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신간만화소개] 사회 문제의 정체를 짚어내는, 가령의 정체불명 이야기
손유경 2019.12.18





가령의 정체불명 이야기, 가령과 정체불명과 이야기로 이루어진 제목과 같은 웹툰이다. 제목의 첫 단어로 ‘가령’을 선택한 것은, 단순히 작가명을 따른 것일 수도 있겠으나, 사회의 각종 문제를 가정하여 말하는 듯하다. 가령은 ‘예를 들어, 이를테면’이라는 뜻의 부사다. 가령의 정체불명 이야기는 판타지보다 비현실적인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경우를 '예를 들듯' 풀어간다. 매 화마다 정체를 쉬이 알 수 없는 새로운 인물을 예시로 들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하는 옴니버스 장르 웹툰이다.


가령의 정체불명 이야기의 첫 화는 여자 고등학생이 한 열대어를 마주하며 시작된다. 비교적 단순한 그림체 그려진 여자 고등학생과 열대어이지만, 그들을 그저 단순하게만은 볼 수 없는 내용을 펼쳐나간다.


열대어는 자신이 ‘인어’라며 주인공에게 말을 걸어온다. 수능 디데이가 표시된 달력, 그리고 새벽 세시가 넘은 시간을 표시하는 시계, 쌓여있는 수능교재, 전문의약품이라는 글씨가 쓰인 약통, 필요한 것 없냐는 어머니의 연락으로 연출된 상황 속의 주인공은 좁은 수조 속의 열대어와 겹쳐 보인다. 주인공은 자신과도 같은 열대어에게 큰 사이즈의 수조, 좋은 사료, 해마 장난감까지 챙겨주지만 ‘인어는 결코 수조 안에서 살 수 없다’며 죽어간다. 주인공은 자신이 인어라는 열대어를 살리기 위해 넓은 바다로 뛰어가다 넘어지고, 순간 덮쳐온 파도에 휩쓸린다. 



그녀의 자의가 아닌, 파도에 잠식된 것으로 표현된 그녀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임을 시사한다. 열아홉 살 고등학생 A양은 수능을 앞두고 투신자살을 했다는 사실이 뉴스로 밝혀진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약물을 오남용까지 했던 교육에 극성인 학부모에게 스트레스를 받아온 피해자는 늘 홀로 수조에 갇힌 채 살아왔다는 정체불명의 이야기. 1화는 시작일 뿐이다.  정체가 불분명한 사회의 문제, 그 정체를 밝혀내기 위한 작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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