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세상은 계급사회다 <셀(CELL )>
<셀(CELL )> 글ㆍ그림 강형규 / 다음 웹툰
김하림 2020.11.09



세상은 계급사회다 <셀(CELL )>


△ Daum웹툰 수요연재물 <셀(CELL)>


  ‘세상은 계급사회다’라는 말칸과 함께 추격신으로 시작되는 강형규 작가의 웹툰 <셀(CELL)>은 시작부터 박진감이 넘친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주인공 상우를 쫓는 장면은 영화 장면 못지않은 다양한 컷을 통해 전개된다. 죽어라 뛰어나가는 상우를 비추고 뒤를 쫓는 무리들의 컷은 지면에서 바라보는 시점에서 그려냈다. 거기다 담벼락을 넘어 도망가려는 상우의 점프는 위아래 컷으로 시점이 바뀐다. 결국 옷자락이 잡혀 땅바닥으로 떨어지는 장면에 이어 이어지는 시점은 무자비하게 상우를 때리는 무리들의 시점으로 이동하며 다시 상우의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클로즈 업 장면이 이어진다. 고통에 견디다 못해 분노한 상우의 몸에서 폭발적인 전기파가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폭력을 행하던 무리들을 제압해 버리고 만다. 그리고 이어지는 주인공의 2년 전 이야기로 이어진다.

  중학생 시절 상우는 학생회장으로, 사업을 하는 아버지 덕분에 고급 아파트에서 살며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았다. 상우는 본인과 비슷한 조건을 지닌 시준, 인수, 유나를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로 지냈다. 그리고 중학교 졸업식과 함께 재벌가와 지식계층 자녀들이 다닌다는 대명고등학교 입학도 결정된 터라 상우는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던 자신만만한 소년이다. 중학생이지만 부로 구분되는 세상의 냉정한 서열에 대해 누구보다 자신감 넘쳤던 소년이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힘을 과시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위세를 확장하려는 욕망이 강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마치 인생이 탄탄대로 길이라 믿었던 상우의 인생에 검은 먹구름이 들기 시작한다. 부모님 사업이 망해서 집도 학교도 이제껏 누렸던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거기다 얼마가지 않아 부모님까지 갑작스레 사망한다. 외동아들인 상우는 졸지에 천애고아로 남겨지게 된다. 그나마 살았던 단칸방에서 나와 고시텔에서 살며 고등학교를 다니게 된 상우는 생활고를 이겨내기 위해 편의점 알바를 하고, 끼니는 유통기한이 넘은 폐기 직전 도시락으로 해결을 하며 살아간다. 꿋꿋하게 살아가는 것 같지만 아직 10대 소년이 아닌가. 부모님도 그립고 먹고 싶은 음식을 집을 수 없어 허기에 시달린다.

  웹툰 <셀>에 등장하는 상우는 겉으로는 친절하고 상냥하고 모법적인 학생이지만 그의 속내는 자신보다 못한 이들을 무시하는 거만한 시선을 가진 이중적인 캐릭터로 등장한다. 물론 상황이 예전 같지 않지만 여전히 상우는 바뀌지 않는다. 대명고가 아닌 상배고의 상우는 아직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똑같다. 앞서 첫 장면에서 상우를 쫓는 상배고 같은 반 무리의 우두머리인 철곤은 은근히 자신들을 무시하고 깔보고 있다고 상우에게 말한다. 무리에서 군림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닌 상우와 철곤이 맞닿아 있기에 할 수 있는 대사가 아닌가 싶다. 사실 집안 가세가 기울고 거기다 부모까지 잃었기에 하늘을 찌르던 자존감도 예전 같지는 않지만, 닥친 현실에 좌절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이런 상우의 비틀어진 욕망의 이면의 힘이라 하겠다.

전기 초능력과 투청 능력을 가진 후천적 히어로의 등장
 사실 이대로 스토리가 전개된다면 웹툰 <이태원 클라쓰>와 같은 자수성가 스토리로 전개되는 것 같았는데, 뺑소니 사고를 당한 상우에게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사를 넣은 뒤, 이 웹툰은 판타지 장르가 추가되며 전개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주사를 맞은 뒤 전기 초능력과 투청 능력을 얻게 된다. 전기를 다루는 능력이라니. 마블이나 DC코믹스 계열 히어로 중에 누가 있던가. 마블의 토르가 그의 망치인 묠디르를 휘두르며 천둥번개를 날렸고, 엑스맨의 스톰이 날씨를 이용한 기술 중 천둥을 불러오는 기술을 냈다. 투청 능력은 1990년대 인기 외화 시리즈인 소머즈의 능력이기도 하다. 상우는 주사를 맞고 나서 생긴 능력이지 후천적으로 얻어졌다는 점에서 도리어 마블의 스파이더맨처럼 후천적 히어로라고도 할 수 있겠다.

