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해석하는 즐거움, 참여하는 즐거움 <가담항설>
<가담항설> 작가 랑또 / 네이버웹툰
주다빈 2021.03.02


해석하는 즐거움, 참여하는 즐거움 <가담항설>



 *읽기 전

‘신룡’의 경우 ‘신용’이 맞는 표현이나 웹툰에서 작가님이 ‘신룡’으로 표현 했기에 하나의 이름으로 간주 신룡으로 표기하였습니다.

 




약 4년간 많은 독자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가담항설>이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매회 댓글 창에는 수많은 독자들의 댓글이, 그리고 서로의 해석을 교환하는 댓글이 달렸다. 얼마나 큰 사랑과 관심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가담항설>은 랑또작가가 캐릭터 컨셉에서 밝혔듯이 전달하고자 했던 바가 뚜렷했고 각각의 캐릭터를 대표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었다. 독자에게도 직접적으로 전달됐던 춘매, 하난, 추국, 동죽(이하 춘하추동)의 경우는 인애, 원칙, 지성, 신의를 각각 의미했다. 또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명영’은 진리를 ‘백매’는 욕망을 의미했다. 게다가 그들은 응당 춘하추동, 매난국죽이어야 했던 이유와 인간이어야 했던 필연적 이유가 있다. 춘하추동의 경우는 계절을 다스리는 영물인 ‘용’에 속한 존재였기에 사계절을 그리고 각각의 계절을 대표하는 식물의 의인화로 만들어진 것이다. 또 후기에서 랑또 작가가 밝혔듯 이 이야기는 인간들의 문제는 인간들이 직접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고 있기에 대립 항인 명영과 백매는 다른 인외의 존재가 아니라 ‘인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가 하나 있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설은 왜 ‘돌’이었는가 하는 부분이다. 작가는 어디에서도 한설이 ‘돌’인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다. 심지어 인간 사이의 문제에 ‘돌’인 한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렇기에 이번 글에서는 한설의 캐릭터 설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한설은 의인화된 돌로 외적인 모습만 사람일 뿐 그 특성은 돌이다. 목구멍도 갖고 있지 않아 먹을 수가 없으며 자지 않아도 괜찮고, 힘은 세계관에서 가장 강한 인간, 장사를 뛰어넘을 정도이다. 그리고 ‘100년의 시간 동안 공을 들여 기도한다면 인간이 된다’는 세계관의 공식에서도 빗나가 있다. 그러나 춘하추동이 그런 것처럼 천명을 지고 태어나 왕에게 자신이 알게 된 것을 전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복아와 동행하며 복아를 통해 조금 더 인간스러워지며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웹툰의 주제를 위해 끝내 돌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 이야기 전개 속에서 한설이 돌일 수밖에 없던 이유에 대해서는 돌의 특성과 지니는 의미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첫째로 돌의 특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둘째로는 돌이 지닌 의미를 따져보도록 하겠다.

 

단단함

 

만화 <원피스>의 작가 오다 에이치로는 주인공 ‘루피’를 고무 인간으로 만든 이유를 ‘고무가 좋기 때문’으로 정리했다. 다른 능력은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것인데 어쩌면 랑또작가 역시 단순히 ‘바위가 좋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돌의 특성은 무엇보다도 단단함, 강인함 그로 인한 맷집을 생각하게 된다. 실로 주인공 조는 세계관에서 평범한 약자 집단이었기에 그들이 각자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강자들과 싸우기 위한 조력자가 필요했다. 대체로 그 강자들은 인간 이상의 힘을 가진 존재들이었기에 그에 비등하는 힘을 가진 한설이 돌의 특성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또한 돌은 물리적 힘에 의한 형태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뿐 결계와 같은 ‘허상’에는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 역시 평범한 주인공 조를 위한 조력자로 적합하다. 게다가 복아는 改(고칠 개) 자를 각인하는 데에 성공하며 성장한다. 이 역시 앞서 복아가 명영에게 배운 ‘물건’을 고치는 기술을 이용해 성장한다는 설정에 맞추어 한설을 완전한 인간으로 만들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한편 돌은 우직함, 불변의 속성이 있고 이는 한설이 자신의 천명에 의문을 품지 않고 돌진하는 엔진 역할을 한다. 혹여라도 한설이 인간처럼 스스로 자신의 천명에 의구심을 가질 정도의 사고가 가능했다면 이 웹툰은 전개될 수 없다. 또 독자에게 한설이 천명을 위해 왕을 만나러 간다는 부분을 설명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우직함 혹은 우둔함이라는 성질을 부과하며 독자의 의문을 비껴갈 수 있게 된다. 또한 돌이 갖는 의미를 통해서도 한설의 설정에 대해 유추해볼 수 있다. 돌은 불변과 영원의 상징물로 쓰인다. 이는 가변적이고 통제되지 않는 날씨(신룡)와 완벽한 대립을 이루며 한설의 본체를 돌일 수밖에 없게 한다. 한설의 천명이 왕에게 자신이 알게 된 것을 전달하러 가는 것인 만큼 한설과 신룡은 대립할 수밖에 없다. 가변적인 신룡에 대적하는 불변의 한설은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의미 자체에서도 상극을 이룬다.



