괴된 지구 생태계 속에서 살아남은 인류와 인류를 생기적 목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심해수의 종간(種間) 대립을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작품이다. 인간이 모든 만물을 지배하고 통제하던 시대가 끝난 미래세계에 인간은 심연의 심해수 공격에 위협받고 살아가는 차상위 먹이사슬 단계로 강등되었다. 행성충돌이라는 자연재해를 요인으로 생태계의 교란과 개체들의 재편은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다가 멸종해 버린 공룡과 닮은 구석이 있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거대한 자연의 흐름 앞에서 인간도 자연에 의지하고 공생 관계를 맺고 있는 하나의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생태주의적 설정으로 만화는 시작된다.

외계에서 온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며 해수면이 높아지고 육지가 사라져버렸다. 절망적인 상황 가운데 인류는 연합하여 서로를 의지하고 보호하며 살아간다. 작살꾼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바다의 포식자 심해수의 공격 속에서 동료와 이웃을 지키는 존재이다. 적어도 공동체에 속한 이들에게는 말이다. 공동체에 속하지 못한 난민에 대한 묘사는 인류애적 연민과 반성이 뒤따른다. 난민을 심해수로부터 지켜주지 않았던 유니온 부산 소속의 작살꾼이 내린 냉혹한 판단은 규정에 따른 조치였지만, 난민에게 배타적인 ‘결정’으로 여주인공 카나는 사랑하는 부모를 잃게 된다. 작품은 냉혹한 현실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간직하며, 독자로 하여금 다양한 캐릭터의 관점에 녹아들게 만든다. 난민, 작살꾼, 아버지, 아들의 입장에서 바라 본 사건들은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가슴을 졸이게 만든다. 독자들은 <심해수>의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인간의 욕망과 갈등 그리고 자연 환경의 파괴와 생태계의 복원에 대한 위기의식을 성찰하게 된다. 

작가의 작화 의도
노미영 작가는 한국과 일본에서 잡지만화를 연재했던 중견 작가로 이번 <심해수>가 첫 웹툰 작품이다. 본래 <심해수>는 수몰된 지구에서 문명이 단절된 채, 과거 지구인들의 수장된 도시유적을 찾아다니며 살아가는 인류의 이야기를 구상하던 중에 일본의 담당 편집자에게 바다괴물 만화를 제안 받고, 두 이야기를 한데 섞어 만들게 되었다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한국만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수중 액션 씬에서 부터 물 위에서 보드를 타고 칼싸움을 하는 장면 등에 이르기까지 신선한 연출로, 마치 헐리웃 영화 <워터월드>와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듯한 시각적 효과를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있다. 또한 실제로 촉수를 먹이 모양처럼 바꾸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물고기를 잡아먹는 심해어에서 착안한 심해수의 모습은 과학적이고 철저한 생물학적 고증 속에서 독자들에게 공포심을 자아내는 성공적인 장치가 되었다. 바다에 사는 생물들은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미물이자 최상위 포식자인 '심해수'를 두려워한다. 심해수의 묘사와 채색감은 채도가 낮고 암부를 적극 활용하여 전체적으로 독자들의 공포감을 자극하기에 적절해 보인다. 심해수는 공포의 대상으로 동료의 사체를 먹는 심해어를 닮아 있으며, 인간을 흉내 내는 요물이다. 이와 함께 종족 번식의 기본적 욕구를 가진 모성애를 보인다는 점에서 인간을 닮아있다. 작가는 지상의 난민 환경과 심해의 괴물 등과 같은 작중 인물들을 통해 인간의 자연 파괴와 환경 오염을 성찰하도록 작화하여 경각심을 고취해준다. 

정의로운 영웅의 성장
작품의 첫 부분에서 주인공 보타와 그의 가족은 15년 이상 가족 외에는 다른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바다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기술을 몸소 가르쳐 주었다. 아이들을 철저히 집단생활에서 분리하여 직접 보호하고자 했던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가 유니온 부산의 작살꾼 출신으로 다른 작살꾼이 그를 증오한다는 사실 외에는 구체적 이유를 아직 밝히지 않았다. 평생을 외부세계와 분리하기 위해 노력한 아비의 고집스러운 행동과 달리 공유된 사회의 규칙인 ‘글’을 배워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언젠가 공동체에 속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영웅의 운명을 따를 수 밖에 없다. 작품은 주인공 소년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심해수를 상대하는 작살꾼으로 성장해 나아가며, 점점 더 넓은 거시적 세계를 경험하는 동심원적 방식으로 독자와 공유하고 있다. 처음에는 주인공 보타 가족의 이야기에서 시작하여, 공동체인 ‘유니온 부산’, ‘유니온 홍콩’, ‘유니온 요코하마’로 이어지며, 향후 세계연합으로 구성된다는 연재계획을 작가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작은 국가단위인 유니온은 세금을 납부받아 유지하는 시스템으로 명실공히 이동하는 ‘독립국가’의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자유주의 시장경제 사회구조를 취하고 있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공동체를 뜻하는 유니온 체제로 발전하여 자연을 지배하는 영웅들로 활동하여 자연을 지배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역할의 대역으로 성장시켜 놓고 있다. 

