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학교를 떠나는 건 또 다른 선택일 뿐 : 학교 밖 청소년 상담사가 본 <학교를 떠나다>
[5월 에세이] <학교를 떠나다>, 버선버섯, 다음 웹툰
김수련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주임 상담원) 2021.05.31



학교를 떠나는 건 또 다른 선택일 뿐 : 학교 밖 청소년 상담사가 본 <학교를 떠나다>
 “학생!” 흔히들 1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청소년을 부를 때 ‘학생’이라는 호칭을 쓴다. 하지만 당신이 ‘학생’이라고 부른 사람은, 사실 학생이 아닐 수도 있다. 초•중•고•대학교를 나와 직장에 다니고 결혼을 하는 등 생애주기별 단계가 확고한 우리나라에서는 청소년이면 당연히 학교에 다닐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금도 약 40만 명의 ‘학교 밖 청소년’들이 있다. 나는 이 학교 밖 청소년들을 상담하고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한다. 학교 밖 청소년들의 삶을 직접 곁에서 지켜본 내가 학교 밖 청소년의 삶을 다룬 웹툰 <학교를 떠나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학교 밖 청소년의 삶이 담긴 웹툰 <학교를 떠나다>

버선버섯 작가의 <학교를 떠나다>는 고등학교를 자퇴한 작가가 학교 밖 청소년으로서의 자신의 경험을 담은 일상 웹툰이다. 청소년기만의 생각과 고민이 다양한 에피소드들로 표현되어 있으며 소소한 일상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다. 

  <학교를 떠나다>는 2015년 작품이지만, 2021년인 지금 보아도 크게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과거에 비해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지원은 많이 늘어났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것과 고민하는 것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를 떠나다>는 지금 읽어도 여전히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편견을 부수다

  프롤로그의 내용처럼 사람들은 흔히 학교 밖 청소년이 쉽게, 충동적으로 학교를 그만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들 중에는 수많은 생각과 각오 끝에 학교를 그만둘 것을 결심하는 사람도 있다.  학교에 있는 친구들은 ‘자유를 찾아서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마냥 부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교를 떠난 청소년들이 마냥 자유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과가 고정된 학교 스케줄에서 벗어나게 되면 학교 밖 청소년들은 오로지 혼자서만 감내해야 하는 긴 시간을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학교 밖 청소년들은 혼란을 느낀다. 일정도 짜보고, 계획적으로 살아보려 노력하지만 많은 이들이 무기력함과 막막함, 끝없는 걱정과 근심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그래서 혼자서 끙끙 앓는 시간이 길어지고 어디에, 어떤 도움을 요청해야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된다. 

  학교 밖 청소년에게 대한 또 다른 흔한 오해는 ‘문제가 있어서’ 학교를 나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회성이 떨어져서, 사고를 쳐서, 비행을 저질러서… 내가 학교 밖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고 하면 이러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편견은 학교 밖 청소년을 보통 비행을 저질러서 사회면에 실린 뉴스 기사 등에서 접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학교를 떠나다>는 학교 밖 청소년의 아주 평범한 일상을 보여준다. 버선버섯 작가는 자기만의 생각이 뚜렷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서 또래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다. 하지만 이건 다른 것이지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다. 작가는 학교를 나왔지만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있고, 여전히 그 친구들과 함께 지내며 다른 청소년처럼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웃고 떠들고, 싸우기도 하고 고민도 나누며 지낸다. 서로 간의 다름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멀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학교 안’에서 ‘학교 밖’으로 졸업해 나온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또한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도 학교에 대한 추억이 있다. 학교를 떠난 청소년이면 학교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으로만 가득하리라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학교를 떠나다>에서는 작가가 자신이 좋아했던 선생님을 떠올린다. 긴 시간을 보내거나 수많은 추억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삶의 방향을 고민할 때 작가는 선생님을 떠올리며 힘을 얻는다. 내가 만난 학교 밖 청소년들 또한 그러했다. 아주 잘 맞았던 선생님이 있던 아이도 있었고, 친구들의 졸업식을 찾아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모든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학교가 좋은 곳으로 기억되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를 즐거운 추억이 남아있는 곳으로 기억하는 아이들도 분명히 있다. 

