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우수만화리뷰] 목숨보다 중한 아파트 <위대한 방옥숙>
김재훈 2019.11.06




목숨보다 중한 아파트 <위대한 방옥숙>


우리나라는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사람이 아파트에서 거주한다. 아파트의 사전적 정의는 “5층 이상의 건물을 여러 집으로 일정하게 구획하여 각각 독립된 가구가 생활할 수 있도록 만든 주거형태”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란 단순히 주거형태 중 한 가지라고 딱 잘라 정의 내릴 수 있을 만큼 가벼운 단어가 아니다. 누군가에겐 지친 몸을 누일 공간, 누군가에겐 결혼 스펙, 누군가에겐 황금알 낳는 거위, 누군가에겐 든든한 노후 자금일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사회적, 경제적 지위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도구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런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혜택을 놓칠세라 우리 삶의 목표는 ‘더 크고, 더 많이 주는’ 나무를 손에 넣는 것이 되어버렸고 이는 결과적으로 층간소음, 부실공사, 불법 투기, 사회적 박탈감, 사기, 각종 비리 등의 짙은 그림자가 되어 사회를 어둡게 드리우고 있다.


최근 네이버에서 연재를 시작한 <위대한 방옥숙>은 데뷔작인 <마스크걸>로 인기를 끌었던 매미/희세 작가의 2번째 연재작으로 두 작가는 작품 속에 현실을 녹여내는 것이 특징이다. 전작인 <마스크걸>에서 ‘외모지상주의’와 ‘모성’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핵심적으로 다루며 중간중간 등장인물들을 활용해 인터넷 문화나 사회적 이슈, 갈등, 문제점 등을 비추어 독자들에게 씁쓸한 웃음과 우리 사회를 다시 한번 뒤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면, 신작 <위대한 방옥숙>은 서울에 한 아파트인 ‘노블골드캐슬’을 둘러싼 인간군상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나라 아파트가 만들어내는 사회적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한강 조망권을 가진 아파트 ‘노블골드캐슬’의 부녀회는 주변에서 ’한다면 하는 사람들‘로 통한다. 그녀들은 집값을 지키기 위해 아파트의 이름을 바꾸고, 구치소를 막아내고, 임대 아파트 쪽으로 난 아파트 출입구를 막았으며, 유명 강남 학원을 유치하거나 구청을 한달동안 점거하는 등 집값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데, 1화에서부터 이들이 시체를 유기하는 듯한 모습으로 작품이 시작된다. 물론 막장 같아 보이는 부녀회 회원들에게도 저마다 사정이 존재한다. 주인공인 방옥숙은 아파트 하나만으로 힘겹게 올라온 중산층의 삶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과 함께 철없는 아들, 사춘기 딸에게 남겨줄 수 있는 것이라곤 아파트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그녀는 집값 사수에 최선을 다하지만 그럴수록 가정은 점점 무너져 가기만 하는데, 이는 다른 부녀회 회원들의 가정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이 안고 있는 문제는 모두 자녀, 부부, 경제적 문제 등 드라마틱과는 거리가 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것들이다. 이처럼 <위대한 방옥숙>은 우리처럼 평범한 사정을 가지고 있는 노블골드캐슬 주민들이 아파트와 재산을 지키기 위해 결국에는 시체 유기까지 저지르며 극단적으로 치닫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에게 누구든지 이렇게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일깨워준다. 



<위대한 방옥숙>은 아파트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대사 등 작품 곳곳에서 스며들어있는 오마주, 패러디, 각색된 우리 사회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데 평소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이를 찾아보는 것도 작품의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매미/희세 작가는 전작인 <마스크걸>에서 일련의 사건을 통해 가벼운 블랙코미디와 같던 작품 분위기를 섬뜩한 스릴러로 180도 전환하며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두 작가를 믿고 마치 폭풍전야 같은 ‘노블골드캐슬’에서 과연 어떤 비극이 일어날지,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위대한 방옥숙>을 지켜보는 것뿐이다.


