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집이 없어> : 선택하는 가족, 선택되는 가족
[5월 에세이] <집이 없어>, 와난, 네이버 웹툰
손유진 2021.05.28


선택하는 가족, 선택되는 가족: <집이 없어>



우리가 스스로 가족의 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 결혼 상대를 정해 가정을 꾸리는 ‘정상적인’ 선택 외에도 다른 길이 있다면 동의할 수 있는가? 최근 한 연예인의 비혼 출산에 대한 찬반으로 사회가 들썩였던 적이 있다. 혼인 외의 형태로 가족을 이루는 것이 정상성의 시각에서 문제가 된 것이다. 한국에서 무릇 가정이란 한 쌍의 이성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성립하는 개념이다. ‘이성’ 간의 혼인이 아니거나 부모가 혼인 관계에 있지 않거나 심지어 이성 부부여도 자녀를 생산하지 않으면 가족이란 타이틀을 쉬이 얻지 못한다. 한국에서 가족의 형성은 선택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발생’하는 것이다.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가족의 형성에서 선택의 주체는 매우 한정되어 있다. 국가적 이데올로기가 호명하는 대로, 사회가 권장하는 대로, ‘정상적인’ 부부가 계획하는 대로 가정은 형태를 갖춘다. ‘정상성’을 결여한 구성원들이나 ‘선택된’ 가족들의 경우 가족의 형태를 계획하는 데에 아무런 선택권을 갖지 못한다. 이러한 선택의 비대칭은 권력의 비대칭으로 이어진다. 전자의 경우는 가족을 형성할 권리를 박탈당하며, 후자의 경우 형성된 가정 안에서 다양한 형태의 폭력성을 경험할 위험이 도사린다. 예를 들어 동성 파트너 간에는 원천적으로 혼인이 금지되어 있어 가정을 이룰 수 없고 편부/편모 가정은 결손 가정으로 불릴 만큼 가족으로서의 정상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한편 가족계획에 참여하지 않았던(불가능하므로) 자녀들의 경우, ‘선택된’ 구성원으로서 상대적 약자에 위치하게 된다. 특히 나이가 어린 자녀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입양 아동 학대에 대한 뉴스들이 이를 방증한다. ‘낳아진’ 구성원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족에 귀속된다. 이는 당연한 처사이지만 문제는 그들이 선택의 주체가 아니라는 데에 있다. 그들은 오히려 선택이 ‘가해지는’ 위치에 서 있다. 아이는 스스로 자라나기보다 일정 기간 내에서는 양육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부모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그리고 이러한 권위는 때때로 강제와 폭력의 방식으로 행사된다. 그렇다면 이 폭력은 대체 어떠한 형태를 띄고 있단 말인가? 과연 그것은 폭력이라고 부름 직한 사태인가? 이에 대한 대답으로 제시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집이 없어>이다.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웹툰 <집이 없어>는 모친을 여의고 혼자 생활하게 된 고등학생 ‘해준’과 가출 청소년으로 지내온 ‘은영’, 그리고 부모에게서 독립하기 위해 집을 떠난 ‘주완’이 함께 살게 되면서 일어나는 해프닝들을 주요 스토리로 삼고 있다. 해준은 귀신을 보는 어머니에 대한 거부감으로 어머니를 떠나 학교 내의 기숙사에 입주하기 위해 진학했으나, 이를 원인으로 어머니와 다툰다. 언쟁 직후 어머니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해준은 혼자 있어야 하는 상황을 견딜 수 없어 기숙사 생활을 고수하려 한다. 한편 입학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학교 뒤편 폐가에서 은영과 동거하게 된다. 그러나 동거 생활은 순탄치 못하다. 이는 입학 전, 은영이 해준의 지갑을 훔쳐 몸싸움을 벌이다가 은영이 해준에게 큰 부상을 입혔기 때문이다. 각자의 트라우마를 안은 채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두 인물은 동거 초반 서로에게 선을 긋고 상처 주기에 급급한다. 그러나 같이 살아가기 위해 서로 이해하려 노력하는 과정과, 둘의 관계에 개입하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 해준과 은영은 가족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시작한다. 

본 작품은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인물들이 갖는 트라우마에 대한 에피소드와 트라우마가 어떻게 인물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들이 그것을 어떻게 헤쳐나가는지에 대한 에피소드이다. 해준과 은영, 주완 외에도 ‘마리’와 ‘하라’ 등 주요 인물들은 모두 부모와 관련된 트라우마를 지니고 있다. 해준은 편모가정에서의 적절치 못한 양육 방식과 주변의 괴롭힘으로 어린 시절 내내 고통받았으며, 은영은 부모에게 극심한 강도의 학대를 당하고 가출 생활을 해왔다. 주완은 부모의 통제와 간섭에 시달렸고, 마리는 부친의 방관하에 형제에게서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한다. 하라 또한 자신의 적성과 의사를 무시당한 채 부모가 제시하는 방향에 따르도록 강요당한 바 있다. 경제적 부분을 포함하여 자립의 능력이 쉽게 충족되지 않는 청소년기에 그들의 안위에 대한 절대적 결정권을 가진 부모와 문제를 겪으면서, 인물들은 고립감과 무력감에 고통을 호소하며 방황하고 고뇌한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간혹 폭력성으로 표출되기도 하며 인물 간의 갈등을 빚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갈등은 작품 안에서 어떻게 해소되고 있을까?

이는 해준과 은영, 주완이 한집안에 살면서 하나의 가족 공동체를 이루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그들은 함께 일상을 공유하며 생활하는 일종의 대안 가족으로 볼 수 있다. 그들은 선택의 영역에서 서로 위계적으로 평등하다. 상호 간 합의에 의해서 이루어진 가족이기 때문이다. 동등한 주체이기에 그들은 서로에게 함부로 위력을 행사할 수 없다. 가족의 형성에서나 운영에서나 일방성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서툴지만 대화를 통해 상대의 감정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이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자 지속적으로 노력한다. 사실 이는 ‘정상가족’에서도 요구되는 자세이나 위계의 불균형으로 인해 부모는 권력을 행사하기 쉬운 위치에 놓인다. 즉 수평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이를 반증하듯 작중에서 인물들이 숨통을 트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곳은 부모와 함께 있는 ‘집’이 아니라, 그들이 서로 평등한 위치에 서 있을 수 있는 ‘폐가’이다. 그곳에서는 어느 누구도 일방적으로 선택된 구성원이 아니다. 구성원 모두가 선택을 할 수 있는 주체로 취급된다. 이렇게 폐가 속 해준의 무리들은 하나의 가족으로 살아가게 된다. 

해준의 가족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 혈연관계를 통한 가족만이 가족으로 불리지는 않는다는 것, 둘째, 어떠한 형태의 가족이든 각 구성원은 선택의 주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후자의 전제조건을 어떻게 설정해야 이를 성립 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은 구성원들 각 개인의 인격이 선택 속 선후 관계보다 개념적으로 선행할 때 가능해진다. 이는 정상 가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낳았다”는 이유로, “내가 번 돈으로 기른다”는 이유로 한 구성원이 결정권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 자녀가 태어나 가족의 구성원이 되는 이상, 그를 다른 구성원들과 동일한 인격체로 취급해야만 한다. 이러한 논의를 확장하자면 가족은 국가권력에 의해서도, 정상성 이데올로기에 의해서도, 부모에 의해서도 강제로 선택되지 않아야 한다. 권력의 불균형 위에서 구축된 가족 개념은 결국 폭력과 고통을 수반한다. 가족은 어떠한 형태로도 존재할 수 있으며, 그것의 형태보다도 중요한 것은 모든 구성원이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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