 

나를 지지해주는 사람들의 중요성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자원이고 큰 힘이 된다. 학교 밖을 선택 한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는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이 특히나 더 중요하다. 청소년들이 학교를 그만두려고 할 때 많은 경우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히게 된다. 건강에 이상이 있거나 선생님, 혹은 친구들과 큰 갈등이 있는 경우라면 아이의 뜻을 존중해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많은 부모들에게 자식이 정규 교육과정을 포기하는 것은 꽤 충격적인 일이며 학교를 그만두면 아이의 삶이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부모와 가족들이 학교 밖 청소년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해주는 것은 청소년 당사자에게 정말 큰 힘이 된다. 다행히도 <학교를 떠나다>에 나오는 가족들은 작가의 선택을 믿고 따르고 이해해준다.

친구 관계 또한 중요하다.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도 당연히 또래 관계는 중요하다. 가족에게는 할 수 없는 말과 생각을 나누고 또래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같은 또래의 친구들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중에서 친구들은 작가의 삶에 영향을 주는 긍정적 지원자로 등장한다. 나 역시 학교 밖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나고 나서도 여전히 또래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것을 보았다. 학교에 다닐 때처럼 친구들을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친구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만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학교 안팎의 청소년들은 서로의 삶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서로의 삶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도 한다. 다른 상황 속에 있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는 관계들을 유지한다. 같은 학교 밖 청소년들끼리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도 물론이다.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제도들

 요즘은 학업중단을 결심하게 되면 학교 내에 있는 wee센터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상담을 받게 되어있다. 하지만 아직도 학업중단숙려제에 참가하지 않고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2018년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업을 중단할 때 학업중단숙려제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경우는 조사대상 청소년의 30%에 불과했다. 참여 안내는 의무이지만 학생들의 참여는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숙려제도가 실시된 이후에도 미참여 학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학업중단숙려제에 참여하면 상담을 받으며 학교에 남을 것인지, 학교를 떠날 것인지 더 깊게 고민을 해 볼 수 있다. 숙려제를 한다고 해서 학교에 나와야 하거나 학교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학업중단을 고려하는 학생은 꼭 숙려제를 이용해 보길 권한다. 

 학교를 떠났더라도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많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자립에 대한 지원을 받고 싶을 때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꿈드림센터)를 찾아온다. 지원센터에는 비슷한 상황에 있는 또래 친구들 또한 만날 수 있다. 사람은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을 격려해주고 지지해주는 ‘긍정적 지지체계’를 만드는 것이 꼭 필요하다. 작품 속 버선버섯 작가는 여러 가지 지지체계들이 주변에 많았고, 또 그것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학교 밖 청소년 중에는 혼자서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친구들과의 관계 형성이 어렵다면, 관련 기관과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학업중단숙려제에 대한 안내


△ 청소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

인생에 정답이 어디 있겠습니까

   <학교를 떠나다>를 보고 다시 느낀다. 각자의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모두가 자기만의 삶을 살기 때문에 타인의 삶을 내 기준으로 바라보며 판단하고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일이란 것을. <학교를 떠나다> 31화에는 작가를 두고 ‘아직 어려서’, ‘뭘 몰라서’ ‘철이 없어서’라며 훈수를 두는 어른이 나온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기 삶에 대해 내린 결정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니다. 그저 서로 다른 선택을 한 것뿐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꼭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10대 후반의 작가가 했던 ‘내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닐까’, ‘나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같은 생각과 걱정들을 나는 어른이 된 지금도 한다. 나 역시 불완전한 어른이다. 학교 밖 청소년을 만나는 직업을 가지게 되면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항상 대화할 때 조심했다. 불안하고 위태롭게만 느껴지는 그들의 고민과 상황들을 알기에 내 말이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랐다. 어려운 선택을 하고 행동하기까지 힘들었을 아이들을 더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에 있는 아이들도, 학교를 떠난 아이들도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각자의 삶을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선택을 실행에 옮길 때, 먼저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어른들이 편견 없이 열린 시선으로 그들이 선택한 삶을 응원해줄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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