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내게 필요한 NO맨스〉 : 신이 내려준 연애 플래그를 파괴한다!
〈내게 필요한 NO맨스〉 작가 마그네슘 / 네이버시리즈
이한솔 2021.04.08




〈내게 필요한 NO맨스〉 : 신이 내려준 연애 플래그를 파괴한다!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시기가 오면 누구나 조급함을 느끼게 된다고들 말한다. 그래서 평소 연애나 결혼에 관심이 없더라도 29살이 되면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인지, 많은 창작물 속 등장인물들도 연애와 결혼을 위해 안달을 낸다. 그런데, 29살이 되어 결혼에 대한 압박을 느끼면서도 도무지 연애할 생각이라고는 조금도 없어 보이는 주인공이 있다. 잘생기고 부유하며 유능한 남자들이 셋이나 등장하여 형성하는 ‘하렘’ 구도 속에서 멀뚱히 선 채 게임이나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여자주인공. 바로 네이버 웹툰 〈내게 필요한 NO맨스〉의 ‘조아연’이다.

 

〈내게 필요한 NO맨스〉는 마그네슘 작가의 작품으로 2019 지상최대 공모전 3기 장려상을 수상 후 2020년 10월부터 연재가 시작되었다. 연애도 결혼도 바라지 않다가 친구의 결혼 소식에 충격을 받고, 이후 신의 도움으로 세 명의 미남들과 엮이게 되는 것이 주된 이야기다. 이렇게 요약된 줄거리만 보자면 전형적인 로맨스물처럼 느껴지지만, 〈내게 필요한 NO맨스〉는 조금 다르다. 이 작품의 장르는 ‘로맨스’가 아니다. 아니, ‘로맨스’가 될 수 없다. 여자주인공 조아연이 그냥 ‘철벽’인 수준을 넘어서, 아예 비연애에 대한 의지가 확고해 보이기까지 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 <내게 필요한 NO맨스> 1화

 물론 아연도 연애나 결혼을 아예 떠올리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절친한 친구 ‘유리’의 결혼식에서 위기감을 느낀다. 단순히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 아니라, 무언가 정상적인 궤도로부터 이탈하고 있다는 감각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안을 한 번도 느껴보지 않은 독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연애와 결혼이 마땅히 따라야 할 과정이자 규칙으로 여겨지는 세상 속에서 말이다. 한편,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거나 결혼을 한 친구들은 모두가 같은 얼굴, 같은 표정, 같은 자세로 자신들의 ‘행복’을 증명한다. 유리는 아연에게 “아연아, 나 지금 정말 행복해. (1화)”라고 말한다. 친구들은 이제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천편일률적인 삶의 방향대로 나아가지만, 누구나 ‘정상’이라고 받아들이는 사회적 규범을 따르고 있기에 행복해 보인다.

 

아연은 다른 친구들이 모두 가정을 꾸리고 자식을 기르는 동안 자신만 고독하게 살게 될까봐 두려워한다. 그리고 그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혼이라는 해결책을 떠올리지만…… 사실 아연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런 건 자신을 구원해줄 수 없다는 걸. 아연이 바라는 것은 ‘외롭지 않고 안정적인 삶’인데, 이를 위해 정말 필수적인 건 로맨스가 아닌 돈이다. 돈! 아연이 신에게 소원으로 빌었던 “남쪽 섬 호화 별장에서 평생 놀고먹어도 남을 돈! (1화)”이야말로 아연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다.


△ <내게 필요한 NO맨스> 1화

 그러나 신은 아연의 소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내게 필요한 NO맨스〉의 잘생긴 신은 고집이 대단해서 “결혼 말고 돈으로 줘! (1화)”라고 외치는 아연에게 돈 대신 결혼중매라는 은총을 내려준다. 무려 신이 이어준 남자들이기 때문일까? 아연에게 관심을 갖는 남자들은 모두 끝내주는 인물들이다. 젊은 대기업 전무, 최고의 톱스타, 그리고 10년 동안 아연만을 바라봐온 순정남. 그들은 모두 미남인데다(그저 작중 대사를 통해 잘생겼다고 표현되는 것만이 아니라, 퀄리티 높은 작화를 통해 누가 봐도 그들이 미남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고지순하게 아연만을 사랑한다. 문제는 아연 역시 고집이 만만찮다는 것이다. 그는 절대 작품 내의 로맨스 장르문법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른 로맨스 작품이었다면 주연 캐릭터를 떡하니 맡을만한 세 남자들은 아연의 ‘철벽’ 앞에서 그저 남자1, 2, 3으로 존재할 뿐이다.

 

교통사고를 계기로 아연과 인연이 이어진 ‘서정우’는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연인이라고 할 만하다. 잘생긴 외모, 담백하고 친절한 성격, 그리고 ‘다이아수저’라고 표현되는 경제력까지. 로맨스물 남자주인공의 자격을 다 갖춘 정우는 ‘재벌 남친’다운 행동들을 보여준다. 매일 아침 집 앞으로 비서와 차량을 보내고, 아예 차를 한 대 선물해주겠다고 말하는 재벌 미남. 전형적인 ‘심쿵’ 포인트지만 아연은 “JONNA 멋있다… 나도 많이 벌어서 저런 드립 쳐봐야지…. (6화)”라고 생각할 뿐이다. 당연한 일이다. 아연이 원하는 건 돈이지 돈 많은 남자가 아니니까.

 

△ <내게 필요한 NO맨스> 9화

 신의 중매는 아연에게 로맨틱한 행복을 주기는커녕 일상을 망치는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10년 지기 친구 하시은과 전형적인 데이트코스를 함께할 때에도,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할 정도의 인기배우 천이루와 비밀스러운 연락을 주고받을 때에도 아연은 설렘을 느끼긴 커녕 오히려 질색한다. 이 정도면 아연이 그저 눈치가 없는 여자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독자들도 알 수 있다. 아연은 세 남자들과 자신 사이에 놓인 ‘연애 플래그’를 미처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분명히 알고서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것이다. 특히 스튜디오에서 이루가 아연을 확 끌어당겼을 때 아연은 몹시 화를 내는데, 이를 통해 아연이 기존의 로맨스 코드를, 정확히는 로맨스로 가장한 폭력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내게 필요한 NO맨스> 9화

 친구들은 “너도 때가 되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1화)”라고 덕담을 건네지만…… 글쎄, 꼭 그래야만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 아연이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게 아연이 바라는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연은 이미 번듯한 회사에서 자리를 잡은 직장인이고, 그를 구해줄 왕자님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이제 이 작품을 볼 때에는 아연이 어떻게 연애를 시작하게 되고 어떤 남자와 이어지게 될지 궁금해 하지 않게 된다. 대신, 아연이 과연 이 ‘난관’ 끝에 어떤 목적지에 도달하게 될 것인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아연은 이루에게 “네가 노력하고 쌓아온 건 쉽게 없어지지 않을 거야. 그렇게 한 번에 무너질 거라고 생각 안 해. (4화)”라는 말로 위로해주는데,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독자로서 아연에게 그 위로를 똑같이 전해주고 싶어진다. 연애를 하든 안 하든 아연에게 주어질 미래는 외로움의 구렁텅이가 아닐 것이라고. 고작 그런 것 때문에 아연이 노력하고 쌓아온 것들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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