공동체, 그 속의 탐욕과 경쟁
바다에 떠있는 유니언 부산, 유니언 홍콩 등 떠있는 인공섬들은 각자 하나의 국가이자 독립적인 사회시스템을 의미한다. 기존의 문명과는 구분되는 수몰된 세계는 행정권, 사법권, 입법권이 통합된 군부통치로 작살꾼은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등장한다. 작살꾼의 ‘즉결심판’ 권한은 생명의 존엄성을 무시한 채, 가지지 못한 이에 대한 경멸이 담겨 있다. 유니온은 죄를 지은 사람과 돈이 없는 사람이 동일하게 추방되는 곳으로 선상에서의 추방은 죽음을 의미한다. 경제력이 없어서 세금을 낼 수 없는 이는 용납되지 않는 철저한 비복지 사회이다. 이러한 비윤리적 사회시스템을 거부한 이들이 있으니, 난민 출신의 작살꾼 카나와 주인공 보타의 아버지이자 전설의 작살꾼 마테온이다. 이들은 인류가 멸망하고 난 후, 뛰어난 사냥실력을 바탕으로 쟁취한 작살꾼으로써 절대권력을 거부하고 아나키스트가 되었다. 소시민에 대한 연민과 인류애가 없는 지배층에 대한 불만이 원인으로 보여진다. 후손에 대한 선조의 배려가 위대한 유산으로 남겨져 있듯이 인류는 이타적인 삶을 지향하는 운명 공동체임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구상에서 떠도는 난민인 작살꾼을 통하여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며 인류의 공존과 번영을 기원하고 있다.

월간 연재라는 실험적 시도가 낳은 수작
과거 출판만화계에서 유행하던 월간 만화잡지 시절에는 만화원고 취합, 조판, 디자인, 기사 취재, 인쇄, 유통까지 한 달이라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했었다. 그러나 작가의 컬러원고 제출, 온라인 시스템 업로드가 전부인 웹툰 연재 환경에서는 어느덧 주간 단위 연재가 보편적으로 적용되었다. 웹툰으로 사용자들의 재방문율을 높이던 포털의 입장에서 인기 작품의 업로드 요일별로 나누어 포진시키고 정기적으로 매주 정해진 요일에 작품이 올라오는 시스템을 정례화하면서 정착된 연재 문화라고 생각한다. 작가들은 이제 총 천연색의 컬러로 채색된 원고를 매주 마감해야 하는 상황이 되다보니, 배경은 3D모델링 된 세트장을 활용하는 식의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적극 활용하였다. 이는 애니메이션 제작비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일본에서 ‘리미티드 애니메이션’ 연출 방식이 유행한 것처럼, 웹툰도 주간 단위 컬러원고 마감이라는 압박 속에서 창작의 한계성을 인정하고 컴퓨터 기술의 도움을 받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만화 연재 플랫폼인 투믹스는 월간 단위 연재라는 과감한 실험을 한다. 이는 훌륭한 작품이라면, 독자들이 한 달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줄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했다고 생각한다. 이 색다른 시도는 유의미한 결과를 낳았다. 주간 단위 연재는 아무래도 호흡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 웹툰의 자율적 특성으로 연출되는 컷 수의 제한은 없다하지만, 30컷 내외로 연출에 그 다음 주 연재를 기다리게 만들어야 하는 잦은 긴장감 조성에 독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월간 연재 작품인 <심해수>는 보다 긴 호흡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가고, 상황 연출에 있어서도 정성이 가득한 공간의 연출이 돋보인다. 주로 상반신 위주로 노출된 인물이 부각되어 대사와 3인칭 시점의 내레이션으로 서사구조를 진행하는 웹툰 작품이 많은 요즈음, 시원시원한 인물의 동적 표현과 함께 근경, 중경, 원경으로 가득한 배경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페이지 뷰’의 미장센
‘페이지 뷰’ 방식의 UI(user interface) 제공은 기존 출판만화의 읽기 방식에 익숙한 독자층에게 편의성을 제공해줄뿐더러 아직도 출판만화 원고 형식을 고수하고 있는 웹툰 작가들의 컷 연출 의도를 독자들에게 왜곡 없이 전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실제로 작화가 노미영도 페이지 뷰가 가능한 플랫폼의 장점을 살려서 페이지 뷰로 컷 연출을 구상하고 다시 스크롤 방식으로 분할하는 방법으로 작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2000년대 초반 ‘코믹스플러스’, ‘스포츠 투데이’ 등의 디지털 온라인 만화 연재플랫폼은 출판만화 읽기방식에 기반한 페이지뷰 방식의 읽기 방식을 제공한 바 있기에 온전히 새로운 시도라고 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투믹스의 이러한 보기 방식에 주목하는 이유는 디지털 만화연재 플랫폼이 등장하고 20여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나는 동안 웹툰의 정형적 프레임이 된 ‘스크롤’ 구독방식의 틀을 깨는 신선한 시도이기에 그러하다. <심해수>도 스크롤 방식으로 작품을 보다보면 곳곳이 가로 컷이 세워진 채로 등장하곤 하는데, 페이지 뷰 방식에서는 가로로 긴 직사각형 컷이 가지고 있는 공간적 개방감이 스크롤 보기 방식에서는 작아질 수밖에 없어서 내용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옆으로 세운 가로 컷이 등장하는 이유이다.
기존 출판만화 방식의 작품으로 작업을 하였기에, 스크롤 방식의 연재 구성 시, 하나의 컷을 분할해서 순차적으로 게재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스크롤 연출에서 스크롤을 내린다는 의미는 페이지를 넘기는 효과가 있다. 독자들은 오랜 만화 감상의 습관으로 홈통을 따로 나눌 경우 시간이 흘렀다는 전제를 갖는다. 그러한 이유로 임팩트 있는 가로 컷의 사용은 스크롤 연재에서 화면을 분할 할 수 밖에 없기에 원작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연출 효과가 발생하였다. 4화에 등장하는 전투 씬은 컷이 양분되어 세로로 배치되면서 전진해 나아갔다는 시간변화를 의미한다. 이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중간 단계에 위치한 웹툰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그림 1,2)



