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우수만화리뷰] 듣도 보도 못한 엄마들의 삶, 적나라한 ‘엄마들’의 초상
최선아 2019.12.12



 엄마는 ‘성모마리아’가 아니다
문학작품과 대중매체를 가리지 않고 ‘엄마들’을 대표하는 단어는 ‘모성애’이다. 아주 오랫동안 ‘엄마’는 자식에 대한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는 숭고한 존재로 묘사됐다. 모순적이게도 이러한 이미지는 ‘엄마’라는 존재를 이야기의(어쩌면 인생에서도) 주변부에 위치하게 만들어왔다.

마영신 작가의 만화 <엄마들>에 나오는 엄마들의 모습은 그런 면에서 지극히 인간적이다. 일견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엄마들은 끊임없이 싸우고 투쟁하며 연애한다. 외로움을 채워줄 남자를 찾아 헤매는 여성들과 여성의 노동과 애정에 빌붙는 남자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알고 싶지 않은 엄마들의 삶. 그러나 외면한다고 없는 일이 될까. <엄마들>에 나오는 엄마들의 모습이 결국 외로움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면 그들의 삶과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 엄마라고 어떻게 남에게 사랑을 퍼주기만 할 수 있을까? 그들은 성모마리아가 아니라 평범하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다.


‘청소노동자’ 이야기보다 재미있는 연애이야기
‘엄마들의 연애’라는 불편한 이야기 대한 호기심에 이끌려 작품을 본 독자들은 보다 큰 불편함에 직면하게 된다. 바로 ‘청소노동자’ 이야기이다. 작품 속 ‘엄마’는 청소노동자로 일하다 회사의 불합리함에 맞서 노조를 만들고자 한다. 그러나 결국 노조 형성에 실패하고 회사에서 쫓겨나고 만다. 이 일련의 과정에는 다양한 갈등이 등장한다. 용역업체 소장의 성희롱과 폭력, 해고 협박 등, 근대 마름이 생각나는 애매한 갑의 횡포뿐 아니다. 생계 때문에 부당함을 참고 견디며 갑의 편에 서야만 하는 을의 모습도 충분히 폭력적이다.

마영신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만화로 정작 제가 노린 건, 연애 안에 노동 문제를 집어넣는 일이었어요”. 자극적인 연애사 속에 작가는 은근슬쩍 노동 문제를 담아 독자들에게 던진 것이다.

불편한, 동시에 따뜻한
이러니저러니 해도 <엄마들>은 불편하고 재밌는 작품이다. 사회성 짙은 만화를 주로 그려온 마영신 작가인 만큼 대상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과 비판적인 시작이 분명히 드러난다. 동시에 불완전한 대상에 대한 사랑 역시 은연중에 느껴진다. 이 작품은 불편한, 동시에 따뜻한 작품이다. 다양한 삶을 지낸 세상의 모든 엄마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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