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우수상(지정평론)> 타인(자), 나의 존재를 훔쳐가는 자
(평론작품 : 타인은 지옥이다 (김용키 작))
유원준 2019.11.05



0. 타인의 세계로 진입하기
간결한 문장에 화면을 스크롤하던 손가락이 멈춘다. 심플하지만 복잡하고 낯설지만 친숙한 작품의 제목, “타인은 지옥이다”. 이 짧은 문장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역설적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생기발랄한 웹툰의 썸네일과 제목 사이에서 발견한 강렬한 작품의 제목은 우리가 타인들에게 느끼는 일반적인 감정을 반영하는 동시에 철저히 배척한다. 단순한 호기심이건 그림체가 마음에 들어서이건 간에 갖가지 선택의 이유들은 작품의 제목을 뒤로 한 채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작품을 클릭하는 순간 우리는 과연 어떠한 인물(타인)들이 등장하여 자신이 느꼈던 타인, 즉 타자에 관한 이야기가 전개될까 하는 보다 명확한 목적만을 떠올리게 된다. 부연하자면 작품의 제목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까닭은 우리들 마음 속에 이미 자리 잡고 있는 타자에 대한 이중적 정서를 대변하기 때문인데 그 하나가 친근함과 안정감이라면 다른 하나는 낯설음과 불안감이다. 타인은 내가 아닌 다른 이를 지칭한다. 자신이 아니기에 낯선 대상이며 스스로의 의식적 행위로 규정될 수도 없는 존재이다. 우리는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존재, 즉 명확하게 정의될 수 없는 대상에게 일종의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데 타인(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 기인한다. 
이제 작품 속으로 진입해보자. 작품에서 주요한 대상들이라 할 수 있는 타인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 주인공에 대한 설정이 간결하게 제시된다. 모든 이야기 구조에는 그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화자의 역할이 도입부에 설정되기 마련인데 보통 웹툰에서는 주인공을 통한 1인칭 시점이 선호된다. 이 작품 역시 첫 장면에서부터 주인공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좁아터진 고시원 방 한켠, 직장을 구하기 위해 주인공이 선택한 낯선 도시인 서울이 작품의 배경이다. 도입부에서 제시되는 주인공에 관한 이와 같은 설정은 최근 대한민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반영한다. ‘헬조선’으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을 웹툰은 고시원이라는 환경에서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셈이다. 취업은 어렵고 당연하게도 청년들의 경제적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현재 국내 웹툰의 주요 소비자가 청소년 및 청년 계층임을 고려해본다면 이러한 주인공에 관한 설정은 자연스럽게 독자들을 유도하는 장치가 되는데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본인이 겪었던 혹은 미디어를 통해 경험하고 있는 스스로의 현실을 주인공에게 투사시킨다.

1. 윤종우, 너도 나와 다르지 않아
주인공인 종우는 대한민국의 25세 청년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활동을 하고 있다. 첫 장면에서 어머니와 통화하며 고시원에 도착했음을 알려주는 주인공, 그는 이내 자신이 서울에 회사를 차린 선배(재호)의 인턴 권유를 받고 상경했으며 여자 친구(지은)가 있음을 타인들과의 대화와 독백을 통해 들려준다. 작품에서 정우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된다. 첫 번째로는 보통의 이야기 구조 속 주인공의 역할이 그러하듯 특정 사건의 중심에 위치한 주체로서의 역할이다. 종우는 크게 두 가지의 사회 시스템 속에 위치하게 되는데, 하나는 고시원이라는 생활의 터전이며 또 하나는 선배 회사라는 생계를 위한 환경이다. 이 작품의 특수성은 본래 사회적 구조 속에서 이해될 필요가 없는 생활의 터전을 고시원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출발하는데, 이러한 특성은 작품의 도입부에서 주인 아주머니의 소개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즉, 고시원은 화장실과 샤워실, 흡연실(옥상) 심지어 부엌조차 타인들과 공유해야 하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종우에게 허락된 타인과 마주할 필요가 없는 유일한 사적 장소는 자신의 방(202호) 밖에는 없다. (물론 그마저도 방음이 안되어 매우 제한적이다.) 