 


 

토템과 샤머니즘

 

아주 오래전 토템 신앙에 따르면 인간은 여러 자연물을 신으로 숭배해왔는데 그 중 돌은 현대까지도 그 형태가 남아있다. 그들은 돌은 그 자체로 신으로 여겼다. 한편 샤머니즘에서 돌탑과 같은 형태를 보면 인간의 소원을 신에게 전달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한설은 이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갖는다.

한설은 복아가 사는 마을 입구에 있던 돌로 마을의 입구를 알리는 이정표이자 당산나무와 같은 역할을 하였다. 그렇기에 복아와 명영은 과거를 보러 가기 위해 길을 나서며 한설을 향해 기도했다. 이는 한설 자체를 자신들의 소원을 이루어줄 신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복아는 명영을 홀로 보내고 마을로 돌아오며 다시 한번 한설에 명영이 자신이 배운 바를 왕에게 잘 알릴 수 있기를 기도한다. 그리고 그 기도 끝에 한설은 바위에서 인간의 형태로 변화한다. 처음 복아의 반응을 보았을 때까지만 해도 한설은 토템으로의 역할이 주가 된다. 그러나 한설이 자신의 천명을 수행하기 위해 수도로 가면서 인간의 소원을 신에게 전달하는 전달자로 역할이 변모한다. 그렇기에 한설은 복아의 소원을 자신의 천명으로 여겨 주인공 조와 함께 궁으로 향하는 것이다.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명영과 신룡의 대립 구도가 나타나며 직접적으로 대결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궁에 당도하여 벌인 대결에서 주인공 조는 엄청난 피해를 보고 전투 불능의 상황까지 간다.

이때 명영은 글을 쓴 종이로 한설을 복원하며 결국 한설이 신룡과 대적하게 만든다. 여기서 누군가는 한설의 개입 자체가 웹툰의 주제에서 벗어난 전개라 생각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지막에 명영은 천동지를 갖게 되었음에도 현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갑연과의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속을 어기고 천동지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명영의 캐릭터 성에 맞지 않는 선택이다. 또 천동지와 한설이 갖는 차이로 한설의 개입이 주제에 반하는 전개도 아니게 된다. 천동지는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으로 만들어지며 그 타인은 글을 쓸 줄 아는 사람 전부가 된다. 그러나 한설의 경우 오롯이 명영을 위해 만들어졌고 명영의 신념을 이루기 위한 천동지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설을 통한 싸움, 그 사이사이의 선택을 만들어 내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주제로 나아간다. 또 이 점을 통해 다시 한번 한설이 인간의 욕망을 신에게 전달하는 도구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작가가 직접 밝히지 않았던 한설의 캐릭터 설정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돌’이 갖는 특징과 의미, 그리고 토템과 샤머니즘의 관점 등 다양한 방면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런 재밌는 주제를 논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캐릭터 설정과 연출을 꼼꼼하게 신경 써 웹툰을 기획한 랑또작가 덕이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연결 짓는 방법, 웹툰이 나아가려 했던 주제성, 세계관의 토대를 다져놓았기에 재밌는 관점을 덧붙여볼 수 있었다. <가담항설>의 또 다른 재미는 여기서 오는 게 아닐까? 작가가 곳곳에 숨겨 놓은 의미를 독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또 누군가의 의견에 동조하고 의문점을 던지는 과정이 웹툰 읽기 과정의 하나로 독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즉, <가담항설>은 애초부터 가볍고 읽기 쉽게 계획된 웹툰은 아니었다. 조금만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한 화 전체 내용이 아리송해지고 어떨 때는 회차 간의 연결성마저 끊어지곤 했다. 그렇기에 다른 웹툰보다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하여 꼼꼼하게 읽어내야 한다. 그런데도 <가담항설>은 피로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음 편을 보게 하는 힘이 있다. 이러한 작업을 몇 년에 걸쳐서 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모든 독자가 알고 있을 것이다. 그 힘든 일을 해낸 작가님에게 박수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가담항설>이 가진 대외적인 평가 때문만이 아니라 웹툰 자체로 굉장히 잘 만들어져 있기에 바깥 생활이 어려운 요즘 읽어보면 좋을 작품이라 생각한다. 기회가 된다면 읽어보시길.

<가담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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