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살인자ㅇ난감>이 던지는 난감한 질문들
[7월 리뷰] <살인자ㅇ난감>, 꼬마비, 네이버 웹툰
김경훈 2021.07.08



<살인자ㅇ난감>이 던지는 난감한 질문들

 

 익히 아는 바와 같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큰 축 중 하나는 바로 법이다. “법 앞의 평등”이라는 오래된 대전제는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정의를 유지하는 근간이다. 그리고 이 법이 올바르게 작동해야만 우리는 국가를, 그리고 사회를 신뢰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법이 과연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는가에 대한 대중들의 의문이 깊어지고 있는 듯하며 이러한 문제의식을 웹툰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살인자ㅇ난감> 역시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는 작품인데, 특이한 점이라고 한다면 여타 웹툰들이 사적 제재를 통한 카타르시스, 혹은 대리만족을 중심으로 한다면 <살인자ㅇ난감>은 대중들이 사적 제재를 욕망하게 하는 근본적 원인인 ‘법이 과연 올바르게 기능하는가(혹은 할 수 있는가)’라는 난감한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진다는 것이다.



난감한 질문 하나.

  <살인자ㅇ난감>이 던지는 난감한 질문 중 가장 첫 번째는 이탕이 살해한 인물들을 통해 제기된다. 이탕에게 살해당한 이들에게는 모두 공통점이 있는데, 바로 평범한 이웃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들 모두 죄값을 치뤄야만 했던 범죄자들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은 법에 의해, 혹은 법을 피해 자신의 죄에 대한 벌을 받지 않았다. 여기서 바로 작품이 던지는 난감한 첫 번째 질문을 우리는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과연 우리들의 법이 이렇듯 평범함을 가장한 악을 선별하고, 더 나아가 그것을 처벌 할 수 있냐는 것이다. 특히 이탕에게 살해당한 양아치 학생들의 에피소드는 만화적 과장을 제외하더라도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혹은 있어왔던) 촉법소년과 관련된 에피소드이기에 이러한 질문에 더욱 무게를 실어준다.



난감한 질문 둘.

  <살인자ㅇ난감>의 두 번째 질문은 우리 사회에서 법을 관리하는 이들이 과연 자격을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다. 작품의 프롤로그에서 이탕에게 납치 고문을 당하는 이의 직업은 이후 에피소드에서 검사로 밝혀지는데, 법을 수호하고 범죄자를 심판해야 할 위치에 있는 이가 오히려 인간말종인 소아성애자이며 동시에 살인자였음이 밝혀진다. 법이 올바르게 작동을 하기 위해서는 그 법을 다루는 이들에게 그만한 자격과 책임이 있어야 함이 자명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법을 다루는 이들이 과연 그러한가에 대한 물음이 바로 이탕에게 살해당하는 검사를 통해 제기된다. 비단 검사뿐만이 아니다. 장난감 형사의 후배 형사 역시 경찰이라는 사법 정의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이들의 자격에 질문을 던지게 되는 역할을 한다. 친구의 범죄가 드러나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정보를 허술하게 유출하는 모습 등은 앞서 살해당한 검사를 통해 던져진 물음이 특정 권력층을 겨냥한 것이 아닌, 법을 다루는 이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물음임을 나타낸다.


난감한 질문 셋.

 <살인자ㅇ난감>이 던지는 마지막 질문은 바로 법을 초월한 사적 제재가 과연 가능한가라는 질문이다. 결론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살인자ㅇ난감>은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는 이탕과 송촌의 결말을 통해 제시되는데 송촌은 스스로 정의가 되고자 했으나 결국 괴물이 되어버렸고, 이탕 역시 행해왔던 사적 정의를 인정받지 못 한 채 자신을 버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자면 질문의 대답이 작품에서 이미 제시된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이 그것을 부정하더라도 여전히 질문은 남아 있는데 바로 장난감 형사가 이탕을 놓아주었기 때문이다. 작중 법과 정의를 상징하는 장난감 형사 역시 이탕, 그리고 이탕이 행한 행동들에 대해서 판단하기를 유보하고 그를 체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놓아준다. 이는 작품의 결말로 사적 제재를 통한 정의의 실현은 불가능함을 말했지만 사적 제재의 옳고 그름 자체에 대한 판단 자체는 독자들에게 물음의 형태로 남겨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살인자ㅇ난감>은 제목처럼 대답하기 난감한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진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의 근원에는 지금_여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느끼는 법 제도에 대한 불안이 내재되어 있다. 사적 제재를 통한 카타르시스, 혹은 통쾌함을 전달하는 작품들은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소재가, 그리고 서사가 대중들에게 요구되는 원인에 대해 천착한 작품은 앞으로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살인자 ㅇ난감은 소재와 표현의 참신함 이전에 지금 우리가 마주한 법 기능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기 시킨다는 점이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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