주인공으로서 종우의 또 다른 역할은 사건(타인)에 관한 관찰자로서의 역할이다. 첫 화부터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타인들은 종우의 시선을 통해 그려지는데, 독자들은 보편적인 인물로서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되며 서서히 타인들에 관한 느낌을 연동시킨다. 다만, 흥미로운 점은 종우가 매우 수동적인 주체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인데 이러한 경향은 작품이 전개될수록 강화된다. 주체로서 사건의 중심부에 위치했던 주인공이 차츰 사건에 휘말려 스스로의 동력을 잃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독자를 유도하는 장치로서 주인공에 관한 설정(보편적 주체로서의 주인공)은 결국 작품이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다른 양상으로 변화한다. 종우는 타인들의 보편적이지 않은 특성을 관찰하는 관찰자이자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그들과 닮아가는 수동적 주체로서의 양면적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2. 타인들을 마주하는 두 개의 세계
고시원으로 들어간 종우는 주인 아주머니를 시작으로 다른 방에 거주하고 있는 타인들을 차례로 마주하게 된다. 작품의 제목처럼 그들의 특징은 우리가 사회 속에서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적대적 타인들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이다. 어느 순간에도 불쑥불쑥 개인의 사적 영역으로 침투하는 오지랖 넓은 주인 아주머니와 건달처럼 보이는 205호, 은둔형 외톨이의 전형을 보여주는 것만 같은 204호와 염치없는 이중인격자인 206호 인물까지. 그러나 가장 위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는 역설적으로 가장 보통 사람처럼 보이는 203호의 타인이다. 어떻게 이런 인물들이 한 장소에 모여 있을까. 그러나 오싹한 사실은 이들 모두가 사회 속에서 한번쯤은 마주했던 그런 유형의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작가는 이러한 특성을 그들의 익명성을 통해 표현한다. 익명성은 그들이 사는 세계가 현실과는 괴리된 특수한 사회라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동시에 타인으로서의 거리감을 지속적으로 표시하는 하나의 기표가 되며 우리 주변에도 항상 존재할 수 있다는 불안감의 증표가 된다. 
앞서의 인물들이 종우의 생활의 터전에서 마주한 익명의 타인들이었다면 인턴으로 일하게 되는 회사에서 마주하는 인물들은 이름이 부여된 정상적인 인물들이다. 종우의 선배이자 회사의 대표인 재호와 사사건건 충돌하는 선임자 병민 그리고 매우 일반적인 타인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여직원 유정과 정호. 고시원에서의 인물들이 보통의 사람들이 혐오하는 타인의 모습을 극대화하여 보여준다면 회사에서 만나는 인물들의 경우, 선임자로서 히스테리를 보이는 병민까지 포함하더라도 보통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유형의 인물들이다. 종우는 이러한 두 가지 세계를 교차하며 다양한 타인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해서 살펴보면 종우는 정상적인 세계, 즉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게 사회 생활을 하는 실명의 세계에 머물기를 희망하지만 결국 익명의 세계인 고시원으로 돌아온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고시원으로 돌아가는 종우의 발걸음은 무거워진다. 이는 고시원이라는 자신의 보금자리가 정상적인 집의 개념이 아닌 타인들이 불쑥불쑥 들이닥치는 사적 영역으로 볼 수 없는 공간이라는 점에서부터 출발한다. 집이라는 공간은 결국 공공 영역에서 타인들과의 관계로부터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지극히 개인적 영역으로서의 의미를 지니는데, 작품 속에서 묘사되는 고시원은 결코 그러한 공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종우는 스스로가 경멸했던 타인들과 유사하게 변모해간다. 신경은 항상 곤두서있고 타인들과 감정적 교류가 어려워지며 무엇인가 혼자말을 중얼거리는 등, 작품의 도입 부분에서 마주했던 타인들의 비정상적인 모습은 어느새 스스로의 모습이 되어간다. 