  초능력이 한 가지인 것도 대단한데 두 가지 능력이라니. 작가는 상우에게 물리적 능력인 전기를 다루는 능력을 부여하여 임팩트 있는 장면을 연출했다. 또한 투청 능력은 정보력을 얻는데 있어 가장 유용한 능력이다. 투청 능력은 각종 히어로가 등장하는 콘텐츠 시장에 있어서 다소 서브 능력일 수 있겠으나 적어도 본 작품에서는 상우의 욕망을 활활 타오르게 하는 석탄 같은 존재로서 활약한다.

  초능력을 가지면 당장 악당이 되어버릴 법도 하지만 상우는 돈을 벌기 위한 방법을 궁리한다. 물론 투청 능력을 이용해 중학교 시절, 일명 재력과 부를 가진 친구들 무리의 가족 모임의 장소와 시간을 알아내서 그곳을 찾아간다. 그리고 자존심을 버리고 연민의 정을 활용하여 본인이 원하는 대명고 전학과 주거 문제까지 해결한다. 초능력을 얻은 순간부터 잔혹한 현실만화에서 통쾌하게 일사천리 모든 것을 다 해날 것 같았는데, 단지 영구적이지 않은 초능력을 가진 비범인으로서 상류층에 진입하게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 상우의 전기 초능력과 투청 능력



마지막 보스인 줄 알았는데, 다시 시작된 게임 스테이지

 대명고에 편입한 상우, 이전처럼 중학교 무리들과 동등한 위치가 아닌 그들의 후원을 받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거기다 대명고에는 일명 재벌가 자녀들이 다닌다. 부모가 소유한 자산 규모에 따라 그룹이 나눠지고 학교 교사도 재벌 학생들의 말에 좌지우지 되는 세계이다. 상우가 알고 있던 세상과는 다르다. 어렵게 대명고에 왔는데 학교에 입성하자 위로 가는 또 다른 계단이 시작될 뿐이다. 게임에서 마지막 보스를 끝낸 줄 알았더니 또 다른 스테이지가 새롭게 시작되는 꼴이다. 인상 깊은 장면은 시준이 친하게 지내는 무리인 재벌 자녀인 이남준과 채호길과 친해지려고 상우가 살갑게 말을 거는 부분이다. 학교 계단 아래에서 위를 바라보는 상우의 시선과 위에서 아래를 내려 보는 이들의 시선은 말 그대로 ‘계층’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계단 서 있는 위치가 바로 대명고라는 또 다른 세상에서 이들이 갖고 있는 부와 권력의 힘을 상징하고 있다.



△ 상위의 계층적 위치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컷



정치적인 인간의 조건

 대명고에 진학한 상우는 그들과 같은 계단에 서기 위해 본인이 가진 능력을 십분 활용한다. 그것이 어쩌면 다소 비겁할 수 있지만 말이다. 상우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감이 넘치는 주인공은 아니다. 전형적인 정치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중학교 동창이었던 시준, 인주, 유나의 캐릭터 분석을 통해 그들에게 배워야할 점과 그들이 가진 것을 철저하게 학습해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상우의 성향은 정신분석학자인 프로이드(Sigmund Freud)가 언급한 권력과 인격의 상호작용에 의한 정치적 인간(homo politicus)의 조건1) 중 세 가지 조건에 부합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첫째, 권력을 요구하고 다른 가치도 권력의 수단으로서 추구한다. 상우는 시준이 속한 무리 속 우두머리인 남준을 본인의 능력을 통해서 굴복 시키고 이들을 딛고 그들보다 더 높은 지상그룹의 자제인 지영후와 친해지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둘째, ‘권력에 대해 잠재된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 조건은 위로 향하고자 하는 욕망 덩어리인 상우 그 자체를 설명하고 있다. 셋째, ‘권력의 추구가 그때까지 자신이 당한 다양한 박탈에 대한 보상행위로서 나타나 있다,’ 상우는 부모님의 부재와 의식주가 안정치 못한 생활이 주는 결핍을 초능력을 사용하여 상류층의 아이들의 관심을 이끌어내 하나씩 쟁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절박함이 가득한 상우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돈을 외친다. 상우는 능력을 활용하여 일억 원을 손에 넣고 나서 세상을 가진 것처럼 좋아한다. 하지만 돈은 한계가 없다는 것을, 재벌사회의 부의 개념을 통해 깨닫게 된다. 상우의 욕망의 불씨가 작은 성냥불에서 이제는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이 되어가고 상우의 대범한 계획도 빠르게 전개된다.

  웹툰 <셀> 의 세계는 선한 영향력이나 정의라는 개념과는 무관해 보인다. 주인공인 상우는 올바르지 못한 상류층에 벌주는 정의의 사도가 아니라, 그들과 같은 위치에 서고 싶은 새로운 빌런이 되고자 하는 것 같다. 누가 더 악인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우를 통해서 욕망이 어디까지 추락할 것인가가 바로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인 것이다.



1) 인간의 특질 가운데 정치를 통하여 사회생활을 이루어 가는 특질. 정치적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다(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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