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화장으로 지우는 화장, <화장 지워주는 남자>
<화장 지워주는 남자> 저자 이연 / 네이버만화
윤지혜 2020.07.22



화장으로 지우는 화장, <화장 지워주는 남자>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과 화장

 화장이란 무엇일까. 크게는 약점을 감추고 아름다워보이고 싶은 인간 생래의 본능에서 발원했다는 설, 신분이나 계급, 종족 등을 구분하기 위한 치장이 미화의 수단으로 발전했다는 설, 신에게 기도하기 위한 방법의 일종에서 생겨났다는 설 등 의견은 분분하지만, 오늘날에 화장은 ‘아름다워지기 위해 하는 것’이라는 점에는 아마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특히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욕망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다양한 화장품들이 개발되었고, 몇 년 새 뷰티산업 시장 규모는 판이하게 커졌으며, 많은 사람들이 유튜브에서 다양한 화장법을 알리고 있다. 이런 컨텐츠들의 주요 타겟은 대체로 젊은 여성이다. 젊은 여성일수록 아름답도록 요구받는 정도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개중에는 남성을 위한 화장법이나 학교에서 걸리지 않게 화장하는 법, 심지어는 초등학생을 위한 화장법도 있다. 화장품을 흉내 낸 장난감의 수준이 아니라, 아이들을 주요 소비층으로 한 화장품이 나온다. ‘아름다워지는 것’에 대한 욕망은 강렬하게 오늘날 전 세대, 전 계층을 아우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화장을 통해 외형을 변화시킴으로써 삶을 변화시키는 인물들의 서사를 보여주는 웹툰 역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네이버의 화요 웹툰 <여신강림>은 소위 ‘찐따’였던 주인물이 화장술을 갈고 닦아 미인이 된다는 서사로, 작품이 업데이트 될 때마다 최상위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작중 인물을 흉내 낸 화장법이 시도되기도 하고 웹툰에 광고로 사용된 제품들이 큰 관심을 얻기도 한다. 같은 네이버웹툰에서 목요일마다 연재되는 이연 작가의 <화장 지워주는 남자> 역시 화장을 통한 인물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여신강림>과 비슷해 보인다. 두 웹툰을 소비하는 주요 계층도 젊은 세대의 여성이다. 그런데 두 작품에 대한 반응은 판이하게 다르다. <여신강림>과 <화장 지워주는 남자>는 ‘화장’을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 권하는 사회에 대한 역습


 이연 작가의 <화장 지워주는 남자>는 초반부만 얼핏 보면 평범한 여대생이 화장을 통해 뛰어난 미모를 갖게 되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예슬은 ‘학생은 공부만 잘 하면 된다’는 주변의 말을 철썩 같이 믿으며 살아왔지만, 대학에 입학하자 ‘여자애가 왜 꾸미질 않느냐’는 질타를 받는다. 화장이란 것을 한 번 해보고자 메이크업 샵을 찾아가 SNS 스타인 희원의 사진을 보여주며 비슷한 화장을 받아보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받은 화장은 예슬에게 잘 어울리지도 않고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뒷담화나 듣게 된다. 그 때 화장실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천재 메이크업 아티스트 유성의 도움으로 모욕을 되갚아주고, 이 일을 계기로 유성은 이연에게 모델과 아티스트로 한 팀을 짜 ‘페이스 오프 신데렐라’라는 메이크업 서바이벌 쇼에 함께 나가기를 제안한다.

 유성이 예슬에게 모델을 제안한 것은 “얼굴이 밋밋하고 평범해서 어떤 식으로 화장하느냐에 따라 확실히 바뀔 수 있는 얼굴”(1화)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설정은 지극히 평범한 얼굴의 예슬을 화장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바꾸는 변화를 통해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끔 하는 종류의 웹툰이라고 기대하기 쉽다. 실제로 <여신강림>이나 <대새녀의 메이크업 이야기>와 같은 메이크 오버(make-over)류의 웹툰에서 화장을 잘 몰랐던 인물이 화장을 접하게 되면서 외모에 자신감을 얻게 되는 것은 흔히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화장 지워주는 남자>의 초반부도 화장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예슬의 모습을 통해 앞선 메이크 오버류 웹툰의 유형을 답습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화장 지워주는 남자>의 경우 점차 서사의 결이 비틀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본격적인 시작은 작중의 메이크업 서바이벌 쇼인 ‘페이스 오프 신데렐라’의 예선에 지원하기 위한 과제물을 촬영하면서부터이다. 촬영 전날 얼굴에 상처가 생기게 된 예슬로 인해 얼굴에 상처가 있어도 상관없는 거친 ‘전사’의 이미지로 메이크업 사진 컨셉을 정하게 된다. 유성은 예슬에게 “강하고 섹시한 여전사 이미지”(10화)를 제안하지만, 예슬은 여‘전사’가 왜 ‘섹시’하기까지 해야 하는지 의문을 품는다. 예슬은 직접 머리카락을 잘라가며 야성적인 전사의 이미지를 화보에 담아내며 해방감을 느끼고, 당당히 예선을 통과한다. 이 성공 이후로 예슬과 유성 팀은 미(美)에 대한 기존의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과제를 해결하며 문제의식을 확장해 나간다.
 애초에, 중심적인 사건인 메이크업 쇼 ‘페이스 오프 신데렐라’ 자체가 이 작품이 지적하고자 하는 ‘화장품 권하는 사회’를 보다 선명하고 알기 쉽게 만들어낸 것이다. 이 쇼를 기획한 기업 GC는 메이크업 쇼를 통해 대중으로 하여금 아름다움을 선망하게 하고, 그 욕망을 이용하여 화장품을 구매하도록 부추긴다. ‘아름다운 외모’는 곧 ‘자본’이 되고, 이 과정에서 개인은 외모 자본을 생산하는 대상으로서 타자화된다. 예슬과 유성, 그리고 희원은 ‘페이스 오프 신데렐라’에서 제시하는 과제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해결해나가며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아름다움’이라는 통념에 균열을 가한다.

