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오목왕> : 바둑알 하나가 가진 수천 개의 가능성
[10월 리뷰] <오목왕>, 김경언, 만화경
주다빈 2021.10.18



바둑알 하나가 가진 수천 개의 가능성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300여 일 남아있다.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는 e스포츠가 하나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큰 관심을 모았다. 누군가에겐 여전히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일 수 있겠으나, 격정적인 신체 움직임이 없더라도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치열한 수 싸움을 통해 겨루니 e스포츠 또한 스포츠라는 관점이 있다. 바둑이 하나의 두뇌 스포츠로 정의되고 있듯이 말이다. 사실 아시안게임에는 보드게임 종목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큰 관심을 두지 않지만, 체스, 샹치, 바둑, 마블, 오목이 여기에 속한다. 다른 종목을 들을 때는 끄덕이던 고개가 오목에서 조금 주춤할 수도 있다. 오목하면 수업 시간에 선생님 몰래 노트에 판을 그리고 놀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하나의 ‘놀이’로 인식돼 있기 때문일까? 필자 역시 수학 시간에 짝꿍과 오목을 두다가 몇 번 공개적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오목에도 바둑처럼 다양한 전략과 수 싸움이 있다. 오늘은 이런 스포츠 오목을 통해 성장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웹툰을 소개하고자 한다. 


선을 따라 나아가는 일 

어릴 적부터 바둑 영재 소리를 들으며 자란 주인공 ‘강구’는 함께 살던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작고하신 뒤, 중학생 무렵 국기원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재능은 고수들 사이에서는 평범한 수준이란 것을 알게 되고 넘을 수 없는 벽에 부딪히며 바둑을 그만두게 된다. 혈혈단신으로 생계를 꾸려나가야 하는 각박한 현실에 강구는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데, 그런 강구에게 학교의 괴짜 선생 ‘봉락’이 오목부 가입을 제안한다. 김경언 작가가 만화경에 연재한 <오목왕>은 오목을 통해 강구, 그리고 등장인물의 세계가 확장하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자고로 스포츠란 경쟁과 자기 성장을 담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스포츠를 통해 좌절하고 그 과정을 극복해 나가면서 자신의 세계가 확장되는 성장은 스포츠물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서사 구조다. 뻔한 것 같으면서도 박진감과 위로를 주기 때문에 지금도 여러 스포츠물에서 두루두루 사용된다. <오목왕>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이 작품에는 각자 피치 못할 결핍을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두 인물로 강구는 목적성을 잃었고 강구의 담임 ‘유심’은 자신이 세운 규칙에 얽매여 주변을 둘러볼 여력이 없는 인물이다. 이런 둘의 반대편에 있는 인물이 ‘봉락’이다. 봉락은 자꾸만 현실에 자신을 끼워 맞추는 두 인물과는 다르다. 즉흥적이고 임기응변에 능한 인물로, 여전히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작품을 관통하는,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강구의 할아버지를 통해 작품 초반에 등장한다. <오목왕>을 보며 인물들이 어떤 방식을 통해 작가의 메시지를 깨닫게 되는지를 따라가면 작품을 읽는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따라가면서 본인을 얽매고 있던 생각, 규칙, 강박 등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선을 벗어나는 일 



우리는 모든 것을 선택할 때 자꾸만 우리가 사용한 시간과 노력을 기회비용으로 생각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이러한 것들은 이미 사용된 것들이기 때문에 다시 회수할 수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불한 노고에 얽매여 쉽사리 해오던 것을 박차고 떠나지 못한다. 이를 ‘매몰 비용의 오류’라 하는데, 사실은 이 선택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취했을 때 더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음에도 자꾸만 자신을 합리화함을 의미한다. 그래서 때로는 포기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오목왕>의 인물들은 오목을 통해 자신들이 쉽사리 놓지 못하고 있던 것을 확인하면서 내적 성장을 이루어 낸다. 봉락의 말처럼 때로는 앞뒤 안 재고 사는 게 더 값질 수도 있다. 실패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자꾸만 선택을 미루게 하고 이해타산을 따지게 하기 때문이다. 자꾸만 그런 생각에 새로운 곳으로 떠나지 못하고 한 자리에만 머물러 있는 사람이라면 오늘 앉은 자리에서 <오목왕>을 몰입해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스포츠가 그러하듯 어떤 일에 몰입하는 것은 기분과 분위기를 환기하고 또 다른 추진력을 가져다줄 테니까. 어쩌면 이 웹툰을 통해 오목에 매력을 느끼고 오랜만에 오목을 해보고 싶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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