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요연한 보통 : <이토록 보통의>
[9월 리뷰] <이토록 보통의>, 캐롯, 카카오웹툰
주다빈 2021.09.27



요연한 보통 : <이토록 보통의>


보통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내가 아주 평범한 사람이란 건 고등학생도 되기 전에 이미 깨달았다. 외모도 평범했고 공부도 평범했고 내세울 특기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라 생각했고 특별한 게 멋지고 좋은 거로 생각하던 시절엔 ‘평범’이란 게 지긋지긋할 정도로 싫었다. 자기연민에 빠져 눈물을 찔끔거리던 밤도 있었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보니 도대체 보통만큼 하기도 왜 이렇게 어려운지. 아등바등하며 남들 하는 만큼 해보려고 열심히 쫓아가고 있는데 자꾸만 한 걸음이, 반걸음이 모자란 느낌이 든다. ‘보통 만큼만 하기’가 인생 최대의 과제가 된 어른이라니. 어렸을 땐 내가 이런 어른으로 클 거라곤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이번 원고에서는 특별한 상황을 설정하고 보통이라는 단어를 붙여, 커다란 사건이 별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한 웹툰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 보통을 끌어안기 위해 아등거리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평범한 연인처럼, 모두가 그런 것처럼

 <이토록 보통의>는 폭탄을 하나씩 끌어안고 있는 보통의 연애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룬 성인 웹툰이다. 이 웹툰이 반가운 이유는 기존에 성인 웹툰으로 분류된 작품과 다른 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 웹툰이라 하면 으레 웹툰으로 제작된 포르노그래피를 떠올리거나 폭력성이 짙은 웹툰이 떠오르곤 한다. 그만큼 국내 웹툰 시장에서 판매되는 성인 웹툰의 종류는 한정적이다. 그러나 <이토록 보통의>는 스토리 전개에 집중했다. 단지 연인의 이야기를 다루는 중 성관계 묘사 장면이 들어갔고, 일부 소재가 전연령 대상으로 하기에 부적절했기에 성인 등급이 됐다. 좋은 작품을 갈망하는 입장에서는 약간의 폭력성으로 혹은 선정성으로 성인 딱지가 붙었을지라도 반가울 따름이다. 특히나 <이토록 보통의>는 많은 이들이 원하는 스타일 담백한 스토리가 전개되는 성인 웹툰이다. 웹툰 작품의 다양성을 위해서 여러 장르에서 성인 웹툰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이 웹툰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작가의 상상력이다. 사실 아주 평범해 보이는 인물에게 놀랄만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설정은 이미 영화, 책, 드라마 등 많이 다뤄졌다. 그러나 옴니버스 형식으로 묶인 이야기에서 매번 다르게 등장하는 폭탄이 독자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에이즈와 거짓말과 비밀에 비밀로 얽힌 커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모든 이야기는 수면 아래 있던 문제가 밖으로 나오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잔인한 비밀을 섬세한 문장력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 각각의 인물이 느끼는 감정을 문장으로 만들어 전달하는데 울림을 갖고 오는 문장들이 있다. 물론 아주 큰 한계도 갖고 있다. 모든 작품에서 등장하는 캐릭터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수줍음이 많고 헌신적이면서 무언가 비밀을 갖고 있어 남성 캐릭터에게 신비로움을 주는 캐릭터가 이 작품의 여성 캐릭터 전체를 대변한다. 이는 작품 연재에 있어 꽤 치명적인 결함인데, 비슷한 패턴의 서사와 비슷한 캐릭터의 반복은 독자에게 지루함을 가져다준다. 특히 이야기 전개가 빠르지 않고 캐릭터 간의 감정선 폭발이 없는 작품에서는 완벽한 단점이 된다. 작품의 문제점을 말하기는 했으나 어떤 독자에겐 이 작품의 호흡이 좋을 수 있다. 모든 웹툰의 스토리가 박진감을 갖고 전개될 필요는 없다. 심지어 재밌는 상상력이라는 아주 큰 무기도 갖고 있으니 말이다.



   웹툰을 전부 읽어갈 때쯤엔 그들의 사건 사고들이 정말 그렇게 특별하진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하게 된다. 내 주변에서 분명히 일어날 법한 이야기들이다. 아마 이기적이고 헌신적이지 못한 나라면 스토리 속 인물과 같은 선택을 못 할 테지만 자꾸만 ‘나라면’이란 가정을 붙여 생각해보게 된다. 각각의 인물은 따뜻하고 섬세하면서 이성적이다. 그들이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이 작품을 읽어볼 충분한 이유가 된다. 벌써 바람결에 가을이 느껴진다. 보통 만큼만 해내려던 마음만 남고 실제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져 괜히 처연해지는 계절에 ‘이토록 보통의’를 읽으며 그래도 참 열심히 해냈다고 자신을 다독여 보시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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