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
<민간인 통제구역>이 신인 만화상을 수상한 이유
[11월 리뷰] <민간인 통제구역>, OSIK, 네이버 웹툰
최정연 2021.11.19


<민간인 통제구역>이 신인 만화상을 수상한 이유


1. 민간인 통제구역

 2021년, 부천만화대상에서 신인 만화상을 수상한 OSIK 작가의 <민간인 통제구역>은 네이버 웹툰에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연재되었으며, 대한민국의 최전방, 북한과 맞닿아있는 휴전선 감시 초소 GP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여느 날과 다름없는 지루한 군 생활을 보내던 병장 민태홍과 이등병 조충렬은 근무를 서다 북한군을 마주한다. 민태홍 병장이 이를 보고 하는 사이, 극도로 긴장한 조충렬 이병은 실수로 방아쇠를 당겨버리고, 순순히 귀순하려던 북한군을 사살해버리는 것으로 긴 이야기는 시작된다. 일이 커질까 두려웠던 군대는 이를 은폐하고자 하고, 쳐들어온 북한군을 총알 한 발로 저지했다는 영웅담으로 탈바꿈한 이 사건은, 2분대 인원들에게 포상 휴가가 주어지며 해피엔딩으로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날의 진실을 알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거짓말들. 자신보다 늦게 입대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이름 대신 폐급이라 부르며, 무시하고 구타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군대 안 계급 사회의 부조리함. 폐쇄된 집단 속, 감춰진 불쾌한 진실들은 과연 어떤 결말을 초래하게 될까?


2. 흑백 그림 속 탄탄한 그림 실력

 흑백만화는 작가의 그림 실력을 여실히 나타내곤 한다. 화려한 색감의 컬러 만화 또한 훌륭한 그림 실력과 채색기술을 필요로 하지만, 흑백만화는 그림에 대한 기본기가 얼마나 탄탄한지가 더욱 크게 드러난다.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색이 한정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흔히 우리가 보는 많은 웹툰에서는 만화적 허용으로, 현실에서는 볼 수 없는 알록달록한 머리색을 가진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겹치지 않는 다양한 머리색은 캐릭터의 특징을 보다 눈에 띄게 강조해주고, 이에 따라 독자들은 인물의 이목구비보다는 머리색으로 등장인물들을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에 비해 흑백만화는 모두 비슷한 색을 띄고 있기 때문에 인물의 이목구비가 확연히 차이 나지 않으면 구분하기가 어려워진다. 특히 <민간인 통제구역>처럼, 등장인물 모두가 짧은 머리에, 똑같은 군복을 입고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어려움이 더욱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의 댓글에서는 인물을 구별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눈매는 물론이고, 이의 형태, 광대뼈의 돌출 여부, 턱의 길이 등을 세세히 설정해, 마치 실제 인물처럼 각각 다른 특징을 잘 살렸기 때문이다. 이는 캐릭터를 구성할 때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민간인 통제구역>은 흑과 백, 두 가지 색만을 사용하지만 뛰어난 연출력과 음영 표현으로 마치 여러 색을 보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특히, 죽은 북한군의 환영이 나타날 때와, 충렬이의 메신저 프로필에 태홍이의 코피가 떨어지는 것으로 충렬이가 죽은 것을 표현하는 장면은 검은색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피가 검붉은 색으로 보이는 것만 같은 몰입력 높은 연출을 보여준다.


3. 흐트러짐 없는 스토리

 <민간인 통제구역>의 장점은 그림뿐만 아니라, 스토리 측면에서도 나타난다. 이 작품은 대략 70화 정도의 중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에 어긋남이 없다. 작품의 처음과 끝, 모두 귀순하려던 북한군을 사살한 사건으로 이루어지며 작품의 주제를 끝까지 관철해 나간다. 중간에 등장인물 한 명씩, 개개인의 이야기를 끼어 넣기도 하지만 캐릭터의 성격을 소개할 뿐, 절대로 큰 틀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약 1년 반이란 긴 연재 기간이기에 때론 스토리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는데, <민간인 통제구역>은 프롤로그와 마지막 화가 이어지며 완결까지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준다. 

 다만, 55화에서 56화까지, 2화에 걸친 ‘피의 복수’ 편은 꼭 필요한 연출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피의 복수’ 편은 충렬이의 망상으로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이다. 독자들에게 속이 시원한, 이른바 사이다 전개를 보여주는 것은 좋았으나, 이야기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중요한 부분에서 2화씩이나 상상으로 분량을 소모하는 것은 괜한 낭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망상이 시작되는 부분과 현실로 돌아오는 장면이 다소 매끄럽지 않아, 작품 감상에 혼선을 준다. 가장 몰입도가 높은 부분에서의 갑작스런 기나긴 상상은 오히려 몰입을 깎아먹는 역효과를 불러일으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인 통제구역>은 작품의 마지막까지 비밀이 밝혀질지, 독자들을 아리송하게 만들어 긴장감을 유지하는 훌륭한 작품이다. 꽃다운 나이 스무 살, 억지로 끌려간 폐쇄적인 집단 속의 부조리로 인해 꽃피우지 못하고 안타깝게 져버려야만 했던 청춘들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 <민간인 통제구역>은 지금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 꽃이 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메시지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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