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성경의 역사> : 그 밖에서 반복되는 MZ의 역사
<성경의 역사>, 글 최경민 / 그림 영모, 네이버웹툰
김민서 2021.05.28



<성경의 역사> : 그 밖에서 반복되는 MZ의 역사

 

2021년,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홍수에 SNS가 범람하는 시대라는 이야기는 이제 진부할 만큼 익숙하다. 하지만 현재 10대 후반에서 30대 정도에 걸쳐 있는 MZ세대를 설명할 때는 범람하는 온라인 세상에서 헤엄치는 데 익숙하다는 특징을 빼놓을 수 없다.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얻은 정보를 자기 생각과 행동에 반영하고, 직접 정보 생산자가 되어 생각 또는 행동의 전파에 기여하는 모습은 MZ세대에서 전형적이다. SNS의 파급력으로 긍정적인 릴레이를 퍼뜨리게 되기도 하지만, ‘파급력’이라는 성질에 부정적인 측면이 없을 리 없다. 웹툰 <성경의 역사>를 통해 MZ세대의 온라인 세상 활용을 살펴보았다.

 



 

내가 바로 이 구역의 재판관

<성경의 역사>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역기능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은 성경이 명대호수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는 루머가 삽시간에 퍼지는 대목이다.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호숫가에서 사망한 학생의 사진이 올라오고 추모와 품평이 뒤섞인 댓글이 달리는 장면부터 어디서 많이 본 그림이다. 이어 치정 문제로 성경에게 원한을 품은 남자가 성경을 닮은 학생을 잘못 죽인 것이라는 하나의 추측이 에브리타임에서 점점 부풀려져 기정사실인 것처럼 취급되는 과정도 모두 에브리타임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별 근거 없는, 또는 자기 마음에 드는 근거만 담은 추측성 글을 올리는 데에도, 남이 올린 추측성 글을 큰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데에도 익숙한 MZ세대의 단면이다.

‘요즘엔 무슨 이슈만 생기면 학생들이 에타에 글을 올려서 장사 망하는 수가 있다는’ 꼬치 가게 사장의 말도 MZ세대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불매운동에서부터 소비에 정치적, 사회적 신념을 담고 그 소비행위를 SNS에 공유해 사회적 관심을 끄는 ‘미닝아웃’에 이르기까지 MZ세대의 소비를 통한 의견 표출은 다층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임금체불을 하는 기업을 불매해 제도 변화를 이끌어내거나 장애인 입장을 거부한 음식점을 불매해 사과를 받아내는 등 긍정적 영향력으로 발휘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나았을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유튜버가 저격한 음식점이 결국 폐업하게 되었는데 뒤늦게 음식점의 잘못이 없음이 밝혀진 사건이 그중 하나다. 온라인 세상의 재판에서 ‘나쁜 기업’으로 판결을 받으면 불매운동은 SNS를 통해 일파만파 커지고, 해당 기업을 소비하는 행위조차 ‘개념 없는 짓’으로 취급된다. 흘러가다 보면 소문의 진위 여부는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어디로 닿는지 모를 영향력만 발휘되는 것이다. 무언가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타인을 재단할 기회를 놓치지 않고 온라인 민간 재판에 참여하고자 하는 영향력을 향한 갈망이 작용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한다.

 


 

작품 밖의 MZ

<성경의 역사> 감상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작품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의 요소에서까지 온라인의 정보 파급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웹툰 소비자의 주 연령층이 MZ세대 구성원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독자 반응을 확인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먼저 댓글을 통해 이루어지는 독자들의 의견 교환을 살펴볼 만하다. 가장 많이 달리는 댓글 중 하나는 <성경의 역사>가 ‘하이퍼 리얼리즘 그 자체’라는 댓글이다. 성경에게 일어나는 일들이 우리 주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며, 캐릭터들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우리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닮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자꾸만 범죄와 공격의 표적이 되는 성경의 모습을 묘사하는 방식이 ‘불행 포르노’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사람에게 일어나는 불행한 사건의 빈도와 심각성이 과장되어 있으며, 해결책에 대한 고찰 없이 불행 자체만을 전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해자로서의 주인공’을 내세워 그에게 일어나는 불행들, 그 자극적인 소재를 통해 독자를 끌어들이는 데만 초점을 맞추었다면 발전 없는 불행 포르노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성경의 역사>에는 그 불행한 사건들의 원인과 기전에 대한 작가의 의견이 드러난다. 예를 들면 ‘대학 가면 여자친구를 사귈 수 있으며, 어느 대학에 가느냐가 여자친구의 급을 결정한다’는 주입식 교육의 성과로 남학생들이 대학에 가자마자 여학생 품평회를 열며 누구에게 작업을 걸지 생각한다고 말하는 식이다.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하더라도 가해자의 위치에 서는 인물이 어떠한 과정에서 가해에 다다랐는지를 생각해보는 지점을 마련한다.

<성경의 역사> 감상의 화룡점정은 32화부터 시작되는 댓글 테러다. 특정 커뮤니티에 <성경의 역사>가 일명 ‘남혐 웹툰’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현재 무료회차로 공개된 38화까지 테러가 이어지고 있다. 댓글이 1,400여 개였던 31화에서, 32화에 5,300개 정도로 거의 4,000개가 늘어났으나 작품의 내용이나 연출에 대한 근거 있는 비판의 댓글은 많지 않다(2021.05.21 기준). 의미 없는 도배성 댓글이나 커뮤니티에서 약속된 은어가 담긴 댓글들이 대부분이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증오할 대상을 찾기도, 공격에 참여하기도 쉬워진 MZ의 세상이다. 내용 없는 테러는 암담하기만 하다. ‘댓글까지 진정한 성경의 역사 완성’이라는 베스트 댓글이 우스우면서도 슬프게 느껴진다.

과연 작가는 비난의 테러 속에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앞으로 성경이 어떤 사건을 더 겪고, 어떤 사람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나가는 것으로 그려내는지에 따라 작품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리라고 생각한다. 이 여정의 끝에 작품과 작가가 어떤 모습으로 남을지 계속해서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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