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인생존망」-노력? 찐따는 커서도 찐따라며
<인생존망> 글 박태준, 그림 전선욱 / 네이버 웹툰
김한영 2020.02.19



<인생존망>-노력? 찐따는 커서도 찐따라며  
21살 삼수생인 김진우는 고교 동창이자 가해자인 장안철에게 저주를 내려 그를 과거의 자신에게 빙의 시킨다. 김진우는 장안철에게 “너 때문에 망가진 내 인생을 고치고 개차반인 너 자신을 갱생시켜라.”라고 말한다. 장안철은 김진우가 되어 망가진 김진우의 네 가지 비극(인생존망)을 해결하기 시작한다.

 박태준 월드의 마지막 작품인 <인생존망> 이야기는 공교롭게 또 다시 위근우 기자의 기사를 빌려 시작한다. 그는 박태준 작가가 '인싸'/'아싸'’의 이분법에서 '인싸'는 좋은 것, '아싸'는 나쁜 것으로 가치화 시킨다고 진단한다. '인싸'가 되고 싶은 욕망을 섹스코드로 점철된 여성캐릭터라는 보상으로 시각화 시키고, '인싸'가 되는 과정은 오로지 ‘노오력’만이 가능하다고 제시한다. 그래서 '아싸'인 박형석, 유호빈, 김진우이란 언더독의 반란은 궁극적으로 그들의 대척점이자 '인싸'인 이진성, 빡고, 장안철의 세계를 전복하는 것이 아닌 세계로 편입을 목표한다. 그러니 나쁜 놈은 나쁜 놈인 거고, '인싸'는 되고 봐야 한다.1)

◆ “인싸”가 되고 싶기보다 “아싸”를 밀어내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필자는 이 이분법에 숨겨진 중간지대가 있다고 본다. 가볍게 질문을 던져보자. “당신은 '인싸'입니까? 아니면 '아싸'입니까?” 아마 대부분 '아싸'라고 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말 나 자신이 내면 깊이 ‘'아싸'’라 생각해서가 아닌 그저 ‘'인싸'’라는 선택지가 부담스러워서 고른 것으로 만약 선택지가 삼지선다였다면 거의 중간 값을 택했을 것이다.
박태준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스스로 '아싸'라고 인정한 이들의 욕망만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닌, '인싸'도 '아싸'도 아닌 중간 독자들의 '인싸' 편입욕구까지 만족시켰기 때문에 오늘의 자리에 서있는 것이다.
위근우 기자의 말처럼 주인공은 '아싸', 혹은 작품 속에서 표현하는 용어로 ‘찐따’에 위치했지만 ‘노오력’을 성실히 임했기 때문에 '인싸'에 합류하게 된다. 박태준 작가는 여기서 주인공과 대비로 ‘노오력’을 하지 않은, 혹은 부당한 방법으로 계층이동을 시도한 부정적 인물을 등장 시킨다. <외모지상주의>의 박지호는 매번 편취를 시도하다 더 악랄한 자들에게 휘말려 자신이 피해자가 되고 그때마다 주인공 일행이 박지호를 구해주는 과정으로 캐릭터를 쌓았다. 그럴수록 독자들은 박지호를 더 때려주길 바라는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박지호를 ‘찐따’로 보냄으로써 박형석을 중간지대로 격상, 다수가 공감 가능한 긍정적인 면모를 강조시킨다. <인생존망>의 임슬기는 박지호와 같은 위치에 놓여있다. 임슬기는 작품 내 ‘찐따’의 위치에 있는 인물로 주인공 ‘빙의된’ 김진우(이하 빙진우)를 중간지대로 올리는 주춧돌이 된다.