3. 타자라는 이름의 거울
이 작품은 본격적인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 웹툰으로 독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서스펜스를 제공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스릴러 장르에 부합하게끔 무채색의 계열로 묘사되어 있으며 이러한 점이 작품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는 동시에 컬러풀한 타 웹툰 사이에서 오히려 눈에 띄는 효과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독자들의 호흡을 지속적으로 가쁘게 만드는 점진적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고시원의 타인들이 살인마들임이 드러나는 47화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에게 이 작품이 직접적인 살인을 다루고 있음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스릴러 영화를 정립한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 감독은 ‘관객이 그들이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나 그 상황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개입할 수 없을 때 서스펜스를 경험한다’고 언급하는데 이 작품은 줄곧 어떤 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자아내며 독자들의 기대치를 상승 시킨다는 점에서 서스펜스 (특히 영화)의 문법을 차용하지만 웹툰의 특성상 매 회차 독자들에게 구독을 유도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TV 드라마물이 지니는 짧은 호흡의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문제는 짧은 호흡으로 반복되는 서스펜스의 구조가 자칫 독자들의 몰입을 저해할 수 있다는 부분인데 이 작품 역시 중간 부분에서 새로운 인물들을 투입시키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지연시킨다는 비판 또한 댓글을 통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중간에 투입된 인물 중, 205호에 투숙하게 되는 석윤의 경우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처음 만난 종우에게 형님이라고 호칭하며 이후 다른 고시원 사람들과의 대화에서도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을 보이는 인물로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지방에서 상경한 점이나 고시원 사람들 중 정상적인 범주의 사람이라는 점에서 종우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종우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석윤에게 고시원 사람들의 수상쩍은 행적을 언급하며 자신의 의심을 확인받고자 한다. 이 작품의 전체적인 구조를 관찰해 보자면 초반부에서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던 주인공이 차츰 고시원 사람들의 비정상적 행태를 목도하며 본인 스스로도 그들과 닮아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석윤은 주인공이 가졌던 정상인으로서의 특성을 이어받게 되는 인물이자 주인공 종우가 자신의 보편성 혹은 결백을 끊임없이 인정받고자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 작품의 흥미로운 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하는데 작품 속 타인의 역할이 미묘하게 분기하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적대적 타인과 보편적 타인의 이분법적 구도 속에서 주인공 종우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면, 윤석은 타인이지만 종우를 닮은 그리하여 종우의 모습을 반영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특성은 윤석의 등장과 함께 조금씩 나타나지만 독자들이 주인공 종우에게 의심을 품기 시작하는 지점에서 극대화된다. 즉 고시원의 타인들이 비정상적 인물들임은 틀림이 없지만 종우가 생각한대로 살인마들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인데, 이러한 의심은 37화부터의 일련의 사건들(선배 재호의 조언 및 203호가 자신을 쫓아다닌다고 착각하는 장면 그리고 204호의 칼 사건 등)을 통해 나타나며 종국에는 종우 스스로 자신의 비정상적인 예민함이 석윤을 고시원에서 나가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55화)에 이르게 만든다. 결국 종우는 윤석을 비롯한 재호와 주변의 타인들에게 끊임없이 자신이 정상임을 토로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오히려 더욱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들게 된다. 

4. 이제 여기 좋은 청년들만 남았다. 그렇지? 
이 작품은 47화에 이르러 직접적으로 고시원의 타인들이 살인마 집단임을 암시하는 대사를 등장시킨다. 그러나 앞 회차의 몇몇 대사들을 곰씹어보면 앞으로의 사건을 암시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데, 그 중 비교적 작품의 도입 부분에 해당하는 9화에 등장하는 주인 아주머니의 대사(“이제 여기 좋은 청년들만 남았다. 그렇지?”)는 종우를 안심시키는 동시에 결국 고시원이 살인마들의 소굴임을 드러내는 중의적 대사임을 알 수 있다. 작가는 다른 타인들과는 달리 주인 아주머니와 203호의 눈동자만 크게 확대하여 묘사하고 있다. 이는 두 인물이 고시원 살인 사건에 있어 가장 권한이 강한 주요 인물들임을 표시하는 동시에 종우의 일거수일투족, 심지어 심리적 부분까지도 감시하는 ‘타인으로서의 시선의 힘’을 지닌 인물임을 드러내는 만화적 표현이다. 타인들은 종우의 시선에 의해 관찰되는 존재였지만 결국 작품의 첫 화 마지막 장면에서부터 등장하는 타인의 시선은 줄곧 종우를 지배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현상학자인 사르트르(J. P. Sartre)는 타자를 ‘나를 바라보는 자’로 규정하며 나의 세계에 작은 균열을 발생시키는 존재로 상정하는데, 타인의 시선에 노출된 나는 내 세계의 중심으로서의 위치를 잃어버리고 종국에는 스스로의 존재성을 박탈당하게 된다. 물론 주체가 타인을 그저 대상으로 다시 치부할 수 있다면 원래대로 자신의 세계의 중심으로 복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종우는 끊임없이 타인들의 시선에 노출되어 자신을 잃어가게 된다. 
