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우수만화리뷰] 이런 육아웹툰은 처음인데 <닥터앤닥터 육아일기>
심지하 2019.12.02


결혼 웹툰이나 육아웹툰은 인기가 많다. 일단 기혼자만 그릴 수 있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확장됨에 따라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여성의 사회 진출과 함께 대두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임신과 출산'에 대한 관심도 커졌기 때문이다. '모성애'라는 단어로 덮어놓았던 적나라한 임신 출산의 민낯……을 이야기하는 웹툰이 지금까지 없던 것은 아니다. 결혼부터 출산, 육아까지 다방면으로 여성의 삶에 다뤘던 김환타 작가의 생활툰 <유부녀의 탄생>이 그렇고, 너무나 적나라한 임신,출산에 대한 이야기로 한 때 뜨거운 감자였던 쇼쇼작가의 <아기 낳는 만화>가 그렇다. 이 두 만화의 공통점은 작가가 기혼 여성이자 임신 출산의 당사자였다는 것인데. 지금 소개할 <닥터앤닥터 육아 일기>는 어떨까.




-산부인과 의사(Dr.) 엄마와 공학박사(Ph·D) 아빠의 논문 기반 육아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글, 그림을 맡은 닥터베르 작가는 남자다. (스포일러는 아니고, 1화부터 나온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웹툰의 작화와 스토리는 어떤지, 내용은 즐거운지를 떠나 '임신 출산 육아 주류 소비자인 여성 독자로선 "남자 작가가 임신 출산 육아를 다룬다고?" 라며 뒷걸음질을 치기 마련이다. 모두 그렇다는 건 아니고, 일차적인 거부감이 들 수 있다는 거다. 그 무엇보다 여성의 영역인 임출육마저 남자들이 다루다니, 야, 너희가 낳는 것도 아니잖아! 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여성이 군대 만화를 그리기 힘든 것처럼, 직접 겪어보지 않은 것을 이야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런 걱정은 적어도 <닥터앤닥터 육아일기>에선 한 수 접어둬도 된다. 어지간한 육아 도서 뺨치는 육아 정보 전달량을 보여준다. 그것도 카더라 찌라시가 아닌 검증된 논문발 자료로.


육아를 위해 박사과정을 휴학한 베르는 육아에 전념한다. 아직 남자 육아도 드문데, 닥터 베르는 육아를 위해 휴학한 뒤 다시 돌아와 학위 취득에 성공한다. 어지간한 만화라면 한국에는 이른 판타지 스토리라고 불리지 않을까, 싶지만 판타지가 아닌 실제 상황 생활툰인 것을 어쩌랴. "네가 나가서 노래를 부른들 박사학위가 쓸모없을 것 같아?!" 라는 교수님의 말을 확인해보기 위해 박사학위 취득 후 노래를 작사 작곡한 닥터 베르(해당 노래는 블로그에서 볼 수 있다나.)는 이후 박사 학위를 이용한 육아 만화를 그리겠다고 선언하는데……베스트도전에서 인기리에 연재됐던 웹툰은 네이버 웹툰까지 입성했으니 경사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어떻게 봐도 역시 만화 캐릭터 스펙으로는 너무 과하지 않나, 자꾸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S대 공학 박사 과정 중 육아 휴학! 다시 돌아와 학위 취득! 아빠가 육아! 이를 웹툰으로 그려 네이버 웹툰 입성! 치트키썼다고 욕먹기 좋은 설정인데 그게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쉴새없는 드립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사실 컷마다 자료 출처 논문이 붙은 웹툰은 처음 보는데, 내 식견이 좁아 처음 보는 것일까 하다가도 나와 같은 처지의 댓글들을 보면 어쩐지 안심이 된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히 오, 카더라가 아니라 제대로 된 자료네. 아내분이 산부인과 전문의 시라고? 신뢰 값이 팍팍 올라가는걸." 하고 웃으며 보다가 컷마다 논문 출처가 붙은 걸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작품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리고 이과 감성 오타쿠들을 향한 새삼스러운 놀라움. 정말 쉴 새 없이 드립이 나온다. 이쯤 되면 컷마다 패러디된 작품들을 누가 정리해 줄 때도 된 것 같은데, 온갖 만화와 게임의 패러디가 나온다. 원작을 몰라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아는 사람 입장에선 웃음이 배가 되는 드립들이다. 거기에 공학박사와 산부인과 의사라는 무시무시한 이과 조합에서 흐르는 이과 감성이 독자들의 머리로 내리꽂힌다. 제목은 육아 일기지만 임신,출산,육아와 관계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읽어보기 좋은 웹툰이라고 생각한다. 결혼 생각이 있는 사람에게도, 결혼 생각이 없는 사람에게도. 아이를 기르지 않더라도 임산부와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한 고충을 간접적이나마 알 수 있으니까.



물론 이 웹툰은 드립과 패러디, 그리고 정보만으로 꽉 채운 웹툰은 아니다. (물론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 있고 충분하지만!) 임신과 출산, 육아는 분명 감동적이며 아름답고 숭고한 일이지만 언제나 행복하지만은 않다. 의사로서, 엄마로서, 환자로서, 가족으로서 오직 당사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작품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직업으로써 생명을 다루는 사람들만이 겪는 고통, 그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순간들. <닥터앤닥터 육아일기>는 이런 이야기를 너무 과하지도 무례하지도 않게, 그러나 해야 할 말들은 정갈하게 담아 우리에게 보여준다. 어떤 이야기를 담았는지는 직접 웹툰을 보자. 사람들은 모두 각기 다른 이유로 아파하고 슬퍼하지만 결국 서로 위로하고 치유하는 과정은 모두 비슷비슷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타인이 위로받는 모습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공감하고 치유한다. 그런 점에서도 <닥터앤닥터 육아일기>는 분명 좋은 웹툰이다. 


출산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경고처럼 곳곳에서 들려온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단순히 임신과 출산을 거부하는 이기적인 젊은 여성들 때문일지, 아니면 사회적 구조적 문제인지는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각종 임신 출산 콘텐츠가 나오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런 시점에서 각종 임신 출산 콘텐츠가 나오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단순히 아이를 낳아야한다는 어떤 성토가 아닌 왜 우리가 아이를 가졌고 어떻게 아이와 함께, 배우자와 함께 이 사회를 살아갈 것인지를 다양한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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