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전형적인 복수 서사를 비껴가는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
[7월 리뷰]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 강태진, 다음 웹툰
최기현 2021.07.08


전형적인 복수 서사를 비껴가는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


복수 콘텐츠가 여전히 인기다. 최근 방영된 <빈센조>, <미스 몬테크리스토>, <모범택시>, <마우스> 등은 복수를 소재로 한 드라마다. 복수 콘텐츠의 유행은 불합리한 사회를 향한 대중들의 감정을 대변한다. 사람들의 증오, 분노, 혐오 등이 드라마나 영화 등 매스미디어를 통해  분출되는 것이다. 복수 콘텐츠에는 서사구조 자체가 주는 쾌감이 있다.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이하 아버지의 복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도훈이 한 통의 전화를 받는 데서 시작한다. 할머니가 치매에 걸렸는데 다른 가족 아무도 연락이 안 되니 손자인 도훈이 모시라는 내용이었다. 도훈은 오랫동안 왕래가 없던 할머니를 책임지는 것이 그다지 탐탁지 않지만 할머니의 집이 재개발된다는 사실 때문에 할머니의 집을 물려받는 꿈을 꾸며 할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신다. 그러다가 우연히 할머니 집 지하창고에서 30년간 연락이 끊긴 아버지가 갇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목숨을 구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은 진짜 아버지가 아니었다. 도훈의 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복수를 꿈꾸는 아버지 친구 덕수였다. 이제 덕수의 복수가 시작된다. 



<아버지의 복수>를 통해 재현된 복수의 특징을 살펴보자. 첫 번째, 복수는 피해의식에서부터 시작된다. 덕수는 30년간 도훈의 할머니 집 지하창고에 갇혀 있었다. 도망치지 못하도록 발에 쇠사슬을 묶인 채였다.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덕수의 분노와 억울함, 즉 피해의식은 도훈의 할머니에 대한 복수로 나타난다. 또 다른 등장인물 짱구 역시 피해의식이 있다. 마을에서 가장 공부를 잘했던 짱구는 서울대에 합격한다. 하지만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소를 팔러 갔던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소 판 돈까지 도둑맞는다. 결국 짱구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건달이 된다. 그의 내면에 쌓인 피해의식은 복수로 발현된다.

두 번째는 복수의 정당성 여부이다. 복수는 대부분 폭력을 동반한다. 복수의 상대방에게 물리적, 혹은 정신적인 폭력을 가하기도 하고, 경제적인 압박을 가하는 등의 간접적인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독자가 스토리 진행을 따라가며 주인공의 억울함을 처음부터 함께 겪는 경우, 주인공의 복수는 독자들에게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작품의 세계관이 사회적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법이 처벌하지 않는 또는 처벌할 수 없는 범죄자를 향한 복수 역시 정당성을 부여받는다. 독자는 암묵적으로 폭력을 지지하고 복수라는 행위에 쾌감을 느낀다. 복수 콘텐츠의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고전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에드몽 당테스는 젊은 시절 억울하게 감옥에 갇히고 약혼녀까지 빼앗긴다. 독자는 이 모든 전개를 지켜보며 에드몽 당테스의 복수를 응원하게 된다. 에드몽 당테스가 감옥에서 탈출하고 폭력을 동반한 복수를 할 때, 독자는 복수가 주는 쾌감을 경험한다. 대부분의 복수 콘텐츠가 이런 식으로 주인공의 폭력을 묵시적으로 지지한다.


<아버지의 복수>는 전통적인 복수 콘텐츠의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즉 주인공 한 명에게만 복수의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복수>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고 사건의 실마리를 조금씩 풀어놓는다. 때로는 주인공의 기억이 틀렸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억울하게 당했으니 복수를 해도 된다’는 정당성이 부여됐다가도,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면 복수의 정당성이 미약해진다. 오히려 반대로 범인으로 여겨졌던 인물이 피해자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다. 극적인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인 복수 안에는 '사이다'가 담겨있다. 등장인물의 선과 악이 명확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반면 <아버지의 복수>에서는 복수가 다소 불편하다. 한동네에 살면서 얽히고설킨 구원(舊怨)과 옛정이 그 원인이다. 복수를 하려는 순간에 옛정이 생각나서 복수를 유보하기도 하며 서사가 진행될수록 누가 진짜 복수의 대상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등장인물에 명확하게 선과 악이 구분되지 않는 것은 마치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다. 복잡한 사회 구조 속에서 명확하게 선과 악이 구분되는 일은 많지 않다. 어떤 사안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오해하고 오해받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아버지의 복수>는 복수 콘텐츠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관점으로 읽기에 충분하지 않다. 주인공 한 사람에게만 복수의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복수에 쾌감보다는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진다. 그럼에도 누가 진짜 복수의 대상인지 알 수 없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서사 전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버지의 복수>가 흥미진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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