고시원의 인물들의 살인 패턴을 살펴보면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작품의 초반부에서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205호를 차치하고서라도 종우의 선배인 재호를 향하여 다소 감정적인 우발적 살해를 저지르는 장면이라던지 고시원에 늦게 진입한 석윤을 먼저 감금하고 살해하는 부분 등은 그들의 살인 방식이 그리 치밀하거나 어떠한 법칙에 지배되지는 않음을 알려준다. 그럼에도 종우를 향한 고시원 살인마들의 접근 방식은 매우 치밀하게 목을 죄어오는 방식으로 설정된다. 작품이 지닌 메시지 구조가 종우를 향한 타인들의 접근 방식에서 나타나는 셈인데, 타인들은 종우의 육체가 아닌 정신을 파괴하여 종우 스스로가 모든 이들과의 관계를 허물어뜨리게 만든다. 결국 종우는 정당방위의 범위를 넘어 스스로 살인마가 되어 고시원의 타인들을 차례차례 살해하며 세상 밖으로 나가게 된다. 이 작품의 장점은 독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동시에 모든 사건이 막바지로 향하는 기점에서 폭발하듯 연이어 전개된다는 점인데, 이제껏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가 마침내 과녁을 향하여 발사되듯 연쇄 살인이 발각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 고시원 패밀리(일명 고벤저스)가 종우를 향한 살해 시도를 본격적으로 전개하게 되고 독자들을 영화의 클라이막스와 같은 마지막 회차를 향해 나아가게 만든다. 특히 고시원 패밀리들이 각자의 특성을 드러내며 주인공에게 접근하는 75~76화의 연출은 독자들까지 심리적으로 동요하게 만드는 굉장한 몰입도를 보여준다. 

5. 종우의 마지막 시선
마침내 종우는 살의를 드러낸 고시원 일당들에 의해 죽음의 문턱까지 도달하게 된다. 무엇보다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어머니의 말을 떠올리며 정신을 차린 종우에게 203호는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자신보다 앞서 일당들에게 붙잡혀 온 자신의 여자 친구인 지은과 군대 후임인 창현을 직접 살해한다면 종우 본인은 그냥 보내준다는 제안이다. 그 제안을 수락하고 본인을 풀어달라는 정우, 종우의 부탁을 뒤로 한 채 203호는 잠깐 방을 비우게 되고 그 사이에 종우는 주인 아주머니를 헤치우고 방에서 탈출하게 된다. 종우는 붙잡혀있다고 생각했던 지은과 창현을 찾아 고시원 방들을 수색한다. 그러나 그러한 과정에서 204호를 발견하게 되고 종우는 어느새 피해자의 입장에서 가해자로 자신의 역할을 전환시킨다. 204호를 시작으로 206호, 203호까지 헤치운 종우는 고시원을 탈출하지만 끝내 거리에서 203호의 환영을 보며 헤메이다 차에 치이고 만다. 이 작품은 종우가 차에 치이는 86화를 끝으로 사건의 종결을 맞이하게 되지만 87, 88화를 통해 사건에 대한 후일담을 들려준다. 사건을 조사하게 된 형사들은 종우 본인을 비롯하여 종우의 주변 사람들을 취조하게 되는데, 전반부에서부터 틈틈이 흘러나왔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 즉 ‘타인(사람)이 지옥이다’를 다시금 제시하며 마무리된다. 
