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되풀이될지도 모르는 이슬람 여성의 이야기, <페르세폴리스>
[9월 리뷰] <페르세폴리스> , 마르잔 사트라피, 휴머니스트
최기현 2021.09.14


되풀이될지도 모르는 이슬람 여성의 이야기, <페르세폴리스>


  2021년 8월 15일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을 점령했다. 탈레반 정권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이념으로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한다. 교육 당국은 여성의 복장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나, 최근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을 대학을 다니는 여성에게 입으라고 명령했다. 앞으로 복장 외에도 아프가니스탄 여성의 인권이 여러 방식으로 제한될 것이 예상된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만화 <페르세폴리스>의 배경인 1980년대 이란에서 이미 있었던 일의 재현이다.

  <페르세폴리스>는 이란 출신 작가 마르잔 사트라피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자전적 그래픽노블이다. ‘페르세폴리스’라는 제목은 이란의 옛날 이름인 ‘페르시아’의 수도 ‘페르세폴리스’에서 따왔다. 권위 있는 만화상인 하비 상(Harvey Awards), 알렉스 상(Alex awards), 알프-아르 상(Prix Alph-Art) 등을 수상했다, 2008년에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대중에게 알려졌다. 많이 알려진 작품이긴 하지만 아프가니스탄 관련 뉴스가 나오는 요즘 시의적절한 작품이라 생각되어 <페르세폴리스>를 소개한다.



  <페르세폴리스>는 이란의 어린 소녀 마르지가 성장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마르지가 10살이 되던 1980년, 국가 방침에 따라 여성은 머리카락과 귀, 목을 가리는 스카프인 히잡을 강제로 착용한다. 1979년 이란의 팔레비 정권을 무너뜨린 이슬람 공화국의 통치 방침이었다.

  사회는 혼란스럽고 매일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진다. 사람들은 왕이 퇴진하면 이란에 민주주의가 실현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혁명으로 새롭게 정권을 잡은 이슬람 공화국은 이슬람 교리를 기반으로 사람들의 자유를 억압한다. 파티는 금지되고 정치 이념, 종교 등의 이유로 많은 사람이 잡혀간다. 여성의 머리카락이 남성을 유혹한다는 이유로 여성의 히잡 착용을 의무화한다. 



  마르지는 그 나이 또래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킴 와일드와 아이언 메이드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다. 청바지를 입고 싶고 나이키 신발도 신고 싶다. 그러나 이슬람 사회는 그녀가 청바지와 장신구를 착용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킴 와일드와 아이언 메이드를 좋아하도록 놔두지 않는다. 마르지의 자유롭고 저항적 기질은 사회와 끊임없이 충돌한다. 

  부모님은 마르지를 위해 그녀를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시킨다. 자유로울 것 같은 오스트리아 생활도 역시 만만치 않다. 마르지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마리화나를 하고 술을 마시지만 오스트리아에서도 그녀는 이방인, 악의 축이라고 불리는 이란 출신일 뿐이다. 그녀의 정체성은 이란과 오스트리아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다. 마르지는 그것을 좋아하는 동시에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

“언제나 네 존엄성을 잃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진실해라”

  할머니가 마르지에게 들려준 이 말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마르지에게, 그 모습을 지켜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많은 경우 강압적인 사회 환경은 우리에게 원치 않는 행동을 하게 만들고 그 행동 때문에 자신에게 실망하곤 한다. 그러나 마르지는 엄격한 사회 분위기 속에 히잡을 쓰면서도 머리카락을 드러내는 자신만의 행동으로, 체제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현하며 주체적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오스트리아 친구들이 이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마르지를 재단하려고 할 때도 그녀는 이란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생각하며 자신감을 회복한다.

  정체성을 찾는 여정은 원래 쉽지 않다. 정체성 찾기는 사회가 자신에게 강요한 불합리한 점을 깨닫는 데서 시작한다. 획일화된 교육 환경이나 당연시 여겨지는 가부장제 문화 등은 이를 어렵게 한다. 자신에게 강요된 불합리한 점을 어떤 계기로 깨달았다면 이제 거부 내지는 저항하는 단계로 나아간다. 여기에는 편견과 반대, 심지어는 자신의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검열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우리나라에도 여성 중심 서사로 분류되는 웹툰이 많아졌다. 남성 중심 서사에 지친 작가는 위에서 언급한 편견과 반대, 검열 등의 벽을 뚫고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독자 역시 주체적으로 텍스트를 해석하며 작가와 함께한다. 정체성 찾기는 ‘나’에서 ‘우리’로 확장된다.

  <페르세폴리스>에 나오는 공산주의 사상이나 이슬람 근본주의에 의한 통치, 그래픽노블의 블랙 앤 화이트(흑백) 표현 형식 등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는 몇 페이지를 읽다가 책을 덮을 수도 있다. 이란 역사에 관한 지식 부족도 책을 읽는데 불편한 요소이다. 하지만 <페르세폴리스>는 개인의 성장 서사를 통해 이란의 이슬람 혁명과 이라크 전쟁, 혼란한 현실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한 여성의 삶을 조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페르세폴리스>가 보여준 1980년대 한 소녀의 이야기는 2021년 지금 아프가니스탄 어딘가에서 재현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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