◆ 가장 정신적으로 성숙한 임슬기

첫 번째 ‘인생존망’의 주인공인 임슬기를 바라보는 시선은 빙진우의 정신적 성장을 나타낸다. 처음 임슬기는 자기 세계관에 빠진 인물로 나타난다. 한본어2)를 남용하는 오타쿠 캐릭터로 임슬기는 ‘박다빈 컬렉션’이라며 박다빈의 머리카락을 모으고 다니는 이상한 행위를 보인다. 이에 빙진우는 그를 ‘씹덕새끼’라고 표현하면서 과거의 자신인 장안철은 철없고 유치하고 귀엽다고 말한다.  
4화에서는 김진우와 친구관계인 임슬기가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말하는데 빙진우는 그 말에 흔들려 체육관에서 괴롭힘 당하는 그를 구해준다. 그리고 7화에서 김진우에게 원래 역사를 듣게 되는데 자기 때문에 임슬기의 인생이 송두리째 뽑힌 것을 보고 “나는 과거의 내가 처음으로 악역으로 보였다.”라는 고백을 한다. 하지만 8화에서 장안철이 강압적으로 시킨 임슬기와의 싸움에서 빙진우는 “아무리 그래도 찐따한테 맞을 순 없지.”라며 역사대로 임슬기를 이기고 학폭에서 벗어난다. 대신 임슬기가 학폭 피해자가 된다.
빙진우는 폭행당하는 임슬기를 계속 외면하지만 결국 임슬기의 울음을 보고 그를 돕기로 결심한다. 핑크맨으로 변장하여 임슬기의 스승을 자처해 그를 훈련시킨다. 핑크맨으로 변장한 빙진우는 임슬기를 위로해주기 위해 괴롭혀도 주눅 들지 말라고 말하는데, 이 말은 임슬기가 빙진우에게 했던 말로, 그를 부정하던 빙진우는 어느 덧 그와 동화 된다.
임슬기 편의 절정인 10화에서 임슬기는 역사와 달리 자기를 괴롭히던 심민규를 이기고 “나는 평범하게 학교 다니고 싶은 거 밖에 없는데 내가 너희들한테 뭘 잘못했냐고!”라고 울먹인다. 몰래 엿듣던 빙진우는 ‘씨발 나는 대체 그동안...’이라는 대사로 후회한다. 이후 임슬기 편이 끝나고 16화에서는 장안철로서 친구인 구상민에게 화를 낸 자신이 김진우의 친구인 임슬기를 걱정하고 친구로 생각하고 있단 걸 깨닫는다.
임슬기 편까지 보여주는 이야기는 작가가 <외모지상주의>에서 비판 받아온 일진미화에 꽤 많은 고민을 했음을 엿볼 수 있다. 임슬기는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도 오히려 같은 처지인 김진우를 격려하면서, 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가장 당연한 권리를 잃은 불쌍한 인물로 그려져 독자의 마음을 흔들기까지 한다. 베스트 댓글 역시 칭찬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첫 번째 ‘인생존망’을 야기 시킨 장안철이 빠지고 심민규를 응징하면서 이야기가 매듭 되어졌단 걸 기억해야 한다.


△ 작품의 주제의식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장면이지만 후에 이를 희화화 시킨다.



1) 위근우, [위근우의 리플레이]웹툰 ‘외모지상주의’ ‘싸움독학’ ‘인생존망’…박태준의 ‘'인싸'’ 월드는 무엇을 배제하는가, 경향신문, 2020.01.17
2) 한국어와 일본어가 결합된 말로 오타쿠, 중2병을 희화화 하는 소재로 쓰임.


◆오타쿠라는 이유로, 혹은 “찐따”라는 이유로 짓밟혀야 하는

장안철은 친구관계인 김진우와 임슬기를 강제로 싸우게 만들고 급우들에게 싸움에서 진 임슬기를 괴롭히라 조장한다. 심민규가 임슬기의 자작 소설을 김진우가 낭독하도록 강제해 임슬기가 학교를 그만두게 된 사건 역시 장안철이 악행이 선행되었기에 발생한 것이다. 9화에서 빙진우는 김진우의 인생이 망한 원인에 대해 임슬기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짓는다. 임슬기가 약하기 때문에 자퇴를 했고, 그 때문에 김진우의 생기부에 학폭 가해자로 기록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빙진우는 자신이 장안철을 막거나 임슬기가 받을 고통을 자기가 대신 받는 것이 아닌 임슬기를 단련시킨 것을 해결책으로 삼았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억지가 말이 되는 것은 임슬기가 장안철의 악행과 빙진우의 책임회피를 가리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작중 인물들이 임슬기를 표현하는 단어를 살펴보면 ‘오타쿠’. ‘씹덕’, ‘찐따’, ‘냄새’, ‘관종’ 등이 나온다. 도저히 긍정적인 표현이라곤 살펴볼 수 없는 위치에서 그의 역할을 작중 분위기를 살리는 희극 캐릭터다. 배우로 치면 유해진의 역할이다. 그런데 우리가 유해진의 연기에 웃으면서 그의 캐릭터들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가? 임슬기는 마치 매를 벌고 있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임슬기의 웃음 소재는 ‘한본어’를 남발하고,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따라하고, 눈치가 없어 상황을 악화시키는 상황들이다. 빙진우가 장안철로서 악행을 지켜보며 반성할 때마다 그 다음 컷은 임슬기의 민폐가 등장한다. 이 연출은 환기를 유도하며 빙진우의 자기반성이 피해자에게 사과, 문제 해결의지로 이어지지 않게 한다.
앞서 언급한 10화로 다시 돌아가 빙진우가 ‘씨발 나는 대체 그동안...’라는 대사 후 다음 장면은 속칭 ‘갑분싸’라는 임슬기의 흑화였다. “그래서 나도 변할 거야. 착하면 호구가 되고 먹잇감이 된다.”라며 임슬기는 심민규의 손가락을 부러뜨리려 한다. 이때 엿듣던 빙진우가 난입해 ‘이유 없이 조르기’로 임슬기를 기절 시키며 사건이 일단락된다. 그리고 임슬기를 봉인한다며 그의 안경에 자물쇠를 채운다.