만화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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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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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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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2019.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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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일상적인 어느 날, 주인공인 소리는 학교 폭력(동급생에 대한 왕따 문제)에 맞서게 된다. 옳은 일이라 여기고 나서게 되었지만 어느새 폭력의 희생자가 되고 만 소리. 심지어 자신이 편들어 준 폭력의 희생자였던 지민까지 전학을 가게 되어 버린 지금, 소리는 원래 살던 곳인 아빠의 집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우수상(지정평론)> 타인(자), 나의 존재를 훔쳐가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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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한 문장에 화면을 스크롤하던 손가락이 멈춘다. 심플하지만 복잡하고 낯설지만 친숙한 작품의 제목, “타인은 지옥이다”. 이 짧은 문장에서 우리는 두 가지의 역설적 감정과 마주하게 된다. 생기발랄한 웹툰의 썸네일과 제목 사이에서 발견한 강렬한 작품의 제목은 우리가 타인들에게 느끼는 일반적인 감정을 반영하는 동시에 철저히 배척한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우수상(자유평론)> 잔치가 끝난 곳에서 삶을 즐기는 방법
이재민
2019.11.05
지난 수년간 우리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시간을 20년으로 늘려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사람들의 삶도 바뀌었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는 아나바다 운동이 지나가고, 웰빙이 지난 자리에 가성비와 소확행이 찾아왔다. ‘좋은 삶, 건강한 삶’을 지향하던 사람들은 이제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것, 그리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소비의 방향을 옮기고 있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우수상(지정평론)> 생활툰의 진화, 보편인류로서의 독자를 찾아내다
이재민
2019.11.05
최근 몇년간 가장 주목할만한 생활툰은 단연 <아기 낳는 만화>다. 하지만 <아기 낳는 만화>의 등장을 이해하려면 생활툰의 등장과 역사에 대한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기존 출판만화 시장과 웹툰 시장을 가장 명확하게 구분하는 장르가 바로 생활툰이기 때문이다. 1998년에는 스노우캣(권윤주)의 <스노우캣>, 2001년에는 ‘성게군’으로 유명한 정철연의 <마린블루스>, 2002년에는 <파페포포>와 같은 작품들이 카페 등 커뮤니티에 연재되며 많은 공감을 얻었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우수상(자유평론)> <오늘의 순정망화>로 보는 ‘순정만화’라는 레토릭
조경숙
2019.11.05
사람들은 왜 웃을까. 몇몇 철학자들은 이 질문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다. 프로이트, 베르그송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 직한 철학자들도 ‘웃음’에 대해 연구했다. 이들은 도대체 웃음은 무엇이며, 사람들은 언제, 왜 웃게 되는지를 연구했다. 이들의 논의를 다 따라가지는 못했지만, 그중에서도 ‘웃음은 사회적인 것이다’라는 주장만큼은 이해할 수 있었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우수상(지정평론)> 이 시대의 ‘인싸 지침서’, <여신강림>
조경숙
2019.11.05
2018년은 탈코르셋의 목소리가 뜨거웠던 해였다. 메이크업을 선보이던 뷰티 유튜버들이 맨얼굴로 탈코를 잇따라 선언하고, 탈코르셋을 주제로 한 만화 <탈코일기>가 무려 2억원의 펀딩을 경신하면서 그에 질세라 2019년에는 메이크업, 성형수술, 다이어트 등에 관한 만화가 대형 포털에도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꾸밈노동을 멈추자는 목소리가 전방위에 외쳐질 때, 꾸밈은 꾸밀 자유에 의한 것이라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게 터져 나왔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자유평론)> <좀비딸>, 장르 전형의 빈 틈을 노리는 초장르적 침투성에 관하여
정병욱
2019.11.05
좀비 콘텐츠로 최초의 대중적 성공을 거둔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9) 이후 반세기가 훌쩍 넘었다. 그 사이 좀비물은 좀비를 단순히 ‘산 자’와 ‘죽은 자’로 구분하는 공포물에서 벗어나 다양한 스펙트럼의 세계관과 장르로 진화해왔다. 범람하는 좀비물 홍수 속에서 또 하나의 물방울이 된 웹툰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이하 <좀비딸>)이 앞서 나온 수많은 좀비물과 다른 차별점이 있을지 의심부터 하게 하는 대목이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지정평론)> 나비의 꿈: 중력을 거스르는 낭만의 날갯짓
정병욱
2019.11.05
좋은 작품은 작가가 그 모든 것을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제목에 이미 내용과 긴밀하게 연결된 다중 의미와 관점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조지훈의 시 「승무」 속 첫 번째 연과 마지막 연을 맺는 구절을 제목으로 빌려온 웹툰 <나빌레라>가 그렇다. 승무를 추는 승려의 모습을 묘사한 '나비로다.'라는 뜻의 우리말이 우아하게 담긴 이 시구 '나빌레라'에는, 그것이 '나비일까?' 의심하는 조심스러운 추측과 '나비로구나!' 깨닫는 확신이 공존한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자유평론)> 심해수, 바다라는 유기적 소우주 생태계의 재건
임재환
2019.11.05
노미영 작화, 이경탁 스토리의 <심해수>는 2018년 3월부터 월간 투믹스에 연재되고 있는 웹툰으로 파괴된 지구 생태계 속에서 살아남은 인류와 인류를 생기적 목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심해수의 종간(種間) 대립을 그린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작품이다. 인간이 모든 만물을 지배하고 통제하던 시대가 끝난 미래세계에 인간은 심연의 심해수 공격에 위협받고 살아가는 차상위 먹이사슬 단계로 강등되었다.
<2019 만화평론 공모(기성부문) 수상작 : 가작(지정평론)> 통합예술에 관한 비평적 과제를 던진 풍자만화 <아티스트>
임재환
2019.11.05
마영신 작가의 웹툰 <아티스트(2019)>는 자본주의 사회의 예술가들을 다룬 현실적 리포트로 문화예술계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문화권력’의 폭력성에 대한 풍자만화이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제도 안에서 아티스트들이 갖는 사회적 지위와 여러 양상을 작품의 소재로 활용하고 자본적 이데올로기를 내세우며 갈등하는 이 시대 예술인들의 행태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작품 전개의 기승전결에 따른 극중 인물의 설정과 캐릭터의 성격창조를 통하여 사회적 부정과 문화예술계의 비리를 파헤친 풍자성과 해학성을 높이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