마침내 전체적으로 긴장감을 유지해오던 이 작품은 이렇게 종결되었다. 앞서의 언급처럼 이 작품은 전반부에서 중반부에 이르기까지 더딘 속도의 전개를 보여주다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그 속도를 대폭 높여버리는데, 이러한 템포 조절의 미덕은 관객들에게 결말부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반사적으로 세심함을 제공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따라서 작품의 제목에서부터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명제는 미분되지 못한 상태로 두루 뭉실하게 반복되는 수준에서 전달되고 만다. 사실, 이 작품이 제기할 수 있는 타인에 대한 분석은 보다 더 다양한 내용을 담을 수 있었다. 가령,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타이틀은 ‘타인이라는 이름의 지옥’ 정도를 연상시킨다. 즉, 타인이 지옥과 같은 무섭고 불편한 존재임을 상기시키고 있는 것인데, 이로부터 우리의 타인에 대한 시각을 살펴볼 수 있다. 타인은 내 자신(주체)이 아닌 다른 이(타인, 타자)이기에 당연하게도 그들은 주체에게 그 자체로 불안한 존재이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을 통해 타인은 본래의 불안정하고 불편한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에게 친근하고 편안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작품에서도 이러한 요소에 대한 묘사가 나타난다. 작품 초반부에서 종우와 재호가 마주한 길거리에서 발생한 싸움 장면과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종우가 거리로 뛰쳐나가 도움을 요청하는 컷은 분명 작가의 주제 의식을 수미쌍관(首尾雙關)의 구조를 통해 보여주고 있으며 첫 장면에서 경계심을 가지고 마주했던 석윤이 차츰 주인공 종우에게 더 이상 남이 아닌 동생과 같은 정을 느끼게 만드는 타인이라는 점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이러한 타인과의 세심한 관계 설정은 고시원의 타인들이 살인마임이 드러나는 순간 주요한 이야기 구조에서 탈구해버린다. 즉 (무)관심의 결과로서 적대적 타인들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고시원의 살인마들은 작품 속 택시기사의 말처럼 원래 악하게 태어난 존재들로 묘사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지막 컷에서의 의도적 장치, 즉 병실에 찾아온 누군가를 바라보는 종우의 시선은 작품을 바라보는 독자에게로 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러한 시선은 힘을 잃은 채 이곳저곳으로 산란되어 열린 결말을 향한 익명의 대상에게로 혹은 타인들을 무관심하게 바라보는 우리에게로 잠시 머물 뿐이다.
<타인은 지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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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05
간결한 문장에 화면을 스크롤하던 손가락이 멈춘다. 심플하지만 복잡하고 낯설지만 친숙한 작품의 제목, “타인은 지옥이다”. 이 짧은 문장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역설적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생기발랄한 웹툰의 썸네일과 제목 사이에서 발견한 강렬한 작품의 제목은 우리가 타인들에게 느끼는 일반적인 감정을 반영하는 동시에 철저히 배척한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우수상(자유평론)> 잔치가 끝난 곳에서 삶을 즐기는 방법
이재민
2019.11.05
지난 수년간 우리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시간을 20년으로 늘려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사람들의 삶도 바뀌었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는 아나바다 운동이 지나가고, 웰빙이 지난 자리에 가성비와 소확행이 찾아왔다. ‘좋은 삶, 건강한 삶’을 지향하던 사람들은 이제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것, 그리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소비의 방향을 옮기고 있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우수상(지정평론)> 생활툰의 진화, 보편인류로서의 독자를 찾아내다
이재민
2019.11.05