 심민규는 임슬기에게 진 후, 직업을 잃었다고 상황을 인지한다. 여기서 그의 직업은 학생이 아닌 ‘담당일진’3)이다. 심민규는 임슬기의 민폐를 교정하는 담당일진이었지만 오히려 임슬기에게 맞았기 때문에 더 이상 그를 교정할 수 없다. 담당일진의 제어가 풀린 임슬기는 몇 가지 복선으로 분노를 제어하지 못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이때 임슬기의 새로운 담당일진이 빙진우이자 핑크맨이다. 이성을 잃은 임슬기를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빙진우는 ‘이유 없이 조르기’를 사용하는데 이 기술은 장안철이 김진우가 임슬기를 괴롭힐 때 쓰는 것이었고 안경에 자물쇠 채우기는 임슬기가 ‘찐따’라는 것을 알리는 상징물이다. 16화에서 ‘찐따’들은 놀이동산 매점 앞에서 앉아 카드게임을 해 매점 영업을 방해한다. 그 후 ‘찐따’들은 타학교 학생들에게 구타를 당하는데 이때 ‘강동고 듀얼킹’ 임슬기가 나타나 맞고 있는 학생들을 도우려하자 빙진우는 힘은 약자를 위해 존재한다면서 임슬기에게 때리는 것이 아닌 구타를 참고 견디는 것을 종용한다. 임슬기의 기본권은 복권이 아닌, 조금 나은 누군가에게 이양된 것이다.


△ 장안철과 빙진우의 같은 기술사용은 빙진우가 장안철로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몽은 아니지만 노력하면 바뀔 수 있다는 작가 스스로의 모순

 박태준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외모지상주의>를 “이건 계몽 만화가 아니다. 자극적이고 원초적이고 배설하는 만화다.”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큰 주제는 결국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 대한 편견이 없는 곳에서 다른 내가 되려고 노력했다. 적극적으로 변하니 조금씩 대우가 달라졌다.”라는 상충을 보여줬다.4) 

<인생존망>의 임슬기를 설명하는 것 같다. 학폭 피해자로서 그의 아픔을 대변하면서도 재미를 위해 그의 존엄을 깎아내린다.
박태준 작가는 누구를 미화하고 누구를 비하하면 그 사이에 독자들이 자리를 잡는지 아는 사람이다. 작품을 분석하던 1화의 한 베스트 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찐따’에는 두 가지 분류가 있다. 하나는 그냥 태생적인 이유로 ‘찐따’가 되는 경우, 또 하나는 ‘찐따 짓’으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인데, 후자는 일진에게 당해도 싸다.”
중간지대의 사람들은 일진의 악행보다 ‘찐따’의 악행에 더 분노 한다. 일진의 악행은 구조화 되어있어 나름의 룰만 지킨다면 그 폭력이 자신에게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찐따’의 악행은 무분별하기 때문에 그 피해가 자기에게 올 수 있고, 이를 제어할 힘일 필요하다고 믿는다. 즉 그가 ‘찐따’인데는 이유가 있고, 맞는 건 ‘찐따’가 잘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담당일진제’. 학폭을 방관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권장하는 만화와 이에 열광하는 사회 속에서 만화 속처럼 노력이 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을까? 1화의 제목처럼 ‘찐따는 커서도 찐따’라고 단언해놓고.


△ 근본 원인이 주인공 자신에게 있음에도 피해자의 노력부족으로 책임을 돌리고, 가해자는 자기가 아닌 친구들이었기에 몰랐던 일이라 회피한다.


3)  담당일진이란 군대에서 선임병이 후임병을 관리하는 것처럼 학급이나 학교에서 '왕따'로 낙인 받은 학생에 대해 학교 일진들끼리 관리책임을 정해놓고 해당 학생을 전담 책임지는 것을 말한다. 양연호, 임형준, "얘 `담당일진`이 누구냐" 전담마크맨 붙여놓고 집단괴롭힘 죄의식 없이 즐겨, 매일경제, 2017.09.06.
4) 장상혁, 전직 '얼짱'이 꼬집은 외모지상주의, 조선일보, 20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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