 흥미로운 것은 작품에서 이러한 행보를 보이는 것이 예슬과 유성, 희원이라는 서사의 중심에 있는 인물들에게만 국한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예슬과 희원은 페이스 오프 신데렐라에 참가하게 되면서 혼란과 불안을 겪는다. 예슬이 자신의 외모가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여 주눅 들어 있었다가 화장을 접하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아름다움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전개하게 된 인물이라면, 희원은 이미 사회가 요구하는 아름다움의 요소를 차고 넘치게 가지고 있었던 인물이다. 그러나 페이스 오프 신데렐라에 참가하면서 점차 위화감을 느끼고, 예슬과 교류하게 되면서 사회가 요구하는 아름다움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점점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에 저항을 시도한다. 희원이 자신만의 방향을 가지고 점차적으로 일종의 성장을 이룩하는 인물이라면, 예슬은 방황하는 인물이다. 유성이 해 준 메이크업으로 자신감을 얻는 한편, 동경하던 학교 선배와의 관계에서는 자신감을 잃고 화장에 의지하기도 한다. 유성은 그런 예슬을 지켜보며 지지하고, 희원은 예슬에게 개입하며 예슬이 흔들리지 않고 자기 자신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화장 지워주는 남자>의 주요 인물들은 완성되어 있지 않으나, 서로 영향관계를 주고받으면서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일방적으로 구원하거나 이끌지 않고 함께 나아가고 있는 이러한 모습은 일종의 연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주요인물에게 뿐만 아니라 주변의 인물들에게도 나타나며,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화장’으로 ‘화장’ 지우기

 <화장 지워주는 남자>는 ‘예뻐지기 위해 하는 화장’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오늘날의 사회에서 화장은 결점은 가리고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외적 아름다움을 만들어내기 위한 방법이지만, 작중 인물들이 하는 화장은 점차 사회적으로 ‘아름다움’이라고 규정된 것을 변형하고 파괴하는 방식으로 적용된다. 화장을 함으로써 화장(화장에 내포되어 있눈 억압 기제들)을 지우는 것은 아이러니해 보일지 모르지만, 한편으로 납득이 된다. 왜, 굳건한 트로이 성을 무너트린 것도 그 안에 들어간 목마 때문이었지 않은가. 이처럼 <화장 지워주는 남자>는 화장이라는 것의 사회적 의미를 다각도로 고찰함으로써 그 안에 숨어 있는 억압 기제를 발견하고 개인의 주체성을 획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러나 작품이 절정을 달려 나가고 있는 지금에도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부분들은 있다. 작품의 제목이 <화장 지워주는 ‘남자’>로 예슬과 한 팀인 메이크업 아티스트 유성을 지시하고 있는 것에 반해, 작중에서 유성의 활약은 아직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예슬과 메이크 오프 신데렐라 경연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구현하는 중요한 입장에 있기는 하지만, 작품에서 초점을 맞추고 있는 예슬의 의식 변화에는 초반을 제외하면 크게 기여하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예슬에게 저지른 잘못이 있어 최근의 연재분에서 다소 위축되고 수동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존재감이 옅어진 감이 있다. 예슬과 러브라인이 형성되려 하고 있는 시점이지만 희원보다도 매력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이 작품은 아직 절정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인물들의 성격은 완성되지 않았다.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 역시 아직 완전하게 무르익지 않았다. 메이크 오프 신데렐라가 어느 덧 4강까지 전개된 지금, 과연 <화장 지워주는 남자>가 도달고자 하는 지점은 어디가 될 것인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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