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유미의 유미되기와 공감의 미학, <유미의 세포들>
<유미의 세포들> 작가 이동건 / 네이버웹툰
윤지혜 2020.11.27



유미의 유미되기와 공감의 미학, <유미의 세포들>



5년 8개월의 끝에서
 <유미의 세포들>이 완결되었다. 2015년 4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5년 8개월의 연재는 509화와 엔딩, 그리고 후기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오랜 시간 네이버 웹툰의 수요일과 토요일(일정 기간 동안은 토요일만)을 책임지면서 많은 사람들을 밤 11시 30분이 되기 만을 기다리게 하던 ‘유미’의 이야기가 마무리 된 것이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연재한 만큼 <유미의 세포들>은 많은 것이 변해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림체이다. 동글동글한 3~4등신의 귀여운 그림체가 시원시원하고 대중적인 그림체로 바뀌었다. 인물들도 변화했다. 유미의 남자친구가 변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미의 세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다른 인물들의 면면도 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작중 주인공인 유미라 하겠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유미의 세포들>이 독자에게 가지는 의미 또한 변하게 했다.

세포와 함께하는 연애사와 자아실현의 서사
 <유미의 세포들>은 기본적으로 로맨스 서사이다. 주인공 ‘유미’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연애하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직장인인 유미는 오랜 기간 연애를 하지 않은 상태이다. 전남친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많이 입었고, 결국 아프게 헤어져 연애에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 동료인 우기에게 설레는 마음이 생기고, 그 이후 소개팅으로 만난 웅이와 또 다른 직장동료 바비, 그리고 이직 후 만나게 된 신대리와의 만남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다만 이 작품이 다른 연애서사들과 다른 변별점이 있다면, ‘유미’의 머릿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가진 세포들이 있어 이들이 전면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유미 안에 살고 있는 이 세포들은 때에 따라 강력하게 자기주장을 하기도 하고 다른 세포들과 상호작용을 하기도 하며, 유미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에 큰 영향을 준다.


 유미 안의 세포들은 매우 평범하고 일상적인 연애의 장면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준다. 유미가 우기에게 조금씩 끌리면서 세포가 머리속의 맷돌을 굴리기도 하고, 약속시간이 세 시간이나 남았는데 호들갑을 떨며 분주하게 준비를 하기도 한다. 현실의 유미는 겉으로 보기에 조용하고 침착하지만 분주한 마음속이 세포들에 의해 시각적으로 드러남으로써 초조하면서도 설레는 유미의 상태가 더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것이다. 유미는 일상에서 흔하게 마주할 수 있는 아주 평범한 인물이지만, 세포들에 의해서 말해지는 유미는 유일하다. 세포들은 오로지 유미를 위해서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런 세포들의 존재로 인해 인물의 내면이나 감정을 세심하면서도 선명하게 읽어낼 수 있는 것이 이 작품의 강점이다. 아주 평범한 인물과 그 인물 내면의 세포라는 비범한 설정은 일상을 살아가는 웹툰의 독자들에게 감정이입과 공감을 일으키고, 그 속에서 일상을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이라는 재미를 준다.

 세포들의 존재는 유미의 연애에 감칠맛을 더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쉽게 이해가기 힘들거나 돌발적인 행동들도, 세포들의 존재로 인해 나름의 방식으로 설명된다. 우선순위가 달라 생기는 엇갈림, 권태기, 타이밍의 문제 등 현실의 연애에서 생기기 쉬운 갈등도 세포의 작용으로 설명된다. 때문에 구웅과의 연애는 좀 찌질한 듯 하면서도 귀엽고, 신순록과의 연애는 다르면서도 맞춰가는 설렘이 있다. 인물들 각자의 특성이 있고, 그들 세포의 작용과 유미의 세포 작용이 상호간에 역할을 하면서 입체적인 연애의 서사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다. 그러나 ‘완벽한 남친’ 유바비와의 연애는 이러한 재미가 옅다. 잘생기고, 눈치 좋고, 다정한 유바비는 작중 세계에서나, 현실세계에서나 꿈의 애인이다. 그러나 핑퐁거리며 어긋나고 맞춰가는, 세포들과 함께 하는 연애에 유바비는 어울리지 않는 인물이었다. 완벽한 유바비에게 세포가 설명해주어야 하는 틈 같은 것은 드물다. 실제로 작품에서 유미나 구웅, 신순록 등 중요 인물 이외에도 루비나 새이, 안대용 등 주변 인물들의 세포도 종종 등장하지만 유바비의 세포는 인물의 중요도에 비하면 희박한 빈도로 나타난다. 유미와의 애정전선에 위기가 발생하면 완벽한 남친 유바비가 금방 갈등을 봉합한다는 서사가 반복된다. 소소하고 일상적인 모습을 세세하게 드러냄으로써 ‘현실적’이라고 평가받던 이 작품은 유바비라고 하는 ‘환상적’인 인물로 인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유바비와의 연애 서사가 가지는 긍정적인 점은 유미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어주었다는 것이다. 유바비는 아직 구웅과 연애 중인 유미에게 마케팅부로의 이동을 권유하고, 바비가 미심쩍었던 구웅은 그 이동에 반대하면서 유미와의 관계에 악재를 쌓는다. 그런데 마케팅 부 이동을 통해 유미가 하고 싶은 일이 글 쓰는 일이라는 것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유미의 세포들>은 유미의 연애사에 국한되지 않고 유미의 자아실현 문제도 다루게 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후 유미가 바비와 연애하게 되며 회사를 계속 다니기 어려워지고, 그 결과 작가가 되기 위해 퇴사를 결의하면서 세포들은 작품을 쓰기 위해, 그리고 연애를 위해 두 가지 방향으로 움직인다. 유미가 퇴사 후 백수 생활과 작가지망생 생활, 그리고 작가로 활동하기까지 이 두 방향은 충돌하여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조화를 이루기도 하면서 세포들의 더욱 다양한 상호작용을 보여주며 유미가 원하는 ‘유미’의 모습을 찾아 나아간다.

