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누구보다 행복한 그들, 오덕 이야기 두 편.
<최애가 부도칸에 가 준다면 난 죽어도 좋아> 글ㆍ그림 AURI HIRAO / <오타쿠에게 사랑은 어려워> 글ㆍ그림 후지타
김하림 2020.03.11



누구보다 행복한 그들, 오덕 이야기 두 편. 
[최애가 부도칸에 가 준다면 난 죽어도 좋아]와 [오타쿠에게 사랑은 어려워]

  2019년 12월 일산 킨텍스 전시홀에서 개최된 애니메이션 게임 페스티벌(이하 AGF2)에 관람객으로서 참관하였다. AGF는 국내와 일본과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라이트노벨의 각종 이벤트와 관련 굿즈를 만날 수 있는 서브컬쳐를 한자리에 볼 수 있었다. 2018년에 이어 2회차를 맞는 AGF 2019는 개장 전 입장부터 전시장 내부 굿즈 판매대 및 캐릭터 콜라보 카페에 이르기까지 인파가 몰려 국내 최대 오덕페스티벌로서 입지를 굳혀 서브컬처 문화산업에서 영향력을 넓혀갈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참여자는 오타쿠, 우리말로 하면 ‘오덕’이라고 불리는 문화콘텐츠 수용자를 일컫는 명칭이라 할 수 있다. 오타쿠를 국내에서는 오덕1) 이라 하는데, 이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무엇인가에 빠져 있는 사람 또는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이들이 몰입하고 있는 것에 대한 검증을 하는 방송 프로그램2) 을 통해서 ‘화성인’ 또는 ‘능력자’라고 불리기도 하였다. 점차 화성인에서 어떤 분야의 전문가라는 의식으로 점차 인식이 변화는 과정을 볼 수 있을 수 있다.



1) 김효진 외, 《난감한 이웃 일본을 이해하는 여섯 가지 시선》, p24, 위즈덤하우스, 2018

2) TVN [화성인 바이러스(2009.3~2013.11)]와 MBC [능력자들(2015.11~2016.9)]은 오덕인 출연자의 관심분야에 대한 소개와 오덕검증 테스트가 주내용인 예능프로그램이다.



오덕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등장

 오덕을 소재로 한 만화로는 허윤화, 다가비 작가의 <덕후의 여자>가 있다. 게임과 캐릭터 피규어 수집밖에 모르는 오덕 사장 덕후와 건물 청소부로 일하는 난희의 러브 스토리를 담고 있다. 실로 일반적인 연애 스토리가 아닌 톡톡 튀는 상황들이 재미를 주는 작품이다. 그럼 일본작품 중 오덕, 즉 오타쿠를 소재로 한 만화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유명한 건은 2004년에 휴대폰 인터넷소설로 등장한 [전차남]이라 할 수 있다. 익명의 게시판에 실린 오타쿠의 러브 스토리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오타쿠의 사랑이라니, 2000년대에는 오타쿠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인 이미지로 전환되는 시점이긴 했으나, 이들의 연애사정까지는 관심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전차남]은 오타쿠의 비사교적이고 소극적인 성향을 탈피하여 전차에서 취객에게 치근덕거림에 곤란한 여성을 구한 오타쿠의 러브 스토리로서, 오타쿠를 문화산업 주류 반열에 오르게 한 작품이다. [전차남]은 출판을 시작으로 TV드라마에서 영화 그리고 만화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등장하였다.




오타쿠 생태를 다룬 만화에서 문화산업이 보인다

  앞서 소개한 [전차남]은 아키하바라를 찾는 게임과 게임을 좋아하는 오타쿠라는 설정이다. 그런데 최근 5년 동안 등장한 오타쿠 소재 만화를 보면 흥미로운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 중에서 히라오 아우리 작가의 <최애가 부도칸에 가 준다면 난 죽어도 좋아>와 후지타 작가의 <오타쿠에게 사랑은 어려워>는 오타쿠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일본 아이돌 왕국의 백성들의 야기: 최애가 부도칸에 가 준다면 난 죽어도 좋아