최근 몇년간 가장 주목할만한 생활툰은 단연 <아기 낳는 만화>다. 하지만 <아기 낳는 만화>의 등장을 이해하려면 생활툰의 등장과 역사에 대한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존 출판만화 시장과 웹툰 시장을 가장 명확하게 구분하는 장르가 바로 생활툰이기 때문이다. 1998년에는 스노우캣(권윤주)의 <스노우캣>, 2001년에는 ‘성게군’으로 유명한 정철연의 <마린블루스>, 2002년에는 <파페포포>와 같은 작품들이 카페 등 커뮤니티에 연재되며 많은 공감을 얻었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우수상(자유평론)> <오늘의 순정망화>로 보는 ‘순정만화’라는 레토릭
조경숙
2019.11.05
사람들은 왜 웃을까. 몇몇 철학자들은 이 질문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다. 프로이트, 베르그송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철학자들도 ‘웃음’에 대해 연구했다. 이들은 도대체 웃음은 무엇이며, 사람들은 언제, 왜 웃게 되는지를 연구했다. 이들의 논의를 다 따라가지는 못했지만, 그중에서도 ‘웃음은 사회적인 것이다’라는 주장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우수상(지정평론)> 이 시대의 ‘인싸 지침서’, <여신강림>
조경숙
2019.11.05
2018년은 탈코르셋의 목소리가 뜨거웠던 해였다. 메이크업을 선보이던 뷰티 유튜버들이 맨얼굴로 탈코를 잇따라 선언하고, 탈코르셋을 주제로 한 만화 <탈코일기>가 무려 2억원의 펀딩을 경신하면서 그에 질세라 2019년에는 메이크업, 성형수술, 다이어트 등에 관한 만화가 대형 포털에도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꾸밈노동을 멈추자는 목소리가 전방위에 외쳐질 때, 꾸밈은 꾸밀 자유에 의한 것이라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게 터져 나왔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자유평론)> <좀비딸>, 장르 전형의 빈 틈을 노리는 초장르적 침투성에 관하여
정병욱
2019.11.05
좀비 콘텐츠로 최초의 대중적 성공을 거둔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9) 이후 반세기가 훌쩍 넘었다. 그 사이 좀비물은 좀비를 단순히 ‘산 자’와 ‘죽은 자’로 구분하는 공포물에서 벗어나 다양한 스펙트럼의 세계관과 장르로 진화해왔다. 범람하는 좀비물 홍수 속에서 또 하나의 물방울이 된 웹툰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이하 <좀비딸>)이 앞서 나온 수많은 좀비물과 다른 차별점이 있을지 의심부터 하게 하는 대목이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지정평론)> 나비의 꿈: 중력을 거스르는 낭만의 날갯짓
정병욱
2019.11.05
좋은 작품은 작가가 그 모든 것을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제목에 이미 내용과 긴밀하게 연결된 다중 의미와 관점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조지훈의 시 「승무」 속 첫 번째 연과 마지막 연을 맺는 구절을 제목으로 빌려온 웹툰 <나빌레라>가 그렇다. 승무를 추는 승려의 모습을 묘사한 '나비로다.'라는 뜻의 우리말이 우아하게 담긴 이 시구 '나빌레라'에는, 그것이 '나비일까?' 의심하는 조심스러운 추측과 '나비로구나!' 깨닫는 확신이 공존한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자유평론)> 심해수, 바다라는 유기적 소우주 생태계의 재건
임재환
2019.11.05
노미영 작화, 이경탁 스토리의 <심해수>는 2018년 3월부터 월간 투믹스에 연재되고 있는 웹툰으로 파괴된 지구 생태계 속에서 살아남은 인류와 인류를 생기적 목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심해수의 종간(種間) 대립을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작품이다. 인간이 모든 만물을 지배하고 통제하던 시대가 끝난 미래세계에 인간은 심연의 심해수 공격에 위협받고 살아가는 차상위 먹이사슬 단계로 강등되었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지정평론)> 통합예술에 관한 비평적 과제를 던진 풍자만화 <아티스트>
임재환
2019.11.05
마영신 작가의 웹툰 <아티스트(2019)>는 자본주의 사회의 예술가들을 다룬 현실적 리포트로 문화예술계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문화권력’의 폭력성에 대한 풍자만화이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제도 안에서 아티스트들이 갖는 사회적 지위와 여러 양상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하고 자본적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며 갈등하는 이 시대 예술인들의 행태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작품 전개의 기승전결에 따른 극중 인물의 설정과 캐릭터의 성격창조를 통하여 사회적 부정과 문화예술계의 비리를 파헤친 풍자성과 해학성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