컷툰과 함께 공감하기
 작품의 이러한 흐름은 5년 8개월동안 <유미의 세포들>을 애독한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은 바도 크다 하겠다. <유미의 세포들>의 작가인 이동건이 독자의 반응을 주시하는 편이기도 하지만, ‘컷툰’이라는 연재 방식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컷툰은 네이버웹툰에서 시험적으로 적용시킨 모바일 웹툰 게재방식으로, 상단에서 하단으로 스크롤을 내려 시선의 방향을 세로로 옮기며 감상하게 되어 있는 기존의 웹툰 게재방식과 달리 스마트폰의 터치를 이용해 페이지를 넘기듯 컷을 넘길 수 있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에 따른 변화로, 스마트폰을 통한 감상 환경에 적합한 연출이 포함되어 있는 ‘스마트툰’ 이후로 새롭게 적용한 것이다. 컷툰에서는 스마트툰과 같은 연출은 없이 터치를 통해 컷을 뒤로 넘기기 편하게만 되어 있지만, 컷마다 댓글을 달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어 있다. 독자들은 이 컷툰을 통해 그 컷마다에 대한 감상을 달 수 있다.

 <유미의 세포들>은 터치를 통해 넘기기 전까지는 다음 내용을 알기 어려운 컷툰의 게재 방식을 이용해 뒷내용을 의뭉스럽게 감추고 후반부에 진실을 폭로하는 소위 ‘낚시’를 종종 하는 작품으로, 독자들의 컷툰 참여 비율이 높은 작품 중 하나였다. 독자 나름으로 생각한 뒷이야기를 컷마다 댓글로 달아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예상이 맞거나 틀렸을 때 함께 재미를 느꼈다. 등장인물의 행동에 대한 호감을 공유하기도 하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것도 댓글을 통해 이루어졌다. 작품의 후반부에 나타난 미래에서 과거로 보내는 시그널이라는 소재를 독자들이 이해하기 힘들어 할 때, 그것을 해석한 내용을 독자들끼리 공유하는 방식으로 서로의 작품의 이해를 돕는 순기능 또한 있었다. 그렇게 함께 ‘유미’의 삶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과정은 독자들이 그녀의 세포 중 하나가 되는 것 같은 체험을 안겨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작가는 후기에 독자들로 하여금 ‘세포’라고 지칭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유미의 세포들>이 가지는 공감이라는 강점은 컷툰의 컷마다 댓글이 달리는 소셜 기능을 이용한 독자들 스스로의 손을 통해서 강화되었다.

세상의 모든 유미들에게
 <유미의 세포들>은 ‘세포’라는 설정이 돋보이는, 아이디어가 뛰어난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우리에게 큰 사회적인 메시지를 주거나 특별한 감동을 준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독자들이 수요일과 토요일을 기다린 것은 이 세상 어디엔가 살아가고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의 삶을 통해 나눈 소소한 재미, 때로는 위로, 그리고 감동과 공감이 쌓이고 쌓여 독자들의 마음에 결코 작지 않은 크기로 남게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언젠가 세상의 또 다른 많은 유미들이 지치고 뇌내랜드의 세포들도 제 역할을 못할 때, 이 작품은 작은 엔도르핀이 되어 줄 것이다.



<유미의 세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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