 마치 라이트노벨 제목처럼 긴 제목을 가진 <최애가 부도칸에 가 준다면 난 죽어도 좋아>(이하 최애부도)는 일본 아이돌 왕국의 백성(아이돌 팬)의 일상을 다루고 있다. 일본의 아이돌 산업은 대표적으로 ARASHI, NEWS, King & Prince 등 대표적인 남성 아이돌 소속 그룹사인 쟈니스와 AKB48, 사카미치 시리즈(노기자카46, 케야키자카46) 등 아키모토 야스시(秋元康) 프로듀서에 의해 기획된 여성 아이돌이 가장 큰 축이라 할 수 있다. (그 밖에 EXILE그룹, Perfume, 모모이로 클로버Z 등이 있다)
만화 <최애부도>는 이들의 메이저 아이돌 오타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아직 메이저 데뷔를 하지 않은 일명 지하 아이돌이라 불리는 7인조 여성 아이돌 Cham Jam를 서포트하는 팬의 이야기이다. 본 작품에는 일본 아이돌 산업의 일부를 볼 수 있다. 지하 아이돌의 경우,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컨셉으로 만들어진 데뷔 전 마이너 연예인을 말한다. 이들은 아키하바라를 중심으로 소극장에서 라이브 및 하이터치회와 같은 이벤트 공연 외 굿즈 판매나 팬과의 폴라로이드 사진찍기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을 통해 수익을 얻고 있다. 아이돌 CD에 멤버와의 악수권이 동봉되어 있어 아이돌 팬들은 다수의 CD를 사야만 하는 구조이다. 아이돌 상품판매방식은 일종의 상술이자 감정노동이며 인권이 물질화 되는 과정이라고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아이돌 시장의 판매시스템에 대해서 비판적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그려내고 있다. 에리의 오타쿠 친구인 쿠마사 대사가 그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돈을 내고 (아이돌을) 만나야 그만큼 기분 좋은 거잖아요. 1000엔으로 사는 최애와의 5초. 흥분되지 않아요?”



 그대로를 해석하면 마치 아이돌을 사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으나, 만화 작품을 읽다 보면 이 의미를 이렇게 해석할 수 있다. 내가 서포트하는 아이돌 멤버가 센터에 자리를 잡고 더 나아가 응원하는 아이돌 그룹이 일본 가수들의 공통된 꿈인 부도칸 무대에 서서 정식 메이저 데뷔라는 목적 있는 지원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물론 일부 로리타 문화의 상품화라는 점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도 현실이지만, 적어도 이 작품은 작가가 중립을 지키며 어쩌면 민감할 수 있는 아이돌 오타쿠 세계를 만화적 코드를 통해 잘 그려내고 있다.


사회화된 오타쿠들의 연애사: 오타쿠에게 사랑은 어려워

 일본 노무라경제연구소의 ‘2018년 오타쿠 주요분야별 시장규모’ 자료에 의하면, 오타쿠 인구수가 가장 많은 콘텐츠는 만화로 약640만명이며 그 뒤를 이어 애니메이션이 약598만명, 아이돌 약280만명으로 발표하였다. 일본 오타쿠 시장에 있어서 명실상부 파워 콘텐츠는 만화와 애니메이션이라 할 수 있다.

 빅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만화, 애니메이션 오타쿠를 다룬 만화 <오타쿠에게 사랑은 어려워>에는 오타쿠인 네 명이 등장한다. BL(보이즈 러브)물을 좋아하는 후조시(腐女子) 모모세, 게임 폐인인 히로타카, 애니메이션과 피규어를 좋아하는 히로타카의 회사 선배인 카바쿠라, 코스프레를 즐기는 하나코는 같은 회사의 선후배 사이이다. 기본적으로 이들은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피규어 등을 좋아한다. 이들은 특정 분야만을 좋아하기 보다는 좋아하는 원작 작품이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영화, 뮤지컬, 콘서트 등으로 확장되는 OSMU콘텐츠에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직장에서 오타쿠인 점을 숨기며 살아가는 일명 사회화된 오타쿠로 등장한다.

 좋아하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야기라면 몇 시간도 말할 수 있지만 타인의 눈을 신경을 쓰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모모세는 오타쿠라는 이유로 전 남자친구에게 차인 시기에 초등학교 동창이나 같은 회사 동료인 히로타카와 사귀게 되며, 모모세의 선배이기도 한 하나코와 카바쿠라는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사귀고 있는 롱런 커플이다. 이 두 커플은 서로의 취미를 잘 아는 이들인지라 마음껏 게임용어를 언급하며 게임을 함께 즐기고 코믹마켓 동인지 제작작업과 판매를 돕기도 하고 코스프레 취미에 같이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마냥 행복할 것 같은 이들에게도 고민은 있었으니, 취미를 같이 즐기는 친구 이상의 감정인 ‘사랑’에 대한 감정이다. 하나코는 카바쿠라가 일반인보다는 편하기 때문에 본인과 교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히로타카는 하나코와는 달리 모모세와 오타쿠 동지로서의 감정과는 다른 것을 찾고자 평범한 연애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유원지 데이트를 가게 된 두 사람은 평범함을 맞지 않는다는 결과를 낼 줄 알았는데, 히로타카는 모모세에게 데이트 하는 동안 오타쿠 발언시 벌금 미션을 제안하는데 게임 오타쿠인 히로타카스러운 발상이라 할 수 있다. 아니나다를까 모모세는 벌금을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왠지 평범하지 않은 그들만의 연애 루트 개척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계속 지켜보고 싶어진다. 후지타 작가는 사랑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각 캐릭터에 따라 섬세하게 표현하였는데, 이 작품의 묘미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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