△ (좌 : 그림1)심해수 4화 中 페이지 뷰 방식의 연출장면      △ (우 : 그림2) 스크롤 방식 연출장면

새로운 생태주의 사회의 추구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심연과 같은 사람의 마음 속에는 어떠한 괴물이 자리하고 있을지 모른다. 마음이 악한 인간은 또 다른 심해수와 같이 위협적 존재일 수 있다. 연재 중인 만화 <심해수>의 작품 속에서 주인공이 지구상 어딘가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심해수를 모두 정복하고 말살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생태계일지 자문해본다. 망망대해 속에서 주인공 가족이 심해수의 위협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생존해가던 시기가 이미 복구된 생태계일 수 있다. 누가 세상을 이롭게 하고 누가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는가를 규정하기에는 혼란스러움이 있다. 레이첼 카슨은 <침묵의 봄>을 통해 인류의 산업시대에 서구 기술문명이 만들어낸 온갖 화학물질과 발암물질이 지구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심해수>에서 미래사회 인류는 수몰된 생태계에 순응하고 적응하며 위협의 요인인 심해수로부터 자신의 생명을 지켜가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지만, 현실의 인류는 지구 환경생태계에 있어 가장 위협적인 요인이라는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웹툰 <심해수>는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강조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메시지와 비교할 때, 인간중심의 사고를 거부하고 자연과 상호적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맥락을 같이한다. <심해수>에는 ‘인간이 자연에 대한 우월적 지위의 존재가 아닌 자연과 상호 의존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 시켜주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자연의 흐름 속에서 생태계와 조화를 모색한다는 측면에서 ‘근본 생태주의’를 담은 웹툰 만화라고 할 수 있다. 또한 공동체 속에서 발생하는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난민과 유니온이라는 고도화된 사회집단 간의 역학관계를 보여주고 지배의 원리가 되는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사회 생태주의’ 사상을 다루었다고 볼 수 있다.
21세기 지구의 운명이 봉착한 기후변화와 환경재해의 위협은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산업 자본주의를 유지하며 해결하려는 서구 선진국과 선진국이 되기를 열망하며 공장을 짓고 있는 개발도상국은 마치 브레이크가 없는 폭주기관차와 같이 지구 운명의 날을 앞당기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의 지구로 이루어진 유기적 존재라는 사실을 잊고 지낸다면 지구는 건강할 수 없고 위험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작품에서는 과거 고도의 기술력을 자랑했던 인류가 환경적 재앙을 돌파하지 못한 상황이 펼쳐진다. 단지 일순간에 멸망이 아닌 나날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인류는 후손을 위해 희망의 배를 만든다. 인류에게 약속된 신의 언약에 기반한 노아의 방주를 만드는 장면이 중첩된다. 망망대해에서 약속의 땅을 찾아 수도 없이 희망의 새를 던져 보내는 선상 위의 노아와 같이 위협 없는 지상낙원을 찾아 자연과 공존하기 위해 오늘도 유니온이라는 인류의 선상 공동체는 끝없는 